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들에 경고장 날린 것"…尹 '과감한 인사조치' 돌발 발언 왜
관료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위원들에게 “탈원전, 이념적 환경 정책에 매몰돼 (공무원들이) 새로운 국정 기조에 맞추지 않고 애매한 스탠스를 취한다면 과감하게 인사 조처를 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장관들은 더 확실하고 더 단호하게 자신감을 갖고 업무에 임하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정권이 바뀌었다고 관료 사회에 무작정 불이익을 줘서도 안 된다”고 단서를 달았지만, 대통령이 직접 ‘공무원 인사’를 언급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라 여파가 상당한 분위기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날 윤 대통령의 발언은 준비된 원고에는 없었던 내용이라고 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취임 1주년을 맞아 장관들에게 경고한 것”이라며 “책임 지고 인사를 통해 부처 쇄신을 하든, 그렇지 못하면 장관이 직접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 중 장관들에게 “차관급 인사는 대통령실과 협의하지만, 그 이하는 전적으로 맡기지 않았느냐”는 말도 했다고 한다. 여전히 정부 요직 다수에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포진 중이고, 국정과제에 속도가 붙지 않는다는 취지였다고 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일부 장관의 온정주의 인사에 불만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탈원전과 환경 정책을 콕 집어 언급한 점도 주목을 받았다. 취임 1주년을 맞아 끊임없이 개각설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윤 대통령은 현 강경성 산업정책비서관 자리에 박성택 정책조정비서관을 배치하고, 정책조정비서관엔 최영해 동아일보 부국장을 내정하는 등 대통령실 쇄신 인사도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서 한 용산 참모는 “윤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원전 생태계가 무너져 가는데 탈원전 정책 폐기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답답함을 드러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의 현장에 있던 국무위원은 “특정 이념에 영향을 받는 정책을 거론하다 보니 탈원전과 환경 정책이 자연스레 나온 것”이라며 “일부 장관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취지는 공무원들이 국정 기조와 다른 주장을 펼치면, 그것을 설득하고 달래려 하기보다 과감한 인사조치로 속도를 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내주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뒤 차관급 인사 개편을 단행할 것이라 보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장관급 자리의 경우 소폭 개각 가능성이 거론된다. 여당의 한 재선 의원은 “공직 사회 쇄신과 내년 총선을 대비한 물갈이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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