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체인저스]⑦K팝 개척 SM,28년 노하우 업고 변신

오유교 2023. 5. 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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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1위'였던 K팝 장르 개척자 SM
'멀티 레이블' 도입과 '본업 집중' 변신
카카오엔터와 시너지 '규모의 경제' 추진

SM엔터테인먼트는 ‘K팝’의 근본이다. 해외 진출이란 용어 자체가 낯선 시기였던 2000년대 초중반에 소속 아티스트 보아가 일본 오리콘 차트를 점령했다. 60회가 넘는 일본 음반 발매 횟수, 160회 이상의 돔 투어 진행 등 SM이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는 독보적이다. 이른바 아이돌 ‘1세대’부터 2세대, 3세대, 4세대까지 세대별로 모든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유일한 엔터 회사, K팝 장르의 개척자가 곧 SM이다.

에스파 카리나(사진제공=SM)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SM은 일본을 시작으로 중국, 미국, 남미, 호주, 유럽 등 세계 각국에 영향력을 확장해왔다. 현재는 NCT·에스파를 주축으로 해외 K팝 팬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 8484억원, 영업이익 935억원을 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1995년 창사 이래 최대다. 올해는 매출 1조 이상이 목표다.

회사의 성장 결과는 주주에게도 돌아갔다. 지난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주당 1200원의 현금 배당을 결정했다. 전년(200원)의 6배 늘어난 금액이다. 업계를 통틀어 배당 성향이 SM만큼 높은 곳은 없다.

업계표준이었던 SM
K팝의 살아있는 역사 보아. 여전히 현역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SM은 H.O.T.·보아·동방신기·소녀시대·샤이니를 탄생시킨 2010년까지를 ‘SM 1.0’, 엑소·레드벨벳·NCT·에스파를 론칭하고 다수의 프로듀서를 확보한 지난해까지를 ‘SM 2.0’으로 정의한다. SM 아티스트 대부분은 해외에서도 성과를 거뒀다는 공통점이 있다.

SM의 행보는 곧 업계 표준이었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대표적이다. 보아의 경우 일본 작곡가의 곡을 받아 일본 기획사에서 일본어로 앨범을 냈다. 처음엔 ‘한국인’인줄 모를 정도였다. 동방신기 역시 일본 기획사와 손을 잡고 일본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이런 전략을 최초로 시도한 곳이 SM이다. 보아와 동방신기는 여전히 일본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인기도 여전하다.

외국인 멤버로 해외 공략을 노리는 전략도 SM이 주도했다. 2012년 엑소 데뷔 당시 12명 가운데 중국인 멤버가 4명이었다. 모든 뮤직비디오를 한국어와 중국어 버전으로 나누어내기도 했다. 한때 중국 팬 커뮤니티 서비스 ‘티에바’에서 한국 배우와 가수를 통틀어 가장 팬이 많은 그룹이 엑소였다. 엑소의 성공 이후 다른 엔터사에서도 앞다투어 외국인 멤버를 넣기 시작했다.

‘환골탈태’ 결단한 SM 3.0

그러나 BTS(방탄소년단)와 블랙핑크의 등장 이후 업계 ‘1위’, ‘최초’, ‘개척자’ 같은 수식어가 SM 앞에서 사라졌다. SM 소속 아티스트들은 해외 차트에 도전했지만, BTS와 블랙핑크는 정복했다. 시총(2조4641억원)은 하이브(11조5564억원)와 JYP(3조2622억원·이상 9일 종가기준)에 이어 업계 3위로 밀렸다. 매출과 앨범판매량은 업계 2위다. 주력인 에스파와 NCT가 선전하고 있지만 ‘메가 IP’라기엔 좀 부족하다.

SM은 환골탈태를 결정했다. 올해부터 진행되는 ‘SM 3.0’이다. 업계의 ‘대세’인 멀티 레이블(음반기획사) 체제 도입이 대표적이다. 과거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 중심 ‘1인 프로듀싱 체제’에서 벗어난 것이 핵심이다. 5개 제작센터와 1개의 ‘가상 아티스트/IP 제작 센터’를 신설하는 ‘5+1 계획’이다. 각 센터는 아티스트별로 전담·핵심 기능을 배치한다.

필요할 경우 SM 외부에 자회사 형태로 별도 레이블도 둔다. ‘사내 레이블’ 체제를 구축한 JYP와 M&A(인수합병)로 자회사 레이블을 거느린 하이브의 혼합형이다. 이를 통해 아티스트별로 연간 2회 이상, 2025년에는 총 21팀이 활동하는 풍부한 ‘IP 왕국’을 만들고, BTS 같은 메가 IP를 창출하겠다는 것이 SM의 목표다. 현재는 10개팀이 활동 중이다.

‘SM 3.0’에는 본업과 관련성이 적은 자산을 정리한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SM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1%였다. JYP(27%), 하이브(13.3%), YG(11.9%)와 비교하면 꼴찌다. SM은 종속회사가 29개에 달한다. 이 중에는 주류·제빵·화장품 업종도 있다. 지난 3월 취임한 공인회계사 출신 장철혁 신임 대표 주도하에 비핵심자산 매각에 속도를 낸다. 삼정KPMG·대부건설·바디프랜드 등을 거친 그는 재무구조 개선 전문가다.

카카오와 시너지도 기대
NCT 127 일본 돔투어(사진제공=SM)

SM은 지난 3월 창사 이래 가장 큰 변화를 맞이했다. 카카오엔터가 새로운 최대주주가 된 것이다. 앞으로 카카오엔터의 방대한 웹툰, 웹소설, 드라마, 영화에 SM 소속 아티스트가 소재로 쓰이거나 출연하는 등 IP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 또한 ‘본업’에선 양사의 자산과 강점을 총동원해 ‘규모의 경제’를 만들고, 글로벌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카카오 인수과정에서 잡음이 있었지만 전망은 밝은 편이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된 만큼 아티스트 활동 지원을 통한 사업 정상화 및 수익성 극대화를 위한 노력이 이어질 것”이라며 “올해 영업이익은 34.1% 증가한 1253억원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지난 8일 발매된 에스파 미니앨범 ‘미니월드’는 당일 137만장이 팔리며 역대 걸그룹 첫날 판매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SM은 “올해 글로벌 확장을 위한 주요 전략으로 카카오엔터와의 미국 법인 설립을 통해 미국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고 미국 법인을 통한 보다 공격적인 아티스트 글로벌 마케팅을 전개할 예정”이라며 “전반적인 글로벌 시장 내 점유율 상승 및 음반·음원 세일즈 확대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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