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예술"vs"영화 아닌데…" 뮤지컬 점령한 LED 약인가, 독인가
나원정 2023. 5. 10. 18:18
뮤지컬 무대를 장악한 LED 배경이 대극장 연극에도 등장했다. 지난달 말 객석 판매율 98%를 기록하며 막을 내린 연극 ‘파우스트’는 19세기 독일 고전을 첨단 기술과 접목한 작품이다.
2018년 평창 겨울 올림픽 개회식에서 화려한 LED 미디어아트를 선보인 양정웅 총연출이 연출을 맡았다. 유인촌‧박해수가 각각 연기한 인간 파우스트와 악마 메피스토의 여정이 200여개 LED 패널로 구성한 대형 스크린 속 초현실적 영상미술과 어우러진다. 무대 뒤에 마련한 실시간 영상 송출 세트를 통해, 배우들의 연기를 클로즈업 화면으로 볼 수 있는 XR(확장 현실) 장면도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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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서울 LG아트센터 대극장 1300여석이 매회 가득 찰 만큼 화제를 모았지만, 무대 연출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현대적 장치가 많아 해석이 용이했다”(이하 인터파크 관람후기) “파우스트의 내면세계를 표현한 듯한 꽉 찬 영상이 예술작품 같았다”는 호평도 있지만, 오히려 “영상 때문에 몰입이 깨진다”는 불만도 나왔다. 다른 관객들의 공감을 많이 받은 후기 중엔 이런 것들도 있다. “대사가 어렵고 묵직하면 무대가 간결해야 집중이 될 텐데.” “영화 보러 간 거 아니에요….”
LED 무대미술 "또하나의 예술작품"VS"몰입 깨진다"
연극은 서울 LG아트센터 대극장 1300여석이 매회 가득 찰 만큼 화제를 모았지만, 무대 연출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현대적 장치가 많아 해석이 용이했다”(이하 인터파크 관람후기) “파우스트의 내면세계를 표현한 듯한 꽉 찬 영상이 예술작품 같았다”는 호평도 있지만, 오히려 “영상 때문에 몰입이 깨진다”는 불만도 나왔다. 다른 관객들의 공감을 많이 받은 후기 중엔 이런 것들도 있다. “대사가 어렵고 묵직하면 무대가 간결해야 집중이 될 텐데.” “영화 보러 간 거 아니에요….”
양정웅 연출은 "작품 주제와도 맞닿은 연출"이라고 말했다. “‘파우스트’는 신의 세계인 ‘빛’과 인간이 사는 현실, 악마의 세계인 ‘어둠’이 강조된다. LED는 빛을 내는 점들로 구성돼있기 때문에 신의 세계에 가깝다고 생각했다”면서다.
그는 “XR‧LED패널은 영상 미디어에선 이미 많이 쓰이고 있고 공연에서도 몇 년 전부터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연극도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야 한다는 게 출발점이었다”면서 “연극에선 첫 시도인 만큼 모자란 점이 있었지만, 가능성을 봤다”고 덧붙였다.
그는 “XR‧LED패널은 영상 미디어에선 이미 많이 쓰이고 있고 공연에서도 몇 년 전부터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연극도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야 한다는 게 출발점이었다”면서 “연극에선 첫 시도인 만큼 모자란 점이 있었지만, 가능성을 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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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바닥·벽·천장까지 LED 깐다
LED를 활용한 영상 배경은 콘서트‧무용‧음악 공연 무대에선 이미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뮤지컬계에선 ‘파우스트’ 같은 판타지 작품에서 활용도가 높다. 서울 샤롯데시어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데스노트’는 동명 일본 만화를 토대로 2015년 국내 초연한 버전을 지난해 새롭게 선보이며 바닥‧벽면‧천장까지 3면을 1380장의 LED패널로 채웠다. 이를 통해 사신과 같은 초현실적 캐릭터 뿐 아니라, 테니스 치는 장면에선 마주 선 인물들의 모습을 교차하며 영화같은 편집 효과를 보여준다.
올해 4번째 시즌을 맞은 창작 가무극 ‘신과함께_저승편’은 영화로도 만들어진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을 토대로, 요절한 회사원 김자홍과 저승 변호사 진기한이 거치는 7개 지옥 관문과 저승차사들의 초능력을 바닥 및 간판 형태LED패널과 원형띠를 두른 입체적인 무대‧조명 연출로 표현해냈다. 2015년 초연부터 이 작품에 참여한 정재진 영상 디자이너가 당시 국내 창작 뮤지컬에선 생소했던 LED를 도입해 화제를 모으며, 예그린뮤지컬어워드 디자이너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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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디자이너는 “선명한 효과가 가능한 LED를 바닥에 깔았다. 장비 대여료가 서너배 비싸고 위험 부담도 있었지만, 배우들과 함께 연기를 맞춰보며 아이디어를 낸 LED 효과가 호응을 얻었다”고 돌이켰다.
'신과함께' 저승차사 LED 초능력 효과
정 디자이너는 “선명한 효과가 가능한 LED를 바닥에 깔았다. 장비 대여료가 서너배 비싸고 위험 부담도 있었지만, 배우들과 함께 연기를 맞춰보며 아이디어를 낸 LED 효과가 호응을 얻었다”고 돌이켰다.
뮤지컬 무대의 LED 영상은 2000년대 들어 뮤지컬 ‘고스트’ ‘드림걸즈’ 등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 작품에서 먼저 시도됐지만, 국내에선 최근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내 뮤지컬 주관객층이 해외보다 젊은 20~30대인 점도 한몫 했다. 영상에 익숙하고 볼거리를 선호하는 관객 취향에 맞춰 무대도 빠르게 변화해왔다.
지혜원 경희대(공연예술경영학과) 교수는 “물리적으로 구현하기 힘든 환상성, 시공간 확장을 위해 LED 영상을 쓰는 측면도 있다. 또 요즘은 뮤지컬을 시즌제로 끊어 국내외 극장을 찾아가며 공연하기 때문에 만들어 놓은 무대를 못 쓰는 경우가 생긴다. 영상으로 대체하면 재활용이 쉽다는 점에서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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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박효신 등이 주연을 맡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베토벤’처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해외 배경 공연에서 극중 시대 및 공간 배경을 LED 영상으로 표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다만, 작품과 LED 영상이 긴밀하게 연결되지 않고 단순 배경으로 남용돼 비판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원종원 순천향대(공연영상학과) 교수는 “해외에선 앤드류 로이드 웨버 뮤지컬이 3D 이미지를 쓰는 등 많은 실험을 하고 있다”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LED를 써서 ‘LED 잔치’ 같은 작품은 오히려 효과가 반감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LED가 세트의 모든 문제점을 해결해줄 거란 생각은 착각이다. LED도 스토리텔링의 도구란 인식을 가질 때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LED 너무 쓰면 효과 반감…스토리텔링 중요"
가수 박효신 등이 주연을 맡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베토벤’처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해외 배경 공연에서 극중 시대 및 공간 배경을 LED 영상으로 표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다만, 작품과 LED 영상이 긴밀하게 연결되지 않고 단순 배경으로 남용돼 비판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원종원 순천향대(공연영상학과) 교수는 “해외에선 앤드류 로이드 웨버 뮤지컬이 3D 이미지를 쓰는 등 많은 실험을 하고 있다”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LED를 써서 ‘LED 잔치’ 같은 작품은 오히려 효과가 반감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LED가 세트의 모든 문제점을 해결해줄 거란 생각은 착각이다. LED도 스토리텔링의 도구란 인식을 가질 때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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