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받은 '돈봉투' 수사… 검찰, 돈 받은 의원 특정에 집중
더불어민주당 '돈 봉투'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의 신병 확보에 성공한 검찰이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민주당 현역 의원 특정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당초 강 전 위원에게 돈봉투 살포용 자금을 제공한 '스폰서'로 지목됐던 사업가가 자신이 송 전 대표 보좌관에게 직접 자금을 건넸다고 검찰에서 진술하면서 수사가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전날 오후 강 전 위원을 구속한 지 하루 만에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강 전 위원을 상대로 살포된 자금의 출처와 돈 봉투가 전달된 수수자들에 대해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위원은 일부 혐의를 시인하면서도 자신이 주도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20일의 구속기간 내에 보강수사를 거쳐 강 전 위원을 기소할 텐데, 공소장의 공소사실에 돈 봉투를 전달받은 수수자를 어느 정도 특정할지 주목된다. 앞서 검찰은 강 전 위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서 살포된 돈 봉투의 개수만 기재한 바 있다.
그동안 돈 봉투를 살포한 공여자 쪽에 초점을 맞춰 수사해온 검찰은 돈 봉투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지역본부장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하는 한편, 돈 봉투 수수 정황이 드러난 민주당 현역 의원 특정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범위를 좁혀가는 중"이라며 "(돈 봉투 수수가) 의심되는 분은 당연히 있지만, 어느 정도 자료와 근거를 가지고 특정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입건한다든가 당사자 조사를 한다든가 이 정도 수준이 돼야 특정이 됐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은 (돈 봉투 수수 혐의로) 입건한 현역 의원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최근 강 전 의원에게 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사업가 김모씨로부터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 전 대표의 보좌관 출신인 박모씨에게 수천만원의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위원이 스폰서로 지목한 김씨가 애초 알려진 것과 달리 송 전 대표 측에 직접 자금을 전달했는지, 아니면 송 전 대표와 강 전 의원 양측에 자금을 전달했는지 수사 과정에서 밝혀지겠지만, 만일 김씨의 진술이 사실로 확인되면 그동안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등 일부 측근 인사들의 일탈로 치부했던 송 전 대표도 돈 봉투 살포에 관여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돈 봉투 살포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윤관석·이성만 의원은 이르면 다음 주 검찰에 출석할 전망이다.
검찰은 이번 사안이 민주당 내부 경선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이지만 모든 선거에서 보장돼야 할 선거의 공정성과 염결성(廉潔性)을 해친 엄중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는 사각지대인 정당 내에서 폐쇄적으로 치러지는 이런 선거의 경우 금권선거의 폐단이 일반 선거보다 훨씬 세다"고 말했다. 일반 시민이 유권자가 되는 선거와 달리 대의원이나 국회의원이 갖는 영향력이 훨씬 크기 때문에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결정적이라는 의미다. 검찰은 강 전 의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때도 이 점을 재판부에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번 사안에 당대표 경선 매수 행위를 규정한 정당법을 적용했다. 정당법은 당대표경선 과정에서 선거인 등에게 금품을 제공한 사람과 받은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이 같은 행위를 지시·권유·요구하거나 알선한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선거 수사 경험이 많은 한 전직 검사는 "선거 과정에서 돈이 오가면 10만원만 넘어도 구속 수사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사건은 동그라미 하나가 더 붙은 만큼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돈 봉투를 받은 의원들까지는 아니더라도 돈 봉투 살포에 관여한 윤 의원과 이 의원에 대해서는 검찰이 신병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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