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꽃 따고 숲속 명상...'치유농업'이 뜬다

박유진 2023. 5. 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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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완주군 '드림뜰 힐링팜'
노인·장애인·수형자 등 정서 지원에 효과↑

"치유농장에서 치유농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르신들의 사전·사후 변화를 살펴본 결과, 주관적 기억력 감퇴 정도는 30.2%, 우울감은 17.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치유농업은 농촌진흥청의 중점사업인 만큼, 정부에서 추진 중인 사회서비스 고도화 정책과 유기적으로 연계할 계획입니다."(장정희 농촌진흥청 치유농업추진단장)

지난 9일 오후 전북 완주군 소양면에 자리 잡은 '드림뜰 힐링팜 치유농장'을 찾았다. 농진청의 중점사업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3000평 규모 농장인 이곳에는 꽃밭을 포함해 산양이 사는 동물농장, 카페가 들어서 있었다. 치유농업은 농업·농촌 자원을 활용해 국민의 건강회복과 유지를 증진하는 동시에 사회적·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다. 현재 농진청의 중점사업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이번 정부가 주목하는 '사회서비스'와의 연계성 때문이다.

드림뜰 힐링팜을 찾은 아동들이 치유농업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농촌진흥청

이날 찾은 드림뜰 힐링팜은 노인·아동·청소년·정신장애인 등의 정서 지원을 돕기 위해 사회서비스와 연계한 특수목적형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지난해에만 총 148회 운영했다. 송미나 드림뜰 힐링팜 공동대표는 원예치료사, 직업재활사, 사회복지사 자격을 보유한 '치유 전문가'다. 완주군에서 처음으로 치유농업을 접목해 운영하게 된 그의 농장은 전주교육청 진로직업체험 협약기관, 완주교육청 지정체험터 등에 선정된 바 있다. 송 대표는 "지역의 치매안심센터, 주간보호센터, 아동센터 등과 연계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SNS를 보고 찾아오는 일반 사람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농장에 있는 모든 꽃은 이용자의 심리적·사회적·신체적 건강 회복을 위한 '자원'이다. 산이나 들에서는 꽃 한 송이도 함부로 꺾으면 안 되지만, 이곳에서는 손에 가위까지 쥐여주며 자유로운 꽃 채집을 권한다. 농장 곳곳에 핀 유칼립투스, 허브, 야생화, 데이지 등 다양한 꽃을 모두 채집할 수 있다. 원하는 꽃을 가져오면 농장에서 제공하는 플로랄 폼에 하나씩 꽂아 꽃바구니를 완성한다. 꽃을 하나씩 꽂으며 마음의 안정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산속에 들어선 드림뜰 힐링팜은 주변 자연을 십분 활용했다. 심리치료전문가 송은혜 공동대표를 따라 '숲 치유길'을 걷다 보니 여러 명이 앉아 명상할 수 있는 평상이 나왔다. 송은혜 공동대표는 "참가자들은 이곳에 앉아 맑은 공기를 마시며 명상하고, 자연에서 나는 소리를 들으며 마음을 정리한다"고 설명했다.

드림뜰 힐링팜 같은 치유농업시설은 작년에만 100개 이상 늘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누적 234개소였던 농장형·마을형·기관형 치유농업시설은 지난해 353개소로 늘어나며 농진청의 중점사업으로 거듭났다. 지난해까지 농진청이 개발한 치유농업 프로그램은 사회복귀 예정인 수형자를 대상으로 한 원예치료 프로그램, 어르신을 위한 곤충치유프로그램 등 34종이 있다. 참여자도 2020년 누적 1408명에서 지난해 누적 8만4000명으로 늘었다.

9일 오후 찾은 드림뜰 힐링팜 야외 전경. 사진=공동취재단

이러한 배경에는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서비스성 복지'가 있다. 이번 정부는 인수위 때부터 현금성 복지보다 서비스성 복지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한 바 있다. 돈을 지급하는 시혜적인 복지가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지를 추진하면서 부가가치까지 창출하겠다는 취지다. 이 같은 목표를 위해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최초로 140억원 규모 정책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치유농업도 비슷한 취지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5년 단위 치유농업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올해는 교육부의 위(Wee) 프로젝트, 복지부의 정신건강증진사업·재가급여·발달장애인 주간활동지원 등과 연계한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노인맞춤돌봄, 치매관리, 발달장애인 주간보호, 재가급여 등 복지부 사회서비스 4종을 지자체 시범사업으로도 확산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치유농업과 사회서비스의 유기적인 정책 연계를 통한 참여자 만족도 제고 및 사회서비스 예산을 활용한 지속 가능한 농가 수익구조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치유농업의 발전과 활성화를 위한 치유농업법 개정안이 발의돼있기도 하다. 지난 12월 소병훈 농해수위원장이 우수 치유농업시설 인증제 도입 내용을 담아 발의한 개정안은 이달 법사위에 상정될 예정이고, 사회복지사업 연계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은 지난 4월 소관 상임위에 상정됐다.

농진청 관계자는 "치유농업 프로그램의 확산과 참여자 확대를 위해 전국에 치유농장을 조성하고 있다"며 "향후 복지기관과 연계해 프로그램의 효과검증, 프로그램 매뉴얼 제작, 관련 정책 연계 모델 제안 등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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