다시 생각해보는 국익과 가치

2023. 5. 10. 18:2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마치고 4월 30일 귀국했다.

특히 일부 진보 좌파 성향의 언론과 학자들은 '국익'을 저버린 '가치' 외교라고 비판했다.

자유와 민주주의 그리고 인권 존중이라는 소위 '가치'를 강조한 나머지 중국과 러시아와 대결 국면을 조성하게 되었고, 국익을 저버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익은 가치를 기반으로 추구되어야 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마치고 4월 30일 귀국했다. 방문 성과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특히 일부 진보 좌파 성향의 언론과 학자들은 ‘국익’을 저버린 ‘가치’ 외교라고 비판했다. 자유와 민주주의 그리고 인권 존중이라는 소위 ‘가치’를 강조한 나머지 중국과 러시아와 대결 국면을 조성하게 되었고, 국익을 저버렸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외교의 좌표는 국익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국익은 가치를 기반으로 추구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외교의 좌표인 국익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가치는 국익을 향해서 나아가는 방향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방향타가 흔들리면 국익이 아닌 것이 국익으로 보이게 된다.

이달 7일 기시다 일본 총리가 방한했다. 얼어붙었던 한일관계가 복원되면서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한일관계는 과거사라는 장애물이 놓여 있어서 관계 발전이 쉽지 않다. 그러나 일본과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 존중이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일본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가치를 방향타로 삼아서 미래지향적인 관계 발전을 이루어가는 것이 국익에 부합한다.

유엔에서는 매년 인권 탄압국가들에 대하여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토의한다.

북한을 비롯하여 여러 나라들이 이러한 결의안의 대상이다. 미국과 유럽 등 많은 국가들이 이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다. 우리나라도 이 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이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국익 추구에 부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우리 정부에서 기권과 찬성이 오고 가는 사례들이 있었다. 우리의 선진 우방국가들은 가치를 저버린 우리 정부의 결정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한다.

필자는 2013년부터 3년간 호주 대사를 역임했다. 호주는 가치를 기반으로 국익을 추구한다는 점을 매우 분명하게 하고 있다. 정부가 교체되어도 흔들림이 없다. 호주는 북한 인권문제는 물론, 중국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근원지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여 중국은 반발했고, 호주에 무역제재를 가했다. 호주의 주요 수출품목인 석탄 수입을 금지했고, 소고기 와인 등 농산물과 식품에 대하여 제재를 가했다.

호주는 고통스러웠지만 이에 굴하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은 호주 석탄 수입을 금지하면서 전력난을 겪게 됐다. 중국인민들에게 고통을 주었고, 농식품 가격도 크게 인상됐다. 결국 중국은 호주에 먼저 손을 내밀어 2021년 4월 다시 호주 제품들을 수입하기 시작했다. 경제적 이익은 시장원리를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가치는 시장원리가 작동하지 않는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이 지난날 치열하게 투쟁해 온 것은 자유와 민주주의, 그리고 인권존중이라는 ‘가치’를 쟁취하기 위한 것이다.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는 독재체제도 좋다가 아니었다. 그것이 우리 앞세대들이 추구하였던 삶의 목표였고 공동체의 목표였다.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가치를 저버리고 눈치를 보면서 얻는 국익을 주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디로 가는 줄을 모르면 거기로 갈 수가 없는 노릇이다. 우리 외교가 가치라는 확고한 방향타에 의지하여 국익을 추구하기 바란다.

김봉현 전 호주 대사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