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총선하라" 파키스탄 전 총리 체포에 폭력시위 격화
임란 칸(70) 전 파키스탄 총리가 9일(현지시간) 부패 혐의로 전격 체포되자 분노한 칸의 지지자들이 파키스탄 전역에서 폭력 시위를 일으켰다. 군·경은 시위대 해산을 위해 최루탄을 발사하는 등 강경 진압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정국은 혼란에 빠졌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칸 전 총리가 체포되자, 그가 이끄는 파키스탄정의운동(PTI)은 "칸이 납치됐다"며 지지자들에게 반정부 시위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수 시간 후, 서부 라호르·북부 페샤와르·남부 카라치 등 사실상 파키스탄 전역에서 항의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시위대는 주요 도로를 봉쇄하고 경찰차와 군사 검문 등에 불을 지르며 군·경과 충돌했다.
라호르에선 지지자 4000여 명이 "칸을 건드리지 마라"는 구호를 외치며 지역 군사령관의 관저를 습격했다. 칸 전 총리가 이송된 라왈핀디에선 시위대 수백여 명이 육군본부의 정문을 공격했다.
이에 보안 당국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강경 진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남서부 발루치스탄주(州) 퀘타에 모인 시위대 가운데 최소 1명이 군인 총에 맞아 숨지고 5명이 다치는 등 전국에서 20여 명의 사상자가 속출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전국의 4개 주 가운데 펀자브주 등 3곳에서 5인 이상 집합을 금지하는 긴급 명령을 내렸다. 주요 도시의 모바일·인터넷 서비스를 차단했고, 시위 영상의 확산을 막기 위해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 등에 대한 접속도 제한했다. 일부 사립학교는 10일 임시 휴교 결정을 내렸다.
칸 전 총리는 파키스탄 크리켓 스타 출신으로 2018년 8월 정권을 잡았다. 이후 경제 파탄과 부패 문제로 지난해 4월 의회 불신임안으로 실각했다. 재임 중 외국 관리에게서 받은 고가 선물 은닉, 부당 이익 취득 등 다수의 부패 혐의를 받고 있다. 파키스탄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0월 관련 혐의를 인정해 칸 전 총리에 대해 5년간 공직 박탈을 결정했다.
칸 전 총리 측은 모든 혐의를 일체 부인하고 있다. 그는 "현 정권이 자신을 총리직에서 몰아내기 위해 군부와 짜고 미국을 끌어들였다"는 음모론을 내세우며 셰바즈 샤리프 현 총리의 퇴진과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왔다. 지난해 11월, 칸 전 총리가 선거 유세 도중 다리에 총을 맞자, 그의 지지층 결집이 강해지며 사회 혼란이 가중됐다.
이날 칸 전 총리는 수도 이슬라마바드 고등법원 청사 밖에서 부패방지기구인 국가책임국(NBA) 요원들에게 체포됐다. 그는 보석을 요청하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려던 것으로 알려졌다. PTI가 공개한 체포 당시 영상엔 칸 전 총리가 법원에서 생체 정보를 확인하던 중, 무장 병력이 법원 청사 창문을 깨고 난입해 그를 끌고가는 모습이 담겼다.
라우프 하산 PTI 공동지도자는 알자지라에 "칸은 사실상 법정에서 납치됐다"면서 "사법 영역에 대한 권력자의 노골적인 간섭"이라고 규탄했다. 아잠 타라르 파키스탄 법무장관은 체포 후 기자회견에서 "칸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아 체포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칸 전 총리가 체포됨에 따라 파키스탄 정국은 더욱 불안정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파키스탄 정부는 칸 전 총리에 대한 사법 처리 의지가 강하고, 예정대로 올 10월 총선을 치른다는 계획이다. 외신은 "조기 총선을 요구한 칸의 지지자들이 더욱 강하게 결집해, 향후 반정부 투쟁 수위를 높여갈 수 있다"고 전했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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