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레이트]이봐, 친구들! 완벽함 말고 있는 그대로
로켓 임사체험…좁은 우리에 갇혀 당하는 생체실험
고대 그리스부터 의학적으로 사용…목적성 변질
자본주의 법칙에 저항하는 대항권력 가리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는 아웃사이더들에 관한 이야기다. 생김새부터 유머 코드까지 다른 괴짜들이 합심해 은하계를 수호한다. 원동력은 끈끈한 유대관계. 상실의 아픔을 공유하며 서로의 상처를 치유한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에서 치료 대상은 말하는 너구리 로켓이다. 본거지 노웨어에서 아담 워록(윌 폴터)에게 습격받아 치명상을 입는다. 스타로드(크리스 프랫), 드랙스(데이브 바티스타), 네뷸라(카렌 길런), 그루트, 맨티스(폼 클레멘티에프) 등 동료들은 몸 안에 있는 자폭장치를 해제하고 치료 정보를 얻기 위해 오르고로 향한다. 로켓을 생체실험했던 생명공학 회사다.
제임스 건 감독은 다사다난한 여정 사이사이에 로켓의 임사체험을 배치했다. 좁디좁은 우리에 갇혀 생체실험 당했던 뼈아픈 기억이다. 로켓은 89P13으로 불린다. 유전자 변형으로 골격은 커지고 뇌 기능은 증대한다. 그는 실험대에 오를 때마다 공포와 두려움으로 몸을 사시나무 떨듯 한다. 이내 뼈가 바스러지는 통증에 눈물을 흘리며 통곡한다. "아파!"
지금도 행해지는 동물실험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의학적으로 사용됐다. 기원전 500년경 알크마이온은 살아 있는 동물의 시신경을 자르면 시력이 상실된다는 사실을 직접 나타내 보였다. '해부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헤로필로스는 기원전 330~250년 동물을 연구해 여러 신경과 힘줄의 기능을 알아냈다.
기초적인 실험에 동물이 사용된 이유는 오늘날과 본질적으로 같다. 의사들은 신체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한다. 병들면 각 기관이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지 알고 싶어 한다. 인간과 동물이 생물학적으로 매우 유사해 한쪽 육체에서 발견된 사실을 다른 쪽에도 적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장밋빛 기대는 20세기부터 실현됐다. 생물학과 의학에 대한 막대한 투자로 다양한 성과가 나기 시작했는데, 대부분 동물실험에 기대고 있었다. 청년 당뇨가 대표적인 예다. 1922년까지 어떤 치료법도 발명되지 않아 스무 살을 넘긴 생존자가 없었다. 개와 토끼 연구를 통해 개발된 인슐린은 이런 상황을 순식간에 역전시켰다. 간단한 정기적 주사로 전 세계 약 3000만 명의 생명을 보존했다. 이를 알아낸 프레더릭 밴팅과 존 매클라우드는 1923년 노벨의학상을 받았다.
로켓을 생체실험한 하이 에볼루셔너리(추쿠디 이우지)의 목적은 다르다. 하등 생명체의 가치를 향상해 완벽한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 로켓의 도움으로 진화한 생물들을 통제할 수 있게 되자 이들을 데리고 카운터 어스로 떠난다. 지구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성한 유토피아다. 그는 이 생명체들도 인간들처럼 범죄에 물들자 실패작이라 단정하고 행성 전체를 날려버린다.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쁜 짓을 저지르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소시오패스다.
일련의 과정은 1956년~1971년 윌로우브룩 주립정신병원에서 지적 발달 장애 아동 수천 명을 대상으로 바이러스 간염을 실험한 사울 크루그먼을 연상케 한다. 혈청에서 추출한 복합단백질 감마글로불린을 투여하면 간염 바이러스에 장기간 면역성을 가질 수 있는지를 연구한 의학박사다. 그는 실험 대상 어린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쪽에는 살아 있는 간염 바이러스를 투여하고 감마글로불린을 주사했다. 다른 한쪽에는 바이러스만 투여하고 감마글로불린을 주사하지 않았다.
크루그먼 박사는 감염이 하나의 바이러스로 전염되는 단순한 질병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질병을 전염시키는 적어도 두 가지 바이러스가 있다고 봤다. 그것은 오늘날 A형 간염과 B형 간염으로 전해진다. 연구로 밝혀진 지식과 치료법 덕에 수많은 이들은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실험은 도덕적으로 큰 문제가 있었다. 감마글로불린을 주사하지 않은 어린이들을 그대로 방치한 까닭이다. 이 실험의 목적은 일부 어린이에게만 혜택을 주고, 향후 다른 사람들을 이롭게 할 정보를 얻는 것이었다. 톰 리건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논문 '우리를 비워라! : 동물권과 생체해부'에서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크루그먼 박사는 실험에 이용된 모든 어린이를 고의로 감염시켜 심각한 위험 상황으로 내몰았다. 그리고 이 질병을 예방할 법한 조치를 절반의 아이들에게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두 번씩이나 어린이들의 권리를 유린했다. (…) 다른 사람들이 혜택을 얻을 수 있게 된다는 말로 통탄할 만한 윤리 침해를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 소수의 도덕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다수에게 혜택을 준다는 사실로 정당화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동물에게는 읽고 쓰고 도덕적으로 선택할 능력이 없다. 하지만 각각의 개체로서 어떤 일을 경험하고 어떤 것을 빼앗길지, 다시 말해 그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중요한 문제다. 우리에게 가해지는 위해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지만 동물에게는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건 감독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을 통해 더 커지는 우리가 아니라 우리를 비우는 일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전면에는 다시 한번 연대를 내건다. 비슷한 이들끼리가 아니라 이질적인 이들과 함께 추구해야 무엇이든 지켜낼 수 있다고 역설한다.
어쩌면 그것은 자본주의 법칙에 저항하는 대항권력일지 모른다. 세계적인 도전의 복잡성과 극단적 불확실성 앞에서 한 가지 모델이 해법을 독점하던 시대는 지났기 때문이다. 다양성이 중요해진 만큼 전환의 지렛대도 여러 가지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완벽'이 끼어들 틈은 없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의 대표곡인 '컴 앤 겟 유어 러브(Come And Get Your Love)' 가사대로 '있는 그대로'면 충분하다.
"이봐요, 당신 머리엔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 한 번 찾아봐요. 와서 찾아봐요 / 이봐요, 함께해요. 당신은 멋지고 내 사람이잖아요. 멋져 보이고요 / 이리 와서 당신 사랑을 가져가요 / 이리 와서 당신의 사랑을 가져가요."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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