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유튜버' 연미가 소개하는 평양패션…모자이크는 왜?
뜬금없는 모자이크…서방 브랜드일 가능성도
"철저한 동선 연습으로 연출…인권실태 반증"
북한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유튜버가 평양 여성들의 '봄철 패션'을 소개하는 영상을 게재했다. 한 소녀가 다양한 의류를 둘러보며 쇼핑을 즐기는 가운데 일부 상품에는 모자이크 처리가 이뤄져 시선을 끌었다. 탈북민 출신 전문가는 북한이 알리기를 꺼리는 서방 브랜드의 제품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10일 북한 당국이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유튜브 계정 'NEW DPRK'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지난 8일 '쇼핑을 즐기는 북한 소녀와 함께 올해 최신 패션 트렌드를 발견하세요'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7분 30초 길이의 영상에는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소녀 '연미'가 등장해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평양에서 열린 '2023년 봄철녀성옷전시회'를 브이로그 형식으로 소개했다.
연미는 직접 전시회장을 둘러보면서 다양한 의류들과 가방, 액세서리, 화장품 등을 소개했다. 요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선 밝은색 원피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많은 원피스 브랜드 중에서도 '은하'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은하는 은하무역국을 지칭한 것으로 보이며, 해당 상사는 경공업위원회 소속으로 각종 의류를 제조·수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주 장식이 돋보이는 검은색 투피스 차림으로 등장했던 연미는 도트 무늬 원피스와 실크 소재로 된 의류들을 연이어 착용해보며 "예전에는 부자들만 입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터치스크린으로 디자인을 살펴보는 장면도 연출했다. 경공업 성과를 선전하기 위한 맥락으로 풀이되지만, 영상 곳곳 해외 명품 브랜드의 디자인을 베낀 것으로 추정되는 상품들도 포착됐다.
'쇼핑 브이로그'인데 뜬금없는 모자이크, 왜?
눈에 띄는 점은 '쇼핑' 브이로그'인데 일부 의류나 가방, 신발 등에 모자이크 처리가 됐다는 것이다. 부원(판매원) 인터뷰를 중심으로 같은 전시회를 소개한 'Peter News' 계정의 영상도 마찬가지다. 판매원이나 손님으로 추정되는 주변 인물들에 대해서도 중간중간 모자이크 처리가 이뤄졌다.
탈북민 출신으로 해외에서 첫 박사 학위를 취득한 최경희 샌드연구소 대표는 "이런 전시회에서 상품에 처리된 모자이크는 서방 브랜드의 로고 혹은 카피 제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자력갱생'을 강조하면서 미제·서방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해온 북한의 입장에서 대외 선전영상에 해외 브랜드 로고가 등장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북으로 해외 제품을 들여올 땐 공항이나 항구에서부터 상표를 모두 잘라내지만, 디자인 자체로 들어간 로고는 손을 못 댄다"며 "이런 제품들이 유통된 경우라면 북한의 입장에선 당연히 가려야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에서도 해외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존재하는데, 예를 들어 운동선수들은 미국 브랜드인 나이키를 가장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이질적인 장면은 또 있다. 주인공인 연미를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으며, 카메라 앵글에도 대체로 뒷모습만 담겼다. 연미가 인파 가운데서 거울을 바라보며 옷맵시를 다듬을 때도 사람들은 모두 연미를 피해 걸었다. 인물에 처리된 모자이크의 경우 '시각적 정치'를 중시하는 북한이 그 자체로 관심을 유발하려는 의도라고 최 대표는 설명했다.
전시회 방문객들의 움직임도 '철저한 연출'이라고 한다. 최 대표는 "아무리 평양 시민이라고 해도 전시회를 찾는다거나 자유로운 활동이 쉽진 않다"며 "북한에선 영상 한 장면, 사진 한 컷을 찍기 위해 수십 번에 걸쳐 동선 훈련을 실시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일상적인 움직임마저 훈련의 결과라는 점은 그 자체로 북한의 인권 침해를 보여주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6일자 보도에서 이번 전시회에 대해 "은하무역국, 평양시피복공업관리국 등에서 내놓은 새로운 형태의 봄·여름철 옷들이 우리 녀성들의 기호와 취미, 체형에 맞으면서도 아름다움을 더욱 돋구고 활동에 편리하게 제작된 것으로 하여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주민들을 위한 전시회가 아니라 북한이 인민생활 발전 지표 중 하나로 꼽는 '경공업 품질' 제고, 특히 의류와 관련한 산업·문화 발전을 통해 민생이 나아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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