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미일 밀착에 또 '찔러보기'…뒤에선 '핵 한방' 노린다?
북한이 10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의 한ㆍ일 정상회담에 대해 “대미 추종과 대일 굴욕 행위로 미국이 그처럼 바라던 한ㆍ일의 군사적 결탁 관계가 무모한 실천 단계에 들어서게 됐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논평에서 “더욱 엄중한 것은 미국의 ‘확장억제력’ 실행강화에 일본도 참여할 수 있다고 떠들어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매체는 이어 “미국에 (한ㆍ미ㆍ일) 3각 군사동맹에 기초한 아시아판 ‘나토’ 형성의 발판을 마련하는 기회가 됐다”고 비난했다
이날 보도는 한ㆍ일 정상회담에 대한 북한의 첫 반응이다. 그런데 북한은 지난 7일 정상회담 이후 3일 만에 반응을 내면서도 관영매체를 통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 등을 공개하는 공식적 방식이 아닌 대외 선전매체를 활용했다. 외교가에선 북한이 김정은 정권의 공식 외교 채널이 아닌 선전매체로 격(格)을 의도적으로 낮췄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북한이 한반도 상황을 자기 주도적으로 끌고 가기 위한 묘수가 없는 상황에서 정공법이 아닌 변칙적 ‘잽’을 날리며 장외공방전을 펼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비공식 채널을 통해 ‘찔러보기’나 ‘간보기’ 형식의 원론적 입장표명으로 전면 대치를 피하면서 국면을 반전시킬 기회를 기다린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은 지난달 26일 한ㆍ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과거와 다른 형태의 반응을 보였다.
북한은 한ㆍ미 정상이 이른바 ‘핵방패’로 불리는 대북 확장억제력 강화안을 담은 ‘워싱턴 선언’을 발표한 지 3일이 지난 지난달 29일 관영매체를 통해 김여정의 ‘입장문’을 공개했다.
북한은 중요도에 따라 성명, 담화, 보도, 비망록, 논평, 기자회견 등을 내놓는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입장문’은 기존에 없던 형식으로, 기존 성명이나 담화에 비하면 훨씬 낮은 수위의 반응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김여정의 입장문은 평소 노동신문 2면 최상단에 배치됐던 기존 담화 등과는 달리 2면 하단에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의 기사로 처리됐다.
북한의 이러한 대응 기조에 대해 일각에선 ‘더 큰 한 방’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을 벌려는 전략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북한의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한ㆍ일 정상회담에 대한 비난 입장을 내면서 “침략과 약탈의 과거사를 덮어버리고 독도 강탈과 핵오염수 방류 책동을 더욱 노골화하며 조선반도 재침 흉계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주장을 펼쳤다.
북한이 지목한 과거사, 오염수 방류, 일본의 재무장 가능성 등은 현재 여야 정치권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지점이다. 북한이 의도적으로 ‘남남갈등’을 조장해 중ㆍ장기전에 앞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 지형을 만들고자 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북한은 한ㆍ미ㆍ일의 강력한 연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뒤로는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HEU) 생산에 속도를 내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북한 외무성도 이날 오후 일본연구소 연구원 명의의 글을 통해 "일본이 미국의 3각 군사공조체제 구축에 한사코 매여 달린다면 동북아시아 지역을 불안정에 몰아넣고 종당에는 불바다로 만들어 그 속에서 스스로 타죽는 신세가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하지만 이것 역시 기존의 성명 등과는 다른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한 찔러보기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한편,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날 미국 상업위성 ‘플래닛 랩스’가 지난 4일 촬영한 영변의 위성사진을 분석해 “영변 핵 단지의 폐연료봉 저장고와 5㎿ 원자로 사이에서 차량 5∼6대가 식별됐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이어 “차량에 폐연료봉을 실어 재처리 시설인 ‘방사화학실험실’(RCL)로 옮겨 재처리를 거쳐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과정이 진행 중인 것으로 추측된다”고 전했다.
지난달 12일 촬영된 이 일대의 열적외선 영상에서도 방사화학실험실, 우라늄 농축시설, 5㎿ 원자로의 온도가 높게 나타났다. 핵무기 원료를 만들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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