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게 없는 에셋스토어에 AI 일러스트까지. 게임 기획자가 중요해졌다

김남규 2023. 5. 10.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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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개발 과정에서 기획자의 중요성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이전까지는 게임을 구현하는 프로그래밍과 이용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그래픽의 비중이 더 높았지만, 새로운 기술의 등장 덕분에 프로그래밍과 그래픽을 자동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남들이 따라할 수 없는 새로운 것을 보여주려면 여전히 실력 좋은 프로그래머와 일러스트레이터가 중요하겠지만, 프로그래밍을 몰라도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노코드 기반 개발 플랫폼까지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기획자만 있어도 게임 개발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변화를 이끌고 있는 것은 많은 게임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언리얼, 유니티 등 상용 엔진에서 운영하고 있는 에셋 스토어다. 이전에는 게임에서 채팅을 지원하는 것도 직접 프로그래머가 코드를 짜야 했지만, 이제는 에셋 스토어에서 해당 기능을 구입해서 자신들의 게임에 붙여넣기만 하면 된다.

언리얼 에셋 스토어

에셋스토어에서 판매되는 항목들은 캐릭터 애니메이션, 배경, 효과음, 이펙트 등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가장 필수적인 뼈대만 직접 개발하고, 부가적인 기능들은 구입해서 붙여넣는 조립식 형태로 개발을 할 수 있다. 이전에는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만들어야했기 때문에 대형 게임의 경우 수백명의 개발자가 필요했지만, 에셋 스토어를 잘 활용하면 필요 인원과 기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다.

게임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 일러스트 역시 AI 일러스트의 발전 덕분에 자동화 시대가 열렸다. 이용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캐릭터는 ‘창세기전’, ‘블레이드&소울’, ‘승리의 여신 니케’ 등으로 유명한 시프트업의 김형태 대표처럼 타고난 능력자들만의 영역이었지만, 원하는 콘셉트만 지정해서 알려주면 자동으로 캐릭터를 완성해서 보여줄 정도로 AI일러스트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미소녀, 총 등 핵심이 되는 단어를 입력하면 총을 든 미소녀가 완성이 되고, 예를 들어 김형태 대표의 화풍을 학습시키면 굵은 허벅지 등 김형태 대표의 대표적인 특징들이 반영된 캐릭터가 만들어진다. 기존 데이터를 활용해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아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캐릭터 손가락이 6개로 표현되는 등 아직 부족한 부분도 많이 있기는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일러스트를 훨씬 빠르게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물론, 일러스트가 창작의 영역이기 때문에 AI일러스트 사용에 대해 비판하는 이들도 많은 편이다. AI일러스트 때문에 일러스트레이터 직업을 포기했다는 이들까지 나오고 있으며, 김형태 대표도 SNS를 통해 ‘지난 30여년 간 해왔던 그림 공부가 한 순간에 산산조각나는 충격과 경외감, 그리고 그림을 만들어낸 원초적인 재미를 동시에 느꼈다”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낸 바 있다.

김형태 대표가 공개한 AI일러스트 작업물

다만,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게임 개발사 입장에서는 엄청난 매력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일러스트는 100% 수작업이기 때문에 개발 과정에서 가장 많은 인원과 가장 많은 시간이 투입되고 있지만, AI일러스트를 활용하면 인원과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 일러스트레이터의 화풍을 학습시켜서 캐릭터를 만들고, 나중에 리터칭으로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하면, 같은 시간동안 몇배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전보다 개발자 몸값이 상승하면서 개발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기획자의 중요성을 더해주는 요소다. 초기부터 기획이 확실하게 잡히지 않으면 개발 도중에 모든 것을 뒤집고 다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개발 기간이 늘어나고, 개발 비용도 상승하게 된다.

과거 위메이드가 선보였던 대형 MMORPG ‘이카루스’의 경우 개발 도중 기획이 수차례 변경되면서, 첫 개발 착수부터 정식 출시까지 무려 10년이나 걸린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프로젝트 도용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는 아이언메이스의 ‘다크앤다커’도 기획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아이언메이스 측은 ‘다크앤다커’가 넥슨의 ‘프로젝트P3’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게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동시접속자 10만명을 달성할 정도의 대형 게임을 회사 설립 후 8개월만에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오랜 기간 ‘프로젝트P3’를 만들면서 전체적인 기획을 완성했고, 그것을 그대로 가져다 썼기 때문일 것이라는 의혹을 강하게 받고 있다.

기획이 잘 준비되면 8개월만에 게임이 나온다는 것을 보여준 다크앤다커

국내 게임업계는 실력있는 프로그래머 혹은 일러스트레이터가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순수 기획자에 대한 대우는 높지 않은 편이다. 게다가 흥행 게임의 성공 방식을 그대로 따라하는 ‘~~라이크’ 게임들이 계속 늘어나면서, 독창적인 기획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게임사들에게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전과 많이 달라진 개발 환경 덕분에 기획자의 가치가 점점 상승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임 기획자가 등장할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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