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만에 1분기 경상수지 적자…폭도 2006년 이후 최대(종합)

서소정 2023. 5. 1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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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 수출품 반도체 경기바닥
中리오프닝 효과도 아직 없어
배당소득으로 3월 소폭 흑자
4월 외국인 배당 집중시즌
다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올해 3월 경상수지가 배당 소득 덕에 2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면서 석 달 만에 가까스로 흑자 전환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반도체 업황 악화와 최대교역국인 중국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흑자 폭은 크게 줄었다. 1분기 경상수지도 2012년 이후 11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3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국내 경상수지는 2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67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던 1년 전보다 65억달러나 감소했다.

경상수지는 올해 1월 42억1000만달러 적자로 통계를 편제한 1980년 이래 사상 최대 수준의 적자를 나타내며 다시 적자 전환했고 2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올해 1분기(1~3월) 전체 경상수지는 44억6000만달러 적자로 1년 전(148억8000만달러)과 비교해 193억4000만달러나 급감했다. 2006년 1분기 49억5000만달러 적자 이후 최대 적자 폭(1분기 기준)이다. 분기별 직전 최저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3분기(-46억4000만달러)였다.

상품수지 6개월 연속 적자…수출 7개월 연속 뒷걸음

세부 항목별로는 상품수지가 6개월 연속 적자를 나타냈다. 전년 동월 대비 66억9000만달러 감소하면서 적자로 전환했다. 수출은 564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1억6000만달러(12.6%) 감소했다. 수출은 글로벌 경기둔화 영향으로 반도체, 화학공업제품, 석유제품 등이 감소하면서 7개월 연속 뒷걸음쳤다.

특히 반도체(통관 기준 -33.8%), 화학공업제품(-17.3%), 석유제품(-16.6%), 철강제품(-10.8%) 등이 부진했다. 지역별로는 중국(-33.4%), 동남아(-23.5%), 일본(-12.2%)으로의 수출이 위축됐다. 수입은 575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14억7000만달러(2.5%) 감소했다.

서비스수지도 19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서비스수지는 전년 동월 대비 20억8000만달러 감소하면서 적자 전환했다. 본원소득수지는 36억5000만달러 흑자로 전년 동월 대비 흑자폭이 26억1000만달러 증가했다. 본원소득수지 가운데 배당소득수지 흑자(31억5000만달러)가 1년 새 28억6000만달러 늘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한은 조사국 상반기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44억달러로 예상했는데 1분기 경상수지 적자가 44억6000만달러로 거의 비슷하다"며 "4월에는 경상수지가 균형 수준으로 갈 것으로 예상되며, 당분간 경상수지가 완만한 개선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신 국장은 "글로벌 IT부진과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2월 전망과 달라진 부분이 있어서 오는 25일 수정경제전망에서는 연간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1분기 경상수지가 2012년 이후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데다 중국 리오프닝 효과도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상수지 적자폭도 2006년 기록했던 49억5000만달러 적자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한국 경제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다만 올해 들어 본원소득수지가 흑자를 지속하고 있어 상품수지 적자를 완충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3월 경상수지가 상품수지 6개월 연속 적자에도 불구하고 지난 1, 2월 적자 늪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본원소득수지 흑자 덕분이다. 본원소득수지 흑자(36억5000만달러)는 지난해 3월(10억4000만달러)보다 26억1000만달러 증가했다. 특히 본원소득수지 가운데 배당소득수지 흑자(31억5천만달러)가 1년 전보다 28억6000만달러 늘어난 데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국내 기업이 해외 현지법인으로부터 받은 배당 수입이 증가, 본원소득수지 흑자폭이 커지면서 상품수지 적자를 상당 부분 메워주고 있다는 의미다.

배당소득 흑자 지속 전망…정부 법인세 제도 개편 효과

한은은 이같은 추세가 올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부터 정부의 법인세 제도 개편으로 인한 영향이 1년 내내 지속되고 국내 주요기업의 시설투자자금 수요가 여전히 있어 본원소득수지 전망이 밝다는 설명이다. 국내 주요 기업의 시설투자 수요가 있고, 그 투자를 위해서 해외 현지 법인에서 벌어들인 해외 이익을 배당 형태로 받아들이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흑자폭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신 국장은 "해외 현지 법인으로부터 배당수입이 연간 얼마나 들어올 것인지는 기업의 자금 사정, 전략, 환율 수준 등에 따라 달라져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그러나 예년보다는 확실히 많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하고 올해 실적을 보면 최대치를 보이고 있어서 남은 기간 중에도 추가로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3월 경상수지가 배당 덕에 가까스로 3개월 연속 적자를 피했지만 상황을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우리나라 주력품인 반도체를 비롯해 화학공업제품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줄면서 상품수지가 6개월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특히 4월은 국내 기업의 외국인 배당이 집중되는 시기라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기 때문에 또다시 적자전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4월 무역수지 적자가 3월보다 줄었기 때문에 상품수지 적자폭도 조금씩 줄 것 같다"며 "최근에 원자재 가격이 많이 안정화된 만큼 경상수지도 흑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 적자가 감소하는 것은 수출이 잘 돼서라기보단 수입이 줄어서인데 수출 상황도 지금보다 크게 좋아질 것 같진 않다"며 "결국 우리 수출의 핵심인 중국 경제가 얼마나 회복되는지가 앞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낙관 금물"…반도체 회복·中 리오프닝 효과 관건

앞으로 경상수지는 반도체 경기 회복과 중국 리오프닝 효과 본격화 여부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절기를 맞아 출국자수가 급증하면서 서비스수지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도 변수다. 서비스수지는 지난해 2∼4월 3개월간 흑자를 나타냈지만 이후 5월부터 11개월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하절기에는 에너지 수요가 감소하면서 수입이 줄어 상품수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해외여행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경상수지에 악영향을 미친다"면서 "경상수지가 3월 3개월 만에 소폭 흑자를 기록했지만 상반기 전체로는 적자폭이 적지 않아 낙관은 금물"이라고 진단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경제 구조는 결국 수출, 수입이 중요한데 반도체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중국이 한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계속 낮추고 있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양상에 따라 원자재 가격 변동 리스크도 여전해 전반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배당수지는 특정 달에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상품수지가 중요한데, 아직 중국 경제 회복이 느리고 반도체 시장이나 글로벌 경기도 안좋아 당분간 무역수지 적자는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지난해보다 크게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 교수는 "한일 관계가 최근 회복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일본 상대로 적자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어 갑자기 일본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긴 힘들다"며 "관광객이 늘어나 한일 간 여행수지는 개선될지 몰라도 무역 부분이 개선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4월 전망에 대해 신 국장은 "4월 외국인 배당지급에 따라 경상수지가 악화하더라도 국내기업의 해외 현지법인으로부터의 배당수입, 상품과 서비스수지 최근 개선 흐름 등으로 4월 경상수지는 균형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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