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기로 선 단통법…폐지인가 vs 보완책인가

임혜선 2023. 5. 1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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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시장 경쟁 촉진 정책 방안에 개선안
국회, 단통법 손 볼 준비, 논의 초기 단계

10년 차를 맞은 이동통신 단말이 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존폐기로에 섰다. 정부는 다음 달 발표할 통신 시장 경쟁 촉진 정책 방안에 단통법 개선안을 넣기로 했다. 국회도 단통법을 손볼 준비를 하고 있다. 국민의 힘에선 3년 전 내놓은 단통법 폐지안을 다듬어 다음 달부터 국회에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단통법 조항을 하나하나 다시 뜯어보고 있다. 단통법을 폐지해 시장 자율에 맡기는 게 맞을지, 법을 유지한 채 보완책을 내놓는 것이 맞을지 신중하게 접근하는 모습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아직 논의 초기 단계"라면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정책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11일 말했다.

단통법 시행 그 후

2014년 10월 시행한 단통법은 단말기 지원금이 불투명하게 지급되면서 혼탁해진 통신 시장 유통 구조를 개선하는 게 목적이었다. 소비자가 대리점에서 휴대폰을 구매할 때 '호갱(호구+고객)'이 되지 않도록 일정한 보조금을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원금을 받지 않으면 요금에서 25%를 할인해준다. 지원금에 대한 차별을 받지 않은 상황이 됐지만, 소비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동통신 3사의 보조금 경쟁이 사라지면서 소비자는 오히려 비싼 통신비를 내면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졌다. 단통법 이전엔 남보다 비싼 가격에 사는 소비자 ‘호갱’, 단통법 이후엔 불법적으로 싼 가격에 물건을 파는 이른바 ‘성지(불법보조금 지원 매장)’ 문제가 있었다. 결국 일부 소비자는 손해를 봤다.

가장 큰 문제는 고가의 단말기 가격이 계속 올랐다. 저가 단말기가 사라지면서 평균 가격은 더 뛰었다. 실제로 올해 삼성전자는 국내에 중저가 단말기를 단 한 대(갤럭시 A34) 내놨다. 단통법 이후 팬택과 LG전자가 휴대폰 사업을 접으면서 제조 시장을 삼성과 애플이 양분해버렸다. 소비자에겐 이제 선택권이 없다. 삼성과 애플은 저가 제품보다 고가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했고, 휴대폰 가격은 계속 비싸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우리나라 가구당 통신비 지출은 3.5% 증가했다. 이 중 단말기 등 통신장비 비용의 증가율이 6.9%를 차지했다. 요금 등 통신서비스 비용 증가율을 2.6%였다.

시장 경쟁도 위축됐다. 이통 3사의 마케팅 경쟁이 사그라지면서 휴대폰 번호 이동자 수도 급감했다. 단통법 시행 전인 2013년 1116만명이었던 번호 이동 자수는 2017년 704만명, 2019년 580만, 2021년 508만명, 2022년 453만명으로 줄었다. 마케팅 비용도 줄면서 자연스레 이통 3사의 실적은 개선됐다.

단통법 폐지로 경쟁 활성화?

전문가들은 단통법이 폐지되면 시장 경쟁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하지만 이전 같은 과열 현상은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3월 기준 휴대전화 회선 수는 5582만개에 달해 통신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단통법이 폐지되면 경쟁이 강화되겠지만 통신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제조사도 과거엔 LG전자가 있었지만, 지금은 삼성전자가 유일해 이전과는 다르다. 법이 바뀌어도 경쟁 상황이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통법이 폐지되면 가격 차별은 발생할 수 있으나, 전체적인 통신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황동현 한성대 교수는 "단통법이 없을 때는 100만원 이득 보는 사람과 30만원 이득 보는 사람 간 차이가 있었으나 전체적인 소비자 후생은 좋았다.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갈 것"이라며 "실질적 경쟁이 일어나지 않는 현 상황에서 폐지나 혁신적 개선안을 통해 시장에 충격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통신서비스와 단말기 판매를 분리하는 완전 자급제로 전환하면 이용자 효용이 커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10년 전보다 온라인채널과 자급제, 알뜰폰 시장이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TV는 매장에서 사고, 인터넷TV(IPTV) 케이블 방송 등을 따로 개통하는 것처럼 통신 시장도 같은 방식을 취하자는 것이다. 통신사들의 25% 선택약정 할인이 유지되면, 소비자는 요금할인과 단말기 지원금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

유통 현장에서도 긍정적 효과를 기대한다. 전국이동통신 유통협회 관계자는 "단통법 이전과 비교해 연간 단말 수요가 절반으로 줄었다. (단통법 폐지로) 단말 수요가 늘어나면 판매가 활성화되고, 유통점 소상공인들도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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