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거부' 피켓 든 학생들... "정치 동원" - "선택 맡겨"

충북인뉴스 최현주 2023. 5. 10. 15: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충북 고교 학부모, 기자회견서 문제제기... 진천 여성농민회 "정치도구 이용은 왜곡"

[충북인뉴스 최현주]

 은여울고등학교 학부모 김경준 씨가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자녀가 정치 선전선동 도구로 이용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충북인뉴스
충북의 한 공립 대안학교 학생들이 지난 달 영화관에서 '윤석열 정권 거부한다'는 종이피켓을 든 것을 두고 특정 정치행사에 동원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당 학교 교사들과 시민단체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중·고등학교 과정으로 이뤄진 도내 A대안학교의 고등학생들은 지난달 26일 영화 <다음 소희> 관람을 위해 영화관으로 체험학습을 갔다. 당시 현장에 있던 진천군여성농민회 회원들이 학생들에게 '윤석열 정권 거부한다'는 종이피켓을 들어달라고 권유했고, 이 과정에서 교사들의 대처가 적절치 못했다는 것이다. 

학부모 B씨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일로 자신의 자녀가 "심한 충격을 받았다"며 "몇몇 교원들의 일탈행위인지, 학교의 최종관리자가 재가한 행사인지, 특정 정치집단과 협의하고 계획한 것인지 철저히 조사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엄격한 처결을 통해 학교와 교원들에게 부여된 정치적 중립과 건강한 사상과 올바른 이념이 교수되도록 해 달라"고 했다.

또한 B씨는 교내에서 '사회주의 선동교육이 자행되고 있다'며 충북교육청에 이를 파악한 뒤 조처해 달라고 촉구했다. 자신의 자녀에게 학교의 평소 수업행태와 교육내용을 물어본 결과, 한 교사가 동아리 모임 때 '사회주의 체제가 더 좋다'고 가르쳤다는 주장이다.

B씨는 2020년 코로나19 시기 비대면 수업에서 모 교사가 이승만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발언을 하는 것을 자신이 직접 들었다며 "우리 아이들을 건강한 이념과 사상을 가진 교원에게 안심하고 맡길 수 있도록 교육청에 강력히 요청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충북교육청 김흥준 공보관은 "지난 1일 A고교 학생 27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학부모님이 언급한 내용을 서술한 학생은 5명이다"라며 "8일 감사관에 정식으로 감사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학교 측 "정치선동 아냐, 아이들 선택에 맡겼을 뿐"

A고교 교장은 "학생들의 노동인권 교육을 위해 영화 관람을 했다. 마침 진천군 8개 단체에서 영화 <다음 소희>를 관람하고 있었고, 진천군여성농민회에서는 양곡관리법 때문에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 여러 사람들에게 피켓을 나누어주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교사들은 사전에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갑자기 벌어진 일이라 교사들도 특별하게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켓을 드는 것과 사진 찍는 것을)아이들의 선택에 맡겼고, 일부 학생이 거부를 해서 존중해줬다"고 했다.

교사들이 사회주의 선동교육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박명진 교사는 "2020년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드는 과정에서 협동조합의 역사와 사회주의 모델로서 협동조합에 대해 공부를 했다. 사회주의 체제가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협동조합이 생겨났다는 것을 교육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여러 명의 외부강사를 초청했었다. 학부모님이 지적하신 발언이 실제 있었는지는 사실상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현재 A고교 교사들은 언론보도, 학부모 기자회견, 국민의힘 충북도당의 성명 등 일련의 과정이 진행되면서 사실이 왜곡·과장되며 정치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천군여성농민회 "원치 않으면 피켓 안 들어도 된다고 공지"

학생들에게 피켓을 들도록 권유했던 진천군여성농민회도 학부모 B씨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유주영 진천군여성농민회장은 "농업문제를 함께 고민해보자는 취지였다. 원하지 않으면 피켓을 들지 않아도 된다고 공지를 했다. 사전에 학교나 교사들과 상의한 것이 전혀 아니다"라며 "이번 일로 아이들이 상처를 받을까봐 너무 걱정이다. 의도치 않게 피해를 주게 됐다"고 말했다.

진천군여성농민회는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갑작스럽게 준비하면서 참여단체들의 사전 동의를 구하지 못한 채 진행한 점과 상영장에 학생들이 참석했다는 사실에 대해 좀 더 배려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일들이 마치 학생들을 정치도구로 이용하고 정치편향적인 교육을 위해 진행된 것처럼 왜곡되고 있는 현실에 참담함을 금치 못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충북·청주시기독교연합회 관계자와 충북자유민주시민연합 이재수 대표도 참석했다. 이재수 대표는 "지인으로부터 기자회견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내용을 알고 싶어서 참석했다"며 "다른 분들과 논의 후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밝힐 것이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