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취임 1년, 평산책방 간 이재명…文 "대화는 정치인 의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경남 양산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났다.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야권 지지층의 단합을 강조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민주당이 더 단합하고 통합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문 전 대통령이 운영하는 평산책방을 찾았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퇴임 1주년에 특별한 의미로 방문해주셨다”며 두 팔로 안아 맞이했다. 이 대표는 “책방이 잘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답했다. 임종석·노영민 전 비서실장과 김영주·이인영·전해철·한정애·황희 의원 등 문재인 정부 장관 인사들이 책방에 있다가 이 대표 도착 직전 우르르 빠져나가는 장면도 포착됐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 박광온 원내대표와 나란히 앞치마를 둘러매고 책방 카운터에 섰다. 이 대표가 “책방 주인이 특별히 추천할만한 게 있으실까요”라고 묻자, 문 전 대통령은 『기술의 충돌』, 『같이 가면 길이 된다』,『한국과학 문명사』, 『아버지의 해방일지』 등 네 권을 들어 보였다.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의 추천서를 모두 구매했다.
이어진 비공개 차담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야당과 소통했던 일화를 꺼냈다고 한다. 그는 2017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당사를 방문한 일을 회고하며 “대화라는 건 정치인에게 있어 일종의 의무와도 같은 것이다. 대화가 없으면 정치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야당과 여러 채널로 대화도 하고 야당 대표와 만남도 진행했으니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한 말씀”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차담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여야 간의 대화도 복원하고, 정치도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1년 동안 이 대표와 공식 회동을 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선 이 대표의 이날 일정에 대해 “윤 대통령의 ‘불통’을 우회적 비판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에는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하고 “윤 대통령은 1년 내내 전임 정부 탓, 야당 탓만 하고 있다. 국정 파탄을 막기 위해서는 정치를, 대화를 복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원내대표도 “윤 대통령은 나라를 위해서라면 누구라도 만나야 한다”며 “야당 대표를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는 게 정치 복원의 출발”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 예방에 앞서 대구시청에서 홍준표 대구시장과도 만났다. 이 대표는 홍 시장에게 “(국회가) 너무 거칠다”며 “국민의힘 원로이니 중앙당에도 그런 말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홍 시장은 “이야기는 하는데, 당 대표(김기현)가 좀 옹졸해서 말을 잘 안 듣는다”고 답했다.
홍 시장은 “윤석열 정권에서는 대부분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이 대통령실에 있다”라고도 했다. 홍 시장은 또 “민주당은 문제 되는 사람이 즉각 탈당해 당에 부담을 덜어내는 데, 우리 당은 애들이 욕심만 가득 차 있다”며 “당에 대한 헌신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 대표는 “하하, 제가 남의 당 얘기를 대놓고 하기가 조금 (그렇다)”며 말을 아꼈다.
대구·양산=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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