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알짜’ UMC, ‘100조 투자’ 선언 인텔…파운드리 지각변동 중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전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의 4분의 3(74.3%)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후발 주자들의 활발한 움직임이 주목받는다. 1·2위와 점유율 격차는 이른바 ‘넘사벽’이지만, 신규 고객을 늘리면서 알짜배기로 부상하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선두권에 진입하겠다고 선언한 곳도 있다.
세계 4위인 미국 글로벌파운드리는 9일(현지시간) 올해 1분기 순이익이 2억5400만 달러(약 34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증가했다고 밝혔다. 스마트폰과 가전 시장 수요 부진 탓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해 5% 줄었지만, 수익성 확보 노력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파운드리는 2008년 AMD가 제조부문을 분사시키며 탄생한 회사다. 분사 후 AMD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로 발전했으며 글로벌파운드리의 주요 고객이 됐다. 글로벌파운드리는 최근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합작해 프랑스 크롤레에 반도체 합작 공장을 조성 중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은 6.2%였다(트렌드포스).
대만 UMC는 이보다 0.1%포인트 앞서며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대만 업체는 1위 TSMC(58.5%)와 7위 PSMC(1.2%)까지 더해 80%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TSMC는 ‘파운드리 백화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난도가 낮은 공정부터 고급 공정까지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데, 14나노미터(㎚·1㎚=10억 분의 1m) 이상 공정 중 일부를 UMC가 도맡는 식으로 두 회사는 함께 성장하고 있다.
UMC의 확장 전략은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 9일엔 차량용 반도체 세계 1위 독일 인피니언에 차세대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이 칩은 싱가포르에 있는 UMC 40나노 공정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미국 월가에서는 UMC의 주가가 향후 최소 50% 오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때 몸집이 작은 기업이 대형 업체보다 수익 개선이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며 UMC의 목표 주가를 두 배로 올려 잡았다. 이어 “TSMC의 확고한 가격 책정 전략을 고려하면 UMC가 수혜 기업이 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최근 가격 인상을 발표한 TSMC에서 이탈한 고객을 UMC가 흡수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중국 SMIC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수출에서는 미국 블랙리스트로 제재를 받고 있지만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금과 풍부한 자국 내 수요 덕분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190개 기업에 총 2조30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는데, 그 중 SMIC가 3720억원으로 가장 많은 보조금을 가져갔다. SMIC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4% 늘어난 72억 달러(약 9조4000억원)였다.
여기에다 한때 ‘반도체 황제’로 불렸던 인텔이 도전장을 낸 상태다. 현재는 10위권 밖이지만 가장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인텔은 2년 전 파운드리사업부를 출범시켰다. 지난해엔 유럽에 800억 유로(약 11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7나노 수준인 파운드리 공정을 내년 상반기 20A(2나노), 하반기 18A(1.8나노)까지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에는 반도체 설계회사 ARM과 손잡고 1.8나노 공정을 활용해 차세대 모바일 시스템온칩(SoC)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자동차와 사물인터넷, 데이터센터, 항공우주산업 등으로 설계 확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시장 자체가 커지는 만큼 이들 기업에도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분석한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들 기업은 레거시 공정 등에서 좋은 가격으로 나름의 시장 확보를 탄탄하게 구축하고 있다”며 “더욱이 파운드리 시장이 성장하고 있으니 이들에게도 당연히 도약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선두권을 넘보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 대세다. 김용석 성균관대 교수는 “(3위 이하 사업자가) 단기간에 레벨업 하기에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수율을 높이고, 양산에 나서는 게 관건인데 결국 시간이 필요하다”며 “파운드리는 일종의 디자인 서비스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고객과 조율하며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해리·김수민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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