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까 떠날까, 프로농구 FA '빅5'의 장단점
[이준목 기자]
2022~2023 시즌이 안양 KGC인삼공사의 통합 우승으로 막을 내린 가운데, 프로농구에 FA(자유계약선수)의 시간이 돌아왔다.
KBL(한국농구연맹)은 최근 올해 FA 자격 대상자 47명을 발표했다. KBL FA 협상은 오는 22일까지 10개 구단과 선수 간의 자율협상으로 진행된다. 리그 판도를 흔들 수 있는 대어급 선수들이 대거 쏟아져나오며 주목받고 있다. 전반적으로 장신에 다재다능한 포워드 자원이 많이 나왔다는 것이 올해 FA시장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몸값, 기량, 나이, 스타성 등을 종합할 때 올해 FA중 최대어로 분류될만한 선수는 5명이다. KGC 통합우승의 주역인 오세근과 문성곤, 준우승팀 서울 SK의 최준용,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이대성, 수원 KT의 양홍석을 꼽을 수 있다.
오세근은 자타공인 리그 최고의 토종빅맨으로 꼽힌다. 35세의 나이에도 올해 챔피언결정전에서 평균 19.1점 10.0리바운드를 기록하면서 안양 KGC의 통합 우승을 견인하고 챔프전 MVP까지 등극했다.
KGC의 원클럽맨인 오세근은 2011년 프로 데뷔 이래 총 4회의 챔프전 우승과 3회의 챔프전 MVP를 획득하며 명실상부한 레전드의 반열에 올랐다. FA는 이번이 두 번째로, 2016~2017시즌에 첫 FA 자격을 얻었을 때는 KGC와 계약기간 5년에 보수총액 7억5000만원으로 재계약한 바 있다.
오세근은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선배 양희종과 함께 KGC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다. KGC에 남는다면 양희종에 이어 영구결번이 될 가능성도 유력하다. 기량 면에서도 적지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최정상급이라, 오세근이 건재한 KGC는 내년에도 우승후보로 꼽힐 만하다. KGC가 여전히 잡아야 할 이유가 충분하고, 오세근이 굳이 KGC를 떠나야할 만한 이유도 보이지 않는다.
변수는 또다른 팀내 거물급 FA인 문성곤의 존재와 FA 보상규정이다. '제2의 양희종'으로 불리우는 문성곤은 사상 최초로 4년연속 수비왕을 수상한 리그 최고의 수비형 포워드다. 문제는 KGC가 오세근과 문성곤, 두 선수에게 동시에 만족할만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느냐다. 여기에 슈팅가드로 KGC 우승에 기여한 또 다른 주요자원인 배병준 역시 FA다.
KGC가 2010년대 이후 '왕조급' 강호로 부상하면서 생긴 딜레마는, 몸값과 위상이 높아진 스타선수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다른 팀으로 떠나보내는 상황이 매년 반복되었다는 것이다. 이정현, 김태술, 박찬희, 이재도, 전성현 등이 모두 KGC에서 슈퍼스타로 성장하여 떠난 선수들이다.
KGC는 팀내에서 대어급 선수가 동시에 FA가 되었을 때 모두 잡으려고 하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골랐다. 2014년 양희종과 김태술이 동시에 FA가 됐을 때 양희종을 택했고, 2017년에는 오세근과 이정현중에 오세근만을 잔류시킨 바 있다.
문성곤은 모든 팀이 탐낼만한 리그 최정상급 3&D 포워드다. KGC에서는 팀사정상 궃은 일에 더 전념하며 조연에 충실했지만, 다른 팀에 가면 더 다양한 역할로 중용될 가능성도 높다. KGC가 만족할만한 조건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이정현이나 전성현처럼 이적을 선택할 가능성이 오세근보다 높다. 또한 오세근의 경우에도 첫 FA 때와 비교하면, 여전히 보수 30위 이내 선수지만 보상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35세를 넘겼기에 타 구단들이 여전히 경쟁력 있는 빅맨인 오세근의 영입전이 뛰어든다면 몸값 경쟁이 올라갈 가능성은 충분하다.
지난해 정규리그 MVP였던 최준용은 올시즌에는 부상으로 주춤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리그 최고의 올어라운드 플레이어로 꼽힌다. 2m가 넘는 신장에도 게임 리딩이 가능하며 수비, 패스, 득점, 속공 등 다방면에 모두 능하다. 우수한 장신 포워드 자원이 많은 올해 FA시장에서도 최준용은 단연 1순위라고 할 수 있다. 어느 팀에 가든당장 전력을 끌어올수 있는 자원이다.
최준용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은 '멘탈'이다. 최준용은 리그에서 가장 개성이 강하고 자기주장이 뚜렷한 선수로 꼽힌다. 이런 면이 강점으로 나타날때는 창의적이고 화려한 플레이, 쇼맨십과 팬서비스 등으로 팀에 누구보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을수 있다. 하지만 집중력을 잃었을 때는 안이한 플레이와 프로답지 못한 처신으로 오히려 팀에 민폐를 끼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 면에서 선수의 개성과 자율을 존중해주는 분위기가 강한 SK라는 팀에서 데뷔한 것은 최준용에게 큰 행운이었다.
최준용도 줄곧 SK라는 팀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을 드러내왔다. SK가 아닌 다른 팀이나 지도자를 만났다면 최준용이라도 지금의 플레이스타일을 유지하면서 MVP급 선수로 성장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란 시선이 존재하는 이유다.
SK는 간판스타 김선형이 아직 건재하지만 3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를 감안하면, 앞으로 SK의 에이스 계보는 최준용이 이어받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고 자연스럽다. 다만 올해도 부상으로 고작 26경기 출전에 그치며 내구성에 지속적인 불안요소를 드러낸 최준용에게, SK가 얼마나 합리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설득할지가 관건이다.
대어급 중에서 이대성과 양홍석은 이적과 잔류 가능성이 반반이다. 이대성은 소속팀 가스공사가 6강진출에 실패했지만 평균 18.1점 3.1리바운드 4.1어시스트 1.3스틸을 기록함 부상에도 불구하고 국내선수 득점 1위에 오르는 괴력을 과시했다.
이대성은 3년전 첫 FA 당시에는 부동의 최대어였다면, 올해는 그때보다 다른 대어급 선수들이 많이 나왔고 이대성도 나이를 더 먹으며 베테랑이 되면서 주목도는 약간 달라졌다. 친정팀 울산 현대모비스를 떠난 이후, 여러 팀들을 거치며 '저니맨'이 된 이대성은 고양 오리온(현 데이원)에서는 팀을 4강까지로 이끌며 대성공을 거둔 반면, KCC와 가스공사에서는 팀전술 및 동료들과의 조화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출중한 개인능력은 검증됐지만 강한 개성 때문에 강팀의 리더나 에이스로 적합한 선수인지는 여전히 평가가 갈리는 대목이다.
양홍석은 올해 FA대어중 가장 어린 26세에 불과한 '젊음'이 가장 큰 매력이다. 나이에 비하여 풍부한 경험, 준수한 공격력과 내구성, 여전히 발전의 여지가 있는 잠재력 등은 포워드진 보강을 원하는 구단들이 매력을 느낄 만하다. KT는 올해 봄농구 진출에 실패했지만, 다음 시즌 가드 허훈이 제대하기 때문에 양홍석을 잔류시킨다면 다시 우승에 도전할만한 전력을 갖출 수 있다.
하지만 양홍석은 허훈이 있는 한 KT에서는 2인자의 그늘을 벗어나기 어렵다. 허훈이 없었던 올시즌에는 본인의 역량을 증명해야 했지만, 오히려 잦은 기복과 기량 정체를 드러내며 아쉬움을 남겼다.
양홍석은 지난 9일 서울 KBL 센터에서 열린 자유계약선수 설명회에 참석해 의미심장한 언급을 했다. FA에 대한 질문을 받고 "아직 결정하지 못했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농구하고픈 마음도 있다"는 발언을 해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양홍석의 올해 보수 총액은 5억 원으로, 양홍석을 영입하는 구단은 kt에 현금 10억 원을 보상하거나 2억 5000만 원에 더해 보상 선수 1명을 내줘야 한다.
한편으로 빅5 외에도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주력 선수인 정효근과 이대헌을 비롯하여 SK의 수비핵심인 최성원, 창원 LG의 장신포워드겸 식스맨 김준일, KGC의 슈팅가드 배병준 등 준척급 선수들도 만만치 않다. 부담스러운 보상규정이라는 변수는 있지만, 대대적인 물갈이와 전력보강을 노리는 구단이라면 올해 FA시장에서 과감한 승부수를 걸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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