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곡해하고, 혐오 조장하고…변질된 집회·시위 눈살

최대열 2023. 5. 10.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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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대기업 사옥 앞 현수막을 읽어 봤다.

특정인명이나 사진이 들어간 명예훼손성 현수막이나 인쇄물이 집회나 시위 현장에 공공연히 나돈다.

집회·시위를 비롯한 표현의 자유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혐오 표현이나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표현을 막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도 과도한 집회시위 방식을 일정 부분 제한하거나 혐오 표현 등을 규제하는 개정안을 여럿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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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경영진 구속처벌" "갑질하고 직무유기하는 ××" "대기업 ×개 노릇 ××구청"

국내 한 대기업 사옥 앞 현수막을 읽어 봤다. 특정인명이나 사진이 들어간 명예훼손성 현수막이나 인쇄물이 집회나 시위 현장에 공공연히 나돈다. 혐오를 조장하는 표현이나 구호가 집회·시위 현장에서 나온 뒤 유튜브나 각종 사화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여과 없이 퍼져나간다. 해외 거래처의 외국인이 자주 찾는다는 점을 노려 영문으로 쓴 현수막도 있다.

대기업 사옥 앞에 내걸린 현수막<사진:독자 제공>

집회·시위를 비롯한 표현의 자유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혐오 표현이나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표현을 막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서 일부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별다른 논의나 진전은 없는 상태다. 대기업을 겨냥해 시위를 할 때 혐오감을 줄 수 있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건 자극적이면 효과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여론 등 평판관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청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미 잘잘못을 가린 사안이지만 허위 주장을 근거로 기업이 책임지라고 생떼를 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집회 현장에서 허위사실이나 모욕, 명예훼손 내용이 과할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설 때도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설령 법원이 기업의 손을 들어줘도 시위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시위자들은 법원이 금지한 표현만 살짝 바꿔 현수막을 새로 만든다.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10년 넘게 시위를 이어온 A씨의 사례가 그렇다. 법원은 그가 집회 현장에서 쓴 문구와 장송곡 등을 금지한다고 판결했다. A씨는 문구를 일부 수정한 현수막을 내걸었다. 금지된 장송곡 대체할 노래를 찾아 스피커에 걸었다.

대기업 사옥 앞 현수막<사진:독자 제공>

집회와 시위는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단어 가운데 하나다. 다만 요즘은 약자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는 전제하에 목소리를 높이는 시위보다는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이익집단을 위한 시위가 많다. 1인시위나 촛불시위, 온라인집회, 인터넷 생중계 등 방식도 다양해졌다. 달라진 환경 속에서 지나친 막말과 명예훼손성 구호가 난무하고 다시 인터넷을 통해 퍼진다.

정치권에서도 과도한 집회시위 방식을 일정 부분 제한하거나 혐오 표현 등을 규제하는 개정안을 여럿 발의했다. 명예훼손이나 모욕 등 인격권을 침해하거나 사생활 평온을 해치는 행위, 혐오를 조장하는 폭력적 행위를 선동하는 행위,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음향·영상을 반복해서 재생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당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발의된 개정안도 다수 있지만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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