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잠실효과? 입잠실효과도 있다, 홈런 1위 LG 박동원

김효경 2023. 5. 1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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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박동원. 연합뉴스

'탈(脫)잠실 효과'만 있는 게 아니다. '입(入)잠실 효과'도 있다. LG 트윈스 박동원(33)이 잠실구장에서 홈런을 펑펑 터트리고 있다.

박동원은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 2-4로 뒤진 8회 말 김재웅을 상대로 좌측 관중석 상단에 떨어지는 홈런을 쳤다. 타구 추적 시스템인 트랙맨이 측정한 타구 속도는 174.1㎞, 발사 각도 34도, 비거리 128.5m의 초대형 홈런이었다. 김재웅이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유도했지만 꾹 참은 뒤, 가운데 직구를 호쾌하게 받아쳐 담장을 넘겼다.

박동원은 9일까지 30경기에서 홈런 8개를 쳤다. 최근 두 경기에서 3개를 몰아쳐 양석환(두산·6개)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산술적으로는 38홈런이 가능한 페이스다. 2021년 기록한 개인 최다 홈런(22개)은 여유있게 넘어설 기세다.

공헌도는 말할 것도 없다. 팀 홈런(17개)의 절반 정도를 박동원이 때려냈다.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스탯티즈 기준)은 1.57로 KBO리그 전체 6위, 야수 중에선 3위다. 포수 중에선 당연히 1위다.

인상적인 건 박동원이 홈런을 친 장소다. 8개 중 5개가 잠실, 2개가 부산 사직구장에서 나왔다. 잠실구장은 홈에서 좌우까지 100m, 좌우중간 120m, 중앙 125m로 국내에서 가장 넓다. 홈런을 치기 가장 어려운 야구장이다. 그 다음은 사직구장이다. 지난해 담장을 최대 6m까지 높이고, 거리(좌우 95m→95.8m, 중앙 118m→121m)도 약간 늘렸다.

KBO 공식 기록원이 집계한 박동원의 홈런 비거리는 평균 118.8m다. 어디서든 홈런이 될 수 있는 타구를 쳐냈다. 좌우도 가리지 않는다. 오른손 투수에게서 4개, 왼손 투수에게서 4개를 빼앗았다.

'영양가'도 만점이다. 지난 3일 창원 NC전에선 1-1로 맞선 5회 초 솔로포를 쳤고, 경기는 2-1 승리로 끝났다. 9일 경기도 박동원의 홈런이 결정적이었다. 모든 베이스-아웃을 계산했을 때 박동원 타석 전까지 LG가 승리할 확률은 17.2%에 그쳤다. 하지만 박동원이 동점 투런포를 치면서 56.1%로 급상승했다. 실제로 LG는 연장 10회 신민재의 끝내기 안타가 나와 5-4 역전승을 거뒀다.

잠실구장을 배경으로 활짝 웃은 박동원. 중앙포토


장타력이 강점인 타자들은 잠실구장을 부담스러워한다. 똑같은 거리를 날려보내도 넘어가지 않을 때가 있어서다. 그러다 보니 스윙이 무너지거나, 타격 밸런스가 흐트러질 때도 있다. 잠실구장을 안방으로 쓰다 떠난 뒤 잠재력을 터트리는 선수들도 있다. 이른바 '탈잠실 효과'다.

하지만 박동원은 오히려 잠실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지난 3년간 잠실구장 OPS(장타율+출루율)가 0.928로 시즌 전체 기록(0.780)보다 좋았다. 40경기에서 안타 30개를 쳤는데 홈런이 8개, 2루타가 7개로 절반이 장타였다.

비결은 부담을 느끼지 않아서다. 박동원은 "'펜스 앞에서 잡히면 다른 데서는 홈런'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다른 구장이라면 그 타구가 안 나온다. 크다고 걱정하지 않는다. 구장을 크게 신경쓰지 않아서 성적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박동원은 "잠실이 좋은 점도 있다. 나는 1루타보다 2루타를 많이 치고 싶다"고 말했다. 2루타를 치기 위해 큰 스윙을 하고, 그게 빠른 타구 속도로 이어진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홈런도 나온다. 오히려 '입잠실 효과'를 보는 셈이다.

LG는 지난 겨울 주전포수 유강남과 FA 계약을 포기했다. 포구 능력이 뛰어나고 20대인 유강남의 몸값(총액 80억원 롯데 계약)이 부담스러워서였다. 대신 장타력이 뛰어난 박동원을 4년 65억원에 붙잡았다. 박동원은 수비 부담이 큰 포수지만 장타를 펑펑 치고 있다. 2004년 박경완(현대) 이후 사라진 포수 홈런왕 이야기도 벌써부터 나온다. 현재까지는 LG의 선택이 훌륭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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