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부담 커지는 자녀교육비‥한국형 주니어 ISA 도입해야

2023. 5. 10.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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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통계나 수치를 찾아보지 않더라도 자녀 교육비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는 가정은 없을 것이다.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음에도 증시에 상장된 사교육업체들의 실적이 좋은 것을 보면, 인당 교육비가 증가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가늠할 수 있다.

지금은 이 펀드는 '주니어 ISA'(개인종합저축계좌)로 통합 흡수됐다.

제도는 바뀌었지만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고 18세까지 인출할 수 없는 것은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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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통계나 수치를 찾아보지 않더라도 자녀 교육비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는 가정은 없을 것이다.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음에도 증시에 상장된 사교육업체들의 실적이 좋은 것을 보면, 인당 교육비가 증가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가늠할 수 있다. 좋은 학군을 찾아 나서는 학부모들로 인해 1급 학군지의 주택 가격은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비싼 편이다. 미국도 사정은 마찬가지인 듯하다.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은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시절 집필한 ‘맞벌이의 함정’이란 책에서 멀쩡한(?) 중산층 맞벌이 부부들이 파산지경에 내몰리는 이유 중 하나로 교육비를 꼽는다.

미국이나 영국 그리고 일본 등은 자녀 교육비에 대한 이런 부담을 덜어주고자 세제 혜택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이 1996년 도입된 미국의 ‘529 플랜’이다. 일종의 교육비 계좌로 운용 수익에 대해서는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주마다 조금 제도가 다른데, 주에 따라서는 소득공제 혜택을 주기도 한다. 조부모나 친척도 불입해 줄 수도 있다. 용도도 정해져 있다. 대학 학비나 기숙사비 등 교육에만 돈을 써야 한다. 다른 용도로 쓰면 세제 혜택도 못 받고 벌금도 내야 한다.

영국도 금융교육과 미래세대의 교육비를 지원하기 위해 2002년에서 2011년까지 ‘차일드 트러스트 펀드’를 운용했다. 아이 출생 시와 7세에 각각 250파운드를 정부가 지원하고, 부모들이 추가로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발생한 수익에 대해서는 비과세되고, 18세까지는 인출할 수 없다. 지금은 이 펀드는 ‘주니어 ISA’(개인종합저축계좌)로 통합 흡수됐다. 제도는 바뀌었지만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고 18세까지 인출할 수 없는 것은 동일하다.

일본도 영국의 ISA제도를 벤치마킹해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주니어 NISA 계좌를 가입하면 비과세 혜택을 주었다. 일본에 거주하는 0-19세 미성년자만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다. 일본은 주니어 NISA는 없앴지만, 성인들이 가입한 수 있는 NISA의 세제 혜택 기간을 평생으로 늘리고 한도도 증액을 하면서 전체적으로는 세제 혜택 범위를 넓혀 주었다. 아시아권에서는 일본뿐만 아니라 싱가포르도 비슷한 제도를 도입해 성공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선진국들이 앞다투어 자녀 명의의 교육비 계좌를 만드는 이유로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하나는 실질적인 교육비 부담 완화이다. 빠르면 태어나자 마다 적립식으로 장기투자를 할 경우, 자녀가 성인이 되었을 때는 적지 않은 목돈을 지니게 된다. 그리고 계좌에 투입되는 돈은 저축 상품이 아닌 주로 투자상품으로 운용된다. 장기자금이 자본시장이 흘러 들어오도록 해 투자 문화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도 담겨 있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금융 교육이다. 영국 같은 나라는 청소년기의 금융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학교 정규 교육에 금융 수학을 도입하기도 했다. 청소년기에 올바른 금융 지식을 갖추면, 성인기에 치명적인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단 한 번의 실수로 신용 불량자가 되거나 무리한 투자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금융 교육이 절실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자녀 명의로 가입할 수 있는 절세 상품이 부재하다. 세제 혜택이 투자를 유도하는 가장 강력한 인센티브라는 점을 감안할 때, 지금이라도 교육비 경감을 위한 장기 절세 상품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상건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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