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든 수출, 질 좋은 일자리 급감…제조업 취업 9.7만 줄었다

정진호 2023. 5. 1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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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35만명 이상 증가하면서 예상치를 상회했다. 숙박·음식업, 보건복지업과 같은 서비스업에서 고용 인원이 증가하면서 노동시장을 떠받쳤다. 그러나 제조업 취업자는 4개월째 전년 대비 감소세를 이어갔다. 민간소비가 증가하는 등 내수는 양호하지만 수출 부진은 장기화하는 경제상황이 고용시장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예상 벗어난 고용호조, 왜?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4월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5만4000명 증가한 2843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전년 대비 30만~40만명대 취업자 수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정부는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을 10만명으로 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전년 대비 8만4000명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놨다. 그러나 지난달 고용률은 62.7%로 4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전망이 빗나가고 있다.

내수 활성화에 서비스업 고용↑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지만, 민간소비는 증가하는 등 내수가 양호하다 보니 대표적인 대면 서비스업에서 큰 폭의 취업자 증가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업종별로 보면 지난달 숙박·음식업 취업자가 1년 전보다 17만1000명(8.1%) 증가해 228만2000명에 달했다. 보건 및 사회복지업 취업자는 이 기간 14만8000명(5.5%) 늘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지난 2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5.2%, 3월 소매판매는 2월 대비 0.4% 늘었다.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상황에서 나들이 철이 오자 여행 등 외부활동이 늘어난 영향이다. 김시동 기재부 인력정책과장은 “서비스업은 경기가 좋을 때 고용을 빠르게 늘리는 경향이 있다 보니 최근의 내수 호조가 고용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또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어난 게 취업자 수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여성 취업자는 1249만명으로, 1년 전보다 34만5000명 늘었다. 같은 기간 남성은 9000명이 증가하는 데 그쳤다. 숙박·음식업, 보건·사회복지업 등 남성보다 여성 취업자가 많은 업종이 고용 증가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또 일상 회복으로 인해 돌봄 부담이 줄어든 것도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어난 이유다.


수출 부진에 제조업 취업자 감소


10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시민이 구인게시판 정보를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고 있다. 연합뉴스
긍정적인 신호만 있는 건 아니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는 446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9만7000명 감소했다. 4개월째 전년보다 줄었다. 지난달은 2020년 12월(-11만명) 이후 29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하는 등 제조업에서의 고용 부진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국내 제조업은 주로 수출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수출 둔화가 장기화한 게 취업자 감소로 이어졌다는 풀이가 나온다.

실제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14.2% 줄었다. 특히 반도체 수출액이 41% 감소했다. 제조업에 대기업·중견기업이 포진한 만큼 이른바 ‘질 좋은 일자리’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남성 취업자 수 증가 폭은 둔화하는데 여성은 빠르게 늘고 있는 것도 수출 부진으로 인한 제조업 취업자 감소 영향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제조업 취업자는 서비스업과 비교해 경기에 보다 후행하는 경향이 있다. 상반기 수출 부진의 영향으로 하반기에 제조업 취업자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라며 “대면서비스업이 취업자 증가를 이끌었는데 해당 업종은 고용시장이 유연하다 보니 다음 달에도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어 불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청년 취업↓, 고령층이 고용시장 주도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상 취업자가 44만2000명 늘었다.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를 제외하면 전체 취업자 수가 8만8000명 줄어든다. 청년층(15~29세)만 보면 취업자는 13만7000명이 감소하면서 6개월 연속 하락세다. 지난달 감소 폭은 2021년 2월(-14만2000명) 이후 2년2개월 만에 가장 큰 수준이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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