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Stage]'생식기 터부는 사절'…진짜 10대 여성의 몸 이야기 '댄스네이션'

김희윤 2023. 5. 10.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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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댄스네이션' 이오진 연출 인터뷰
30대부터 60대 배우가 연기하는 10대 댄스팀 이야기
"나의 욕망과 내 몸의 욕망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10대 여성 서사"

남녀의 신체적 특징이 드러나는 이차 성징은 만 11세를 전후해서 발현된다. 이 시기 자신의 욕망, 그리고 내 몸의 욕망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10대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댄스 네이션’은 망설이거나 저어하지 않고 관객에게 직설적으로 묻는다.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느냐고.

연극 '댄스네이션'. [사진제공 = 두산아트센터]

미국 소도시 댄스학원에서 전국대회 우승을 목표로 춤을 추는 7명의 소녀와 1명의 소년 이야기를 그린 연극 ‘댄스 네이션’의 이오진 연출은 “그들의 존재를 예쁘거나, 추하거나, 더럽거나, 훌륭한 것이 아닌 ‘비판단적 상태’로 구현하는 것이 작품의 제1 목표였다”고 말한다.

원작자 클레어 배런은 작품 첫 장에 극 중 10대 여성들을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로 캐스팅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이 연출 역시 실제 10대 배우들과 하는 게 아니라면,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들과 함께하는 게 최고의 선택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30대부터 60대까지 배우들이 10대 캐릭터를 연기하며 자신의 10대를 돌아보기도 하고, 그때와 지금의 자신이 겹치는 순간을 무대에서 마주하는 경험이 곧 10대의 몸을 감각하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한 이 연출은 “그 속에서 성적 욕망, 호기심과 두려움이 뒤섞인 감정이 폭발하는 10대 여성이 무엇인지를 깊이 탐색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10대를 재현하지 않으면서도 관객에게 오롯이 전달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은 곧 다양한 몸, 다양한 신체를 통해 가장 생생한 10대의 모습으로 관객에게 전달된다. 표현방식 또한 거칠지만 직접적이다. 이 연출은 “이 작품에는 여성의 생식기를 지칭하는 단어가 72번 나오고, 캐릭터들이 그 힘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은유가 아닌 직유로 대사에 등장한다”며 “여성의 생식기를 실물로 갖고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 또한 나름의 그것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고, ‘OO의 힘’은 내 안에 존재하지만, 내가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는 내면의 힘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터부시된 단어 자체에 대한 중의적 의미까지 품은 그 힘은 강렬한 춤과 음악과 더불어 작품을 끌고 나가는 추동력이 된다.

연극 '댄스 네이션' 이오진 연출 [사진제공 = 두산아트센터]

10대 주인공이 대회를 목표로 주제에 매진하는 서사는 이제 하나의 클리셰가 됐다. 몸치였던 괴짜 주인공들이 음악에 몸을 맡기며 성장하는 영화 ‘워크잇’이나 최고의 연주자를 꿈꾸며 드럼에 매진하는 주인공과 무자비한 스승이 등장하는 영화 ‘위플래쉬’ 등 10대의 방황과 반성, 그리고 뻔하게 느껴지는 각성 스토리를 ‘댄스 네이션’은 과감하게 뒤집는다.

주역을 도맡는 아미나와 만년 2등인 주주 사이의 우정과 긴장감, 대회를 앞두고 출전작 ‘간디의 영혼’에서 드디어 주역이 된 주주와 이를 둘러싼 댄스팀 멤버 간의 오묘한 관계들을 두고 이 연출은 “각각의 캐릭터 특성과 상호 관계성이 한 명, 한 명 전부 다 드러나고 이 들이 어디에서 시작해 어디로 가는지를 관객이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의 의도처럼 작품 속 10대 여성들은 자위, 첫 경험, 연애, 결혼 등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에 대한 온전한 감정을 대화에서 마음껏 쏟아낸다. 뭔가 가득 차 있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 강렬한 감정을 명명하지 못하는 10대의 복잡다단한 심리가 대사 하나하나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작품에는 장애인 배우 2명이 출연한다. 주주 엄마 역의 강보람 배우와 댄스팀의 청일점인 루크 역의 백우람 배우다. 이 연출은 “작품 연습을 거듭하다 보니 어느새 이분들이 장애인이었다는 사실을 잊을 만큼, 그 캐릭터에 적역인 배우라고 느꼈다”며 “이분들이 비장애인 배우들이 하지 못하는 속도와 호흡으로 독백을 할 땐 오히려 그 언어가 명확하게 다가오고, 그 의미가 다르게 들리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때 작품의 전체적 흐름과 속도 또한 굉장히 구체적이고 입체적으로 변모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나는 그 순간의 아름다움에 대해 많이 느낄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다소 불편할 수 있는, 10대의 성적인 이야기가 부각되지만, 이 연출은 ‘댄스 네이션’의 장르를 코미디, 그것도 블랙코미디라 규정한다. 덧붙여 우리에게는 이런 이야기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변한다. “주제를 무겁게들 보시고, 나 역시도 무거운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사실 ‘댄스 네이션’은 춤추는 10대의 유쾌함을 다룬 코미디다. 정말 웃기고 싶어서 혈안이 된, 그리고 주인공 캐릭터 하나하나가 너무 귀여운 10대인데, 이들을 통해 우리가 타인의 템포가 아닌 나만의 리듬으로 춤을 추고, 또 내게 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관객들이 꼭 발견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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