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부채한도 상향 못했던 2011년…한국증시는 더 아팠다
파장 전 세계 증시로 퍼져
KOSPI도 1주일간 17% 폭락
미 연방 정부 부채 한도 상한 여부를 두고 행정부와 공화당 사이 대치 국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디폴트 우려도 커지고 있다. 만일 미국 정부가 정말로 디폴트를 선언하면 어떻게 될까.
2011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에도 부채 협상이 파행되면서 디폴트 위기가 점쳐진 바 있다. 이 해에 글로벌 1위 기축통화국 미국은 처음으로 최고 국가 신용등급 지위를 잃었으며, 그 충격은 전 세계 증시에 퍼졌다.
바이든 vs 공화당 대치…다가오는 디폴트 데드라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등 의회 지도부와 만나 미 정부 부채 한도 상향 문제를 논의했으나, 결국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미국 정부의 부채 한도는 31조4000억달러(약 4경1652조원)다. 하지만 최근 정부 적자가 가파르게 치솟았고, 한도를 추가로 높이지 않으면 오는 6월 내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부채 한도를 높여 디폴트 상황을 회피하길 원하지만, 미 하원 과반을 차지한 공화당의 반대가 완강하다. 빚이 아닌 정부 지출 감소로 위기를 타개하라는 지적이다. 매카시 의장은 회동 뒤 기자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출 감축 관련 아이디어를 제시하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2011년 디폴트 위기 땐 글로벌 증시 폭락
그렇다면 미국이 정말로 디폴트 상황에 이를 수 있을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정부 부채는 빠르게 확장돼 왔으며, 지난 십수년간 여러 차례 '부채 한도 위기'를 겪어 왔다.
현재 상황과 가장 유사한 사례는 2011년 위기다.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부채 한도 상한을 높이려 했지만, 이때도 하원 과반을 차지한 공화당이 반대하며 교착 상태를 빚었다. 미국 정치권은 협상 데드라인이 거의 끝에 다다를 때까지 합의를 보지 못했으며, 결국 디폴트 위기 가능성이 진지하게 고려되기 시작했다.
다만 위기는 디폴트가 아닌 다른 곳에서 터졌다. 미국의 부채 관리 능력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본 3대 신용평가사(S&P, 무디스, 피치)가 잇따라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이다.
2011년 8월5일 S&P가 처음으로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한 게 시발탄이 됐다. 글로벌 1위 기축통화 달러를 보유한 세계 최강국 미국이 최고 신용등급 지위를 잃게 된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강등의 파장은 곧 전 세계 금융시장에 막대한 파급력을 미쳤다. 유동성은 안전자산으로 몰렸고, 이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미국을 비롯한 각국 증시였다.
국내 100대 대기업 주식을 모아 놓은 코스피(KOSPI)도 8월 초입 6거래일간 무려 17% 폭락, 1801.35포인트(p)까지 떨어졌다.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두 번째로 가장 큰 낙폭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국가 신용등급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미국 국채 수익률은 오히려 하락했다. 안전 자산 선호 심리에 기인한 것으로, 설령 부채 문제에 시달린다고 해도 세계 1위 경제 대국인 미국 재정부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는 여전히 견고함을 보여줬다.
"미국 부채 한도, 양당 치킨 게임 됐다"
2011년 부채 위기는 결국 '예산통제법'(부채한도를 상향 조정하되 초당적인 '슈퍼위원회'를 구성해 재정적자 감축 방안을 모색하며, 합의에 실패하면 연방정부 예산을 강제 삭감하는 시퀘스터 발동) 통과로 극적인 합의를 맺었다.
국내외에선 이번에도 미국이 합의를 통해 부채한도를 재차 높일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 의회는 1960년부터 2021년까지 총 78차례 부채 한도를 상향 조정해 왔다. 매년 적어도 한 차례 이상은 부채 한도를 높여 왔다는 뜻이다.
다만 부채 문제가 미국 내 양당의 '힘 싸움' 수준으로 격하됐다는 비판이 지속해서 나온다. 야당은 '디폴트'를 압박 수단으로 삼아 예산안을 통제하길 원하고, 행정부와 여당은 실질적인 적자 감축 계획 없이 무턱대고 부채 상한만 높였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영 'BBC' 방송은 "미국에서 부채 한도는 '정치적 치킨 게임'화 됐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디폴트 위기가 국제 금융 시장, 그리고 미국 경제에 주는 부담은 현실이다. 만일 이번에도 2011년과 유사한 상황이 재현되면 신용등급 강등 사태가 재발할 수도 있다.
또 실제 디폴트가 올 경우, 당장 연방 정부가 고용한 공공 노동자 수십만명이 임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다. 그것만으로도 지역 경제에 막대한 혼란을 빚을 전망이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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