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생활 대물림하듯 솜씨도 대물림 ‘엄마와 딸’… 제작·디자인 달란트 합쳐 고품격 의상 창조
오우르 장하은 대표
1993년부터 시작한 금단제 한복은 꾸준히 대중과 소통했다. 2006년 ‘미스유니버스 선발대회’에서 전통의상상을 수상한 미스코리아 이하늬의 한복을 디자인해 화제가 됐으며, 영화 ‘관상’ ‘사도’ ‘궁녀’ ‘킹덤: 아신전’ 및 드라마 ‘겨울연가’ ‘붉은 단심’ 등을 통해 감각적인 전통 한복을 선보였다. 금단제는 지난해부터 오우르와 함께 특별한 의상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코첼라에서 젊은이들의 눈길을 사로 잡은 블랙핑크 의상은 전통 한복의 한 종류인 ‘철릭’에서 영감을 받아 십장생 단청 모란 등을 고급스럽게 수 놓고, 오우르의 처마 패턴에 금 은박을 입혀 완성했다.
이 대표는 “오우르가 디자인하고 금단제가 제작을 맡은 의상이 반응이 좋아 감사하다”며 “전통 한복은 소비가 줄어드는 추세지만 오우르의 패턴 디자인은 어디든 접목시킬 수 있어 전도유망하다”고 오우르를 칭찬했다. 이에 장 대표는 “금단제 30년 전통의 베이스가 있기 때문에 오우르의 색깔이 더 돋보인 것”이라며 “앞으로 금단제와 상생하는 브랜드로 함께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웃음으로 답했다.
장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롤모델로 엄마를 꼽았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며 금단제를 이끄는 대표로서의 엄마가 대단해 보였다. 그리고 또 하나 일터에서 신앙인으로서 사명을 다하는 엄마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래서 장 대표는 “직업인으로서 신앙인으로서 두 가지 측면에서 엄마는 나의 롤모델”이라고 밝혔다.
금단제는 ‘금단에 오르는 제사장’이라는 뜻이다. 금단제 설립을 앞두고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이 대표가 성경 말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 대표는 “금단제는 하나님의 사람들아, 왕 같은 제사장의 옷을 입고 천국에 올라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름에 걸맞게 금단제는 한국교회 목회자를 위한 한복을 지어 매년 전달하고 있다. 고 하용조 목사와 고 조용기 목사도 금단제의 한복을 입었다. “한복도 십일조를 해야 한다”는 사명으로 한복을 기부하는 것 외에도, 2005년부터 유대인 선교에 관심을 갖고 이스라엘 회복 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2005년 ‘예루살렘평화행진’ 행사를 시작으로 2017년 ‘이스라엘독립70주년’ 행사 등 현재까지 이스라엘을 총 19번 방문해 “하나님 나라와 다시 오실 예수님” “주의 길을 예비하라” 등 성경 말씀을 테마로 기독교 한복 패션쇼를 선보였다.
모태신앙으로 태어난 장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패션디자이너를 꿈꿨다. 단 한복에는 관심이 없었다. 서울예고 디자인과를 전공한 후 미국 대학에서 섬유디자인을 전공할 때 비로소 한국문화와 전통에 관심이 생겼다. 장 대표의 작업물인 기와 문양의 패턴과 모시 명주 섬유 등에 외국인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K컬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외국인들에게 어린 시절부터 금단제에서 배우고 익힌 장 대표의 감각은 큰 장점이 됐다. 장 대표는 이 시기에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 ‘내가 하나님의 사람이구나…우리 가족이 하는 일이 정말 귀하구나…엄마의 신앙이 거저 이루어진 것이 아니구나…’를 느꼈다. 어느 날 장 대표는 한국의 엄마와 전화로 미래를 이야기하던 중 “나는 엄마 같은 디자이너로 살거예요”라며 꿈을 고백했다.
장 대표는 2021년 11월 히브리어로 ‘빛’을 뜻하는 오우르를 설립하고 종로구 이화동에 쇼룸을 열었다. 오우르에서는 처마 연화 기왓장 등 전통적인 요소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다양한 패턴의 의상 및 생활 소품을 만날 수 있다. 또한 금단제와 함께 전통적인 가치는 보존하면서 현대적인 것으로 새롭게 재창조한 한복 등을 선보이는 패션쇼를 국내외에서 꾸준하게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한미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주시애틀총영사관이 개최한 ‘한복패션쇼 및 문화공연’에서 장 대표는 전체 디렉팅을 맡아 외신의 호평을 받았다. 또 지난 6일 분당 만나교회에서 열린 제1회 청년문화축제 ‘플리프’에서도 장 대표는 총감독을 맡아 금단제와 오우르가 함께 준비한 의상 및 소품을 선보였다. 장 대표는 “앞으로 전통과 현대를 잇는 작품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은 물론 금단제가 한국교회를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오래 섬긴 것처럼 오우르도 이어갈 것이다”고 밝혔다.
박성희 객원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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