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1위 가수도 출연, 할리우드 최고의 댄스 영화

양형석 2023. 5. 1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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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채닝 테이텀의 첫 주연 영화 <스텝 업>

[양형석 기자]

지난 2021년 케이블 채널 Mnet에서 여성 댄스크루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스우파)가 인기리에 방영됐다. 그동안 <댄싱 위드 더 스타>와 <댄싱9>처럼 춤과 관련된 프로그램은 종종 있었지만, <스우파>처럼 높은 화제성을 몰고 온 프로그램은 없었다. <스우파>는 작년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예능작품상을 수상했고 댄서들의 위상을 한층 끌어 올리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대스가 중심이 된 영화들은 비교적 관객들의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지난 1999년 신예스타 주진모와 황인영을 앞세운 <댄스 댄스>는 서울관객 3만을 채 넘지 못했고 윤계상의 영화 데뷔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발레교습소>도 11만 관객에 머물렀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전국 219만 관객을 모은 <댄서의 순정>은 냉정하게 말하면 댄스영화의 힘이 아닌 '문근영의 힘'이 훨씬 크게 작용한 영화였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고 패트릭 스웨이지라는 걸출한 스타를 배출했던 <더티 댄싱>이나 발레리노를 꿈꾸는 소년의 성장기를 그린 <빌리 엘리어트> 등 춤을 소재로 한 영화가 꾸준히 제작돼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신나는 음악과 화려한 댄스로 관객들을 들썩이게 만들며 2006년부터 2014년까지 5편에 걸쳐 제작된  <스텝 업>은 춤을 소재로 한 대표적인 시리즈 영화다.
 
 춤을 소재로 한 영화 <스텝 업>은 2006년부터 2014년까지 5편의 시리즈가 제작됐다.
ⓒ (주)스튜디오이쩜영
 
댄스영화로 처음 주목 받은 액션배우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태어나 플로리다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채닝 테이텀은 2000년 리키 마틴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며 연예계에 데뷔했고 모델로 활동하며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2005년 영화 <코치 카터>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영화배우로 데뷔한 테이텀은 2006년 춤을 소재로 한 영화 <스텝 업>의 남자 주인공 타일러 역에 캐스팅됐다. 주연 경험이 없었던 테이텀에게는 일생일대의 좋은 기회였다.

테이텀이 발레리나와 사랑에 빠지는 불량 청소년 타일러를 연기한 <스텝 업>은 1200만 달러라는 많지 않은 제작비로 만들어 세계적으로 1억14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크게 성공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스텝 업>을 통해 할리우드의 신예스타로 떠오른 테이텀은 2007년 청춘스타 아만다 바인즈와 하이틴 무비 <쉬즈 더 맨>에 출연하며 <스텝 업>에서와는 또 다른 매력을 뽐냈다.

2008년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준 <스텝 업>의 속편 <스텝 업2: 더 스트리트>에 카메오 출연한 테이텀은 2009년 한국배우 이병헌의 출연으로 국내에서도 화제가 된 <지 아이 조:전쟁의 서막>에서 콘래드 듀크 하우저 역을 맡았다. 2010년 아만다 샤이프리드와 함께 멜로 영화 <디어 존>에 출연하며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테이텀은 30대 중반을 향해가던 2012년부터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테이텀은 2012년 레이첼 맥아담스와 함께 출연한 멜로영화 <서약>으로 1억9600만 달러, 드라마 원작의 범죄액션 코미디 < 21점프 스트리트 >로 2억100만 달러, 그리고 <매직 마이크>로 1억67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매직 마이크>는 테이텀이 20대 초반 나이트클럽에서 스트리퍼로 활동했던 시절의 경험이 담긴 자전적인 영화로 테이텀의 솔직한 연기가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얻었다.

테이텀은 <지 아이 조> 시리즈와 <화이트 하우스 다운>,<킹스맨:골든서클> 등에 출연하며 관객들에게 액션배우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줬다. 하지만 테이텀은 애니메이션 <레고 무비> 시리즈에서 슈퍼맨 목소리 연기를 했고 2016년엔 코엔 형제의 <헤일 시저!>에 출연하는 등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작년에는 미국과 이탈리아의 합작영화 <도그>를 공동연출하며 데뷔 후 처음으로 감독에 도전해 84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주연교체에도 5편까지 이어진 시리즈
 
 <스텝 업>으로 만난 채닝 테이텀(오른쪽)과 제나 드완은 2009년 결혼해 2019년까지 부부로 지냈다.
ⓒ (주)스튜디오이쩜영
 
시리즈 영화나 시즌제 드라마를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캐릭터의 연결이다. 주인공은 물론이고 조연캐릭터가 변해도 관객들이나 시청자들은 혼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텝 업>은 1편의 주역이었던 앤 플레쳐 감독과 채닝 테이텀, 제나 드완이 모두 1편을 끝으로 시리즈에서 하차했다. 속편을 넘어 시리즈물을 기대한 영화로서는 상당한 위기였지만 <스텝 업>은 매 시리즈마다 주인공이 바뀌면서도 5편까지 제작됐다(심지어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한 <스텝 업: 올인>에서는 4편의 남자 주인공 라이언 구즈먼과 2편의 여자 주인공 브리아나 에비건이 새로운 커플이 된다). 

배우 데뷔 전 자넷 잭슨의 백댄서로 활동했을 만큼 춤에 일가견이 있었던 제나 드완과 달리 테이텀은 20대 초반 스트리퍼로 일해본 경험이 전부였던 모델 출신 배우다. 따라서 <스텝 업>은 전문 댄스영화라기 보다는 춤에 재능이 있는 반항아 타일러(채닝 테이텀 분)가 예술학교에서 춤을 전공하는 노라(제나 드완 분)의 연습 파트너가 되면서 가까워지는 과정을 그린 '청춘 멜로물'에 가깝다.

그렇다고 <스텝 업>이 댄스영화로서 볼거리가 떨어진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노라가 타일러를 바다가 보이는 부두로 데려가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면서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은 마치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처럼 멋지고 아름답다. 타일러와 노라가 파티장소에서 마일즈(미리오 분)가 만든 음악, 루시(드류 시도라 분)가 부른 노래에 맞춰 스트리트 댄스를 추는 장면도 어깨가 들썩일 만큼 신나고 역동적이다. 

<스텝 업>을 연출한 앤 플래쳐 감독은 배우와 제작자, 감독을 겸하고 있는 여성 영화인으로 <스텝 업>이 감독 데뷔작이었다. 2008년 캐서린 헤이글 주연의 < 27번의 결혼 리허설 >을 만든 플레쳐 감독은 2009년 산드라 블록과 라이언 레이놀즈 주연의 <프로포즈>를 연출해 3억17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2019년에는 제니퍼 애니스톤과 아담 샌들러가 주연을 맡은 넷플릭스 영화 <머더 미스터리>를 연출했다.

빌보드 1위 가수도 배우로 출연한 <스텝 업> 
 
 <스텝 업>에서 마일즈를 연기한 마리오는 빌보드 9주 연속 1위를 차지한 메가 히트곡을 가진 R&B가수다.
ⓒ (주)스튜디오이쩜영
 
학창시절부터 치어리더로 활동하며 춤에 관심을 보였던 제나 드완은 자넷 잭슨의 댄싱팀에서 활동하다가 2003년 <핫 칙>을 통해 배우로 데뷔했다. 그리고 2006년 춤을 소재로 한 하이틴 영화 <스텝 업>에서 여주인공 노라 클락 역을 맡으면서 일약 할리우드에서 주목 받는 젊은 여성배우로 떠올랐다. 드완은 <스텝 업>에 함께 출연한 동갑내기 배우 테이텀과 결혼했다. 

하지만 테이텀이 결혼 후 배우로 승승장구한 것과 달리 댄서 출신으로 상대적으로 연기력이 떨어졌던 드완은 아쉽게도 배우로서 그리 대성하지 못했다(2019년 제나 드완은 테이텀과 이혼했다).

힘들게 고음을 쥐어짜는 창법이 아닌 부드러운 음색을 앞세워 2000년대 중반 많은 사랑을 받았던 R&B가수 마리오도 <스텝 업>에서 메릴랜드 예술학교 학생 마일즈 다비 역으로 출연했다(그는 지난 2005년 'Let Me Love You'로 9주 연속 빌보드 핫 100 1위를 차지했다).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친구의 배신으로 가수 데뷔 기회를 놓친 마일즈는 짝사랑하는 여학생마저 바람기 많은 다른 남자를 좋아한다. 하지만 마일즈는 쇼케이스에서 타일러와 노라의 음악을 만들면서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마음껏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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