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담보잡힌 아파트에 주인도 모르는 전·월세 계약이… ‘깡통전세’ 우려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2023. 5. 1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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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보증금 사기 피해가 전국적으로 일파만파 번지는 가운데 경남 하동에서 주인도 모르는 아파트 전·월세 계약이 이뤄져 '깡통 전세' 우려를 낳고 있다.

이 아파트의 세입자 20여가구 대부분이 건물의 실제 소유주가 아닌 사람과 전·월세 계약을 맺은 사실이 드러나 주인이 퇴거를 요구하면 보증금을 떼인 채 쫓겨날 처지에 놓인 것이다.

10일 금융기관과 제보자 등에 따르면 경남 하동군 진교면에 있는 S 아파트의 전·월세 계약을 실 소유자인 우리자산신탁은 모른 채 시행사인 A건설이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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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하동 S아파트, 세입자 20여가구 거주
시행사, ‘담보신탁’ 맡겨놓고 주인처럼 계약
신탁회사 “계약사실 몰랐다, 대책 논의 중”

전세보증금 사기 피해가 전국적으로 일파만파 번지는 가운데 경남 하동에서 주인도 모르는 아파트 전·월세 계약이 이뤄져 ‘깡통 전세’ 우려를 낳고 있다.

이 아파트의 세입자 20여가구 대부분이 건물의 실제 소유주가 아닌 사람과 전·월세 계약을 맺은 사실이 드러나 주인이 퇴거를 요구하면 보증금을 떼인 채 쫓겨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10일 금융기관과 제보자 등에 따르면 경남 하동군 진교면에 있는 S 아파트의 전·월세 계약을 실 소유자인 우리자산신탁은 모른 채 시행사인 A건설이 진행했다.

2017년 A건설은 부산시중앙신용협동조합(중앙신협)에서 주택건설자금을 대출해 공동주택 신축을 시행했다.

이후 2018년 자금 부족으로 공사 진행이 어려워지자 A 사는 시공사 등에서 자금을 빌려 신축을 이어나갔으며 준공된 이후에도 공사대금 등을 지불하지 않아 현재까지 채권이 잡혀있는 상태다.

중앙신협은 건설자금대출금 회수를 위해 A 사의 대출금을 상환받지 않은 상태에서 완공된 공동주택을 담보로 B 사에 대출을 해줬다.

B 사는 A 사 대표가 공동주택 관리·운영을 목적으로 설립한 회사이다. B 사가 받은 담보대출은 A 사의 주택건설자금 대출을 상환하는 데 사용됐다.

A 사 대표는 B 사를 설립한 뒤 신탁회사에 소유권을 위탁하고 ‘담보신탁’ 방식으로 중앙신협으로부터 돈을 빌렸다.

담보신탁이란 부동산의 관리와 처분 권한을 부동산신탁회사에 맡긴 후 수익증권을 발급해 이를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빌리는 제도를 말한다.

하지만 A 사 대표 강 모씨는 소유권을 넘겨받은 우리자산신탁의 동의 없이 전·월세 계약을 진행했고 B 사의 대출이자 등을 갚고 있다. 원래 아파트 분양이 목적이었지만 소유권 이전 권한이 없기 때문에 A 사는 편법으로 전·월세 임대로 돌린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S아파트는 총 26채 가운데 20여채가 임대됐고 A 사가 임차인 20여명과 계약해 임대보증금 총 5억여원에 1000여만원의 월임대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건물의 실 소유자인 신탁회사가 동의하지 않았는데 위탁자가 전세계약 등을 시행했을 때 소유자는 부동산 처분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우리자산신탁 관계자는 이에 대해 “A 사로부터 임대차 계약 진행 요청을 받은 적이 없었다”며 “회사에서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 중”이라고 답했다.

한 제보자는 “A 사를 실소유주로 알고 전·월세 계약을 한 임차인들이 권한 없는 허위 계약에 따라 피해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중앙신협 등 시행사에 돈을 빌려준 대주단의 한 관계자는 “만일 이자 변제가 제대로 안되는 등 부실 대출이 발생하면 권한이 없는 ‘가짜’ 주인과 전·월세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세입자들을 강제로 쫓아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동경찰서 수사과는 “전세 사기에 관한 고소나 고발이 현재 접수된 것은 없다”며 “사건이 접수되면 임대차 계약서의 허위 여부를 토대로 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했다.

공동주택 시공사와 하도급사들은 A 사로부터 채권을 회수하지 못한 상태이며 A 사 대표는 사기죄로 1년 6개월 징역형 유죄 판결을 받아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A 사의 채권자들은 건물 소유가 A 사에서 신탁회사로 넘어가면서 건축물에 대해 압류 등 법적 권리 행사도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한편 전·월세 계약을 진행한 A 건설사에 대한 대출도 정상적이지 않은 편법으로 대환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부산지역 한 금융권 인사는 “A 사의 대출 또한 A 사 명의로 대출이 불가능하자 동일 담보물로 B 사를 신설해 B 사 명의로 대출을 받은 뒤 A 사 대출을 상환하는 것은 ‘차명대출’이므로 대출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kimpro7777@asiae.co.kr
영남취재본부 황두열 기자 bsb0329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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