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필하모닉 사상 첫 동양인 여성 지휘자, 한국의 김은선
'유리천장'은 이제 너무 익숙한 표현입니다. 개인이 성별이나 출신 등의 바꿀 수 없는 특질 탓에 한 조직의 일정 서열 이상으로 올라가지 못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죠.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업계일수록, 리더가 될 능력과 자질이 충분한 누군가는 유리천장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1882년 창단한 베를린 필하모닉은 141년 동안 남성에게만 상임 지휘자의 자리를 줬습니다. 이 악단이 여성을 입단시킨 건 1982년이 처음이었고, 올해 2월 최초로 여성 바이올리니스트인 비네타 사레이카를 악장으로 임명했습니다. 이 작지만 큰 변화의 흐름 앞에서, 한국인 지휘자 김은선이 동양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베를린 필하모닉의 객원 지휘자가 됐습니다. 8일(현지시각) 베를린 필하모닉은 2023-2024 시즌 일정을 발표했는데요. 이에 따르면 김은선은 2024년 4월 쇤베르크의 '기대'와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3번을 지휘합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에서 작곡을 전공한 김은선은 학부 시절 지휘봉을 잡았고, 이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수학했습니다. 프로로 데뷔하자마자 세계 음악계가 주목하는 지휘자로 부상했고요.
그가 '첫 여성'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19년부터 몸 담고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의 '여성 지휘자 최초 음악감독'이거든요. 이는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를 포함한 미국의 명문 오페라 극장을 통틀어 처음 있는 일입니다. 그보다 더 전의 김은선은 스페인 마드리드 왕립오페라극장에서 지휘봉을 잡은 첫 여성 지휘자였습니다. 당시는 2010년, 아직 그가 20대였던 시절이었어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를 뒤흔들 때, 이정재와 함께 뉴욕타임스 선정 '올해의 샛별'로 선정된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나날이 새로운 수식을 추가하고 있는 김은선은 내년에도 여러 데뷔 무대를 치를 예정입니다. 2024년 상반기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미국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그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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