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해서 징계하니 "아동학대"...교사 60% "이 학교 못다니겠다"
교사 A씨는 지난해 두 학생 간 학교폭력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한 학생으로부터 욕설을 들었다. 학교는 교권보호위원회를 열고 학생에 대해 특별교육이수 조치를 결정했다. 그러자 그 학생의 부모가 항의를 하며 “방송에 제보하겠다”고 교사를 협박했다. “교사가 휴대폰으로 아이를 때리려 했다”며 아동학대로 고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건은 검찰에서 무혐의로 종결됐다.
교사 B씨는 수업 중 한 학생의 책상 위에 쌓여있던 책 몇 권이 떨어지자 책을 주워주며 “정리해라”고 말했다. 다음 날, 학생의 부모가 찾아와 “아이 손목을 내리쳤다”며 항의하고 아동학대로 신고도 했다. 이 사건 역시 무혐의로 결론났다.
10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발표한 '2022년도 교권 보호 및 교직 상담 활동 보고서'에 실린 사례다. 교총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교권 침해 상담·처리 건수는 520건으로 2016년(572건) 이후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에는 교권 침해 상담 건수도 402건까지 떨어졌지만 최근 2년 연속 늘면서 코로나19 유행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교총은 “전면 대면수업 전환이 가장 큰 증가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동학대 고소 증가하는데…“대부분은 무고 처리”
교원들이 교총에 소송비 지원을 신청하는 건수도 매년 늘고 있다. 교총은 “전체 소송비 지원 건수 중 아동학대와 관련한 소송이 2018년 17.4%에서 지난해 23.6%로 증가했다”며 “대부분 검찰에서 ‘무혐의’ 종결될 만큼 무고한 사건이거나 '아니면 말고' 식의 내용이 많았다”고 말했다.
“정신과 치료도 받았다”…이직 고민하는 교사들
교육활동을 하다 아동학대로 신고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교사는 5.7%(649명)였다. 최근 5년간 교권 침해로 정신과 치료나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한 교사도 26.59%(3025명)나 됐다. 응답자 중 59.4%가 “최근 1년간 (매일·종종) 이직 또는 사직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교원단체는 정당한 교육활동과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간주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교총은 관련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아동복지법, 아동학대처벌법 등에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서는 아동학대 범죄로 보지 않는다’,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형사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식이다.
교총 관계자는 “악의적 아동학대 신고에 대해서는 교육감이 무고 또는 업무방해로 고발할 필요가 있다”며 “피해 교원에 대해서는 심리 상담·치료·요양 등의 보호조치와 교원치유센터 지원, 소송비 지원을 보장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집 100m앞 골목길서 아빠 차에 치인 6살 아들…결국 숨졌다 | 중앙일보
- 간세포암 치료 물질 찾았다, 30일 만에 일어난 ‘AI 혁명’ | 중앙일보
- 자녀 5명인데 내연녀 자식 키우라는 남편, 폭력까지 휘둘렀다 | 중앙일보
- 택시비 포항→대전 28만원 먹튀…두 여성이 기사에게 쓴 수법 | 중앙일보
- '소주한잔'도 안 판다…세븐일레븐, 결국 임창정 손절 수순 | 중앙일보
- "지금 사법부는 중병 걸렸다" 법관대표회의 의장 쓴소리 | 중앙일보
- "친동생 사망 사건 재판, 법원 도착하니 일정 바뀌어 있어" | 중앙일보
- [단독] 정부, 후쿠시마 '오염수→처리수' 용어 변경 검토 착수 | 중앙일보
- [단독] '북한 어선 무덤' 수십척…죽음의 조업 내몬 김정은 민낯 | 중앙일보
- 커피 뿌린 흡연남들, 자영업자였다…"손에 걸려서" 결국 사과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