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12억·광명 10억' 팔리네…분양가 더 오른다
[한국경제TV 방서후 기자]
<앵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분양시장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지만 분양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서울 밖에서도 10억은 줘야 새 아파트를 살 수 있게 됐는데, '분양가는 오늘이 제일 싸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부동산부 방서후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봅니다.
방 기자, 최근 수도권 아파트 청약시장에서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 경기도에서 청약 신청을 받거나 분양 예정인 단지들의 분양가가 국민평형(전용면적 84㎡) 기준 10억원을 훌쩍 넘어섰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e편한세상 용인역 플랫폼시티는 10억원에서 12억원, 광명자이더샵포레나도 10억5천만원에 달했습니다.
분양을 앞둔 인덕원 퍼스비엘도 같은 면적 분양가가 10억5천만원 이상으로 책정됐고요. 모두 주변 시세보다 높은 편입니다.
뿐만 아니라 얼마전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낸 새절역 두산위브 트레지움이 8억6천만원에서 9억9천만원, 휘경자이 디센시아가 9억6천만원에서 9억7,600만원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서울 아파트보다도 분양가가 높은 셈입니다.
국평 분양가가 12억이 안 되는 영등포자이 디그니티와 13억원대인 올림픽파크포레온과 비교해도 경기도 분양 단지들의 가격이 서울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앵커>
단지별로 세부적인 입지라든가 상품성 등이 다르긴 하겠지만 확실히 경기도 분양가가 올랐다는 건 체감할 수 있겠습니다.
이유가 뭔가요?
<기자>
분양가가 오른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이렇게 일부 단지에서 분양가가 역전되기까지 한 건 규제 완화 영향이 큽니다.
연초 규제지역 해제로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이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 등 4곳으로 축소되면서 대부분의 지역이 정부의 고분양가 통제에서 벗어났습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원자재 가격 상승이나 금융비용 인상 등으로 높아진 원가 부담을 분양가에 전가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입니다.
실제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3월(잠정) 건설공사비지수는 151.11로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020년 3월(118.06) 대비 27.98% 올랐습니다.
통상 주택 사업에서 건축공사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0% 수준이고, 대지비를 따로 내지 않는 정비사업의 경우 공사비 비중이 최대 70%까지 높아지기 때문에 공사비가 오르면 당연히 분양가를 밀어올릴 수밖에 없고요.
여기에 PF 금리가 대형 건설사 기준 12%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자금 조달 부담도 높아졌습니다.
e편한세상 용인역 플랫폼시티의 경우 PF대출과 토지신탁계약 규모를 감안하면 단순 계산으로 가구당 평균 7억원 이상의 분양가가 책정돼야 겨우 남는 게 있을 정도라고 하고요.
이런 요인들이 분양가에 반영되면서 그동안 분양가 상한제에 막혀 억눌렸던 분양가의 '키 맞춤'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입니다. 단순히 경기도라서 서울보다 저렴해야 된다는 말은 이제 안 통한다는 거죠.
<앵커>
그런데 가격이 너무 비싸면 안 팔리지 않나요?
<기자>
일단 고분양가 논란이 예상됐던 용인과 광명 두 단지 모두 청약에선 선방했다는 평가입니다.
최근 진행된 청약 접수 결과 e편한세상 용인역 플랫폼시티는 평균 3.83대 1, 광명자이더샵포레나도 11.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기 때문인데요.
이걸 두고 시장에서는 수요자들이 수도권에서 국평 10억원이라는 분양가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 들어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1,699만원으로 지난해 대비(1,521만원) 약 12% 뛰었는데요.
청약 경쟁률은 올해 1분기 기준 1순위 경쟁률이 평균 5.45대 1로 전분기인 지난해 4분기(3.63대 1)를 넘어섰고, 같은 기간 무순위 청약 경쟁률도 두 배 가까이 치솟았습니다.
분상제 무력화, 공사비와 금융 비용 증가 등으로 앞으로 분양가가 떨어지기 힘들다고 판단한 수요자들이 하루라도 빨리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결국 집값은 오늘이 제일 싸다는, 부동산 호황기때나 통했던 말이 나온다는 거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호황기라 하기엔 무리가 있고, 이런 상황에서 수요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을 넘어서면 미분양으로 남을 수밖에 없을 텐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전문가들은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지역에서 분양가 고삐가 풀린 만큼 이대로 급등이 이어지면 미분양 리스크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실제로 10대 건설사의 지난해 말 미청구 공사액은 1년 만에 2조 원 넘게 증가했습니다.
미청구 공사액은 시공사가 공사를 하고도 발주처에 대금 지급을 요청하지 못한 금액을 뜻하는데요.
분양시장이 호황일 때는 분양을 완료한 후 발주처와 정산해 처리하면 그만이지만 미분양이 대거 발생하는 등 발주처로부터 공사비를 온전히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미청구 공사금액도 급증하게 돼 있습니다.
통상 매출액 대비 미청구 공사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25%를 넘으면 위험하다고 보는데요.
지난 2021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이 비중이 25%를 넘는 건설사는 한 군데도 없었지만, 지난해 유동성 위기를 겪은 롯데건설(38%)과 아파트 붕괴 사고로 손실이 발생한 HDC현대산업개발(28%)이 '마의 25%'를 넘겼습니다.
문제는 작년엔 미분양이 올해보다 많지 않았다는 거죠. 업계에서는 미분양이 내년부터나 의미 있게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는 만큼 과연 어느 수준까지 분양가를 올릴 지 건설사들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방서후 기자 shba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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