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비트]"쓸데없는 회의 좀…" MS는 왜 AI를 사무실에 가져오나
"업무 효율성 높이길" 직장인 니즈 높아
편집자주 - [찐비트]는 '정현진의 비즈니스트렌드'이자 '진짜 비즈니스트렌드'의 줄임말로, 일(Work)의 변화 트렌드를 보여주는 코너입니다.
챗GPT 공개 이후 직장인들이 들썩이고 있다. 이메일, 보고서 작성에 활용할 수 있고 질문만 넣으면 아이디어도 제공해 근무 중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기업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에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3월 MS365에서 활용 가능한 '코파일럿'을 발표했고, 구글도 워크스페이스에 AI 기능을 탑재했다.
AI가 직장인의 업무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까. MS는 지난 2~3월 중 전 세계 31개 시장 내 3만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 이를 바탕으로 AI와 근무 방식의 결합에 대해 분석, 전망하는 내용의 '근로자 동향 지수(Work Trend Index)' 보고서를 9일(현지시간) 내놨다. MS는 AI가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면서 향후 이와 관련한 기술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관점을 제시했다.
① 불필요한 회의·이메일 처리 시간이 너무 길다MS는 우선 직장인이 하루에 처리해야 할 디지털 업무가 넘쳐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조사 응답자 3명 중 2명은 각종 데이터 업무와 이메일 처리, 회의 참석 등으로 인해 업무에 집중할 시간과 에너지를 확보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응답자의 68%는 근무 시간 중 방해받지 않고 일에 집중할 시간이 충분치 않다고 했다.
MS가 MS365 프로그램별 3월 중 사용 시간을 분석한 결과 커뮤니케이션 도구의 사용 비중이 57%, 자체 창작 업무 활동 도구는 43%로 대화를 나누는 데 업무 시간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커뮤니케이션의 경우 팀즈미팅(23%), 팀즈챗(19%), 이메일(15%) 순이었고, 창작 업무 활동 도구 사용 시간 비중은 엑셀(18%), 워드(10%), 파워포인트(8%), 원노트(7%) 등이었다.
특히 응답자들은 현재 근무 시간 중 생산성을 가장 해치는 요소에 순위를 매겨달라는 질문에 1위로 '불필요한 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꼽았다. MS 팀즈미팅 사용자 중 가장 회의에 오랜 시간 쏟는 상위 25%의 평균 주중 회의 시간은 7시간 30분으로 집계됐다. 사실상 근무일 하루는 회의만 내내 하는 것과 다름없는 것으로 보인다. 회의의 목적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참석해 결과물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불만도 나온다.
이메일 처리 시간의 경우에도 사용 시간 기준 상위 25%의 주중 평균은 8.8시간이었다.
MS는 "데이터, 이메일, 회의, 알람 등의 유입이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넘어섰고 일의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면서 "창의력이 새로운 생산성이 되는 시대에 이러한 디지털 업무는 불편함 그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② 일자리 없어질까 불안하지만…일 부담 덜어내는 게 더 중요MS는 이러한 업무 환경에서 직장인들이 AI를 활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려는 니즈가 강하다고 분석했다. AI가 큰 관심을 받으며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크지만, 오히려 업무 부담을 낮추는 데 활용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는 데 주목하고 있다는 의미다.
MS의 설문조사 결과 AI가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어 우려한다고 한 응답자는 절반 수준이었다. 하지만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AI를 최대한 많은 작업에 활용하겠다고 한 응답자는 10명 중 7명 수준으로 더 많았다. 특히 기업의 수장들은 AI로 인한 직장의 변화 중 가장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직원 감축'(16%·중복 응답)보다 '생산성 개선'(31%)에 두 배 이상 주목하는 모습을 보였다.
직장인들은 AI를 단순한 '행정 업무'(76%)뿐 아니라 '분석 업무'(79%), '창의적 업무'(73%) 등에도 활용해 업무 부담을 줄이고 싶다고 답해 AI를 업무 전반에 활용하고 싶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MS는 "2030년 업무 환경을 상상해보라는 질문에서 응답자 다수가 품질 높은 업무를 하고 새로운 기술을 빨리 배우는 등 시간 절약을 가장 가치 있는 변화로 꼽았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응답자는 업무에 들이는 시간과 에너지를 줄이고 불필요한 이메일을 주고받거나 정보를 받는 것을 줄여 그야말로 '똑똑하게' 업무가 가능해지길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③ "AI 기술 갖춘 직원 중요…이미 구직공고엔 GPT 언급 ↑"AI를 활용한 업무가 다양해지면서 앞으로는 이를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을 직장인이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MS는 전했다. 응답자가 AI가 보급된 사무실에서 갖춰야 할 기술 중 가장 중요하다고 평가한 건 '분석적 사고'(30%)였다. 또 '유연성', '감정 인지'도 필요하다고 봤다.
지난해 11월 챗GPT 공개 이후 AI의 업무 활용이 점차 늘면서 기업에서는 AI를 활용할 수 있는 인재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MS의 계열사이자 비즈니스 전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링크드인에 지난 3월 올라온 미국 내 구직 공고에서 GPT가 언급된 공고문이 전년 대비 79% 증가했다고 MS는 밝혔다. MS의 설문조사에서 기업 수장 10명 중 8명은 "AI 기술 확대를 준비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을 직원들이 갖출 필요가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새로운 세대의 AI가 업무의 고단함을 없애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면서 "AI 기반 도구가 디지털 부담을 줄이고, AI 기술을 키우고, 직원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엄청난 기회를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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