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뭐하니?' 멤버 교체 및 개편 추진... 최악 위기 극복할까?
[김상화 기자]
▲ MBC '놀면 뭐하니?' |
ⓒ MBC |
좀처럼 부진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MBC <놀면 뭐하니?>가 결국 일부 멤버 교체(하차), 제작진 변동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모 매체의 단독보도를 시작으로 지난 9일 오후 <놀면 뭐하니> 이이경, 박진주, 정준하, 신봉선 등 일부 멤버가 프로그램에서 하차(교체)하며 박창훈 PD가 CP로 자리를 옮기고 젊은 연출진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쇄신에 나설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일단 MBC 측은 "6월 중 연출진 변화로 프로그램 새단장 계획이 있으며 멤버 관련 부분은 내부 논의 중이라 정리되는 대로 공식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는 입장을 주요 언론사에 알려온 상태다. 구체적인 개편의 범위가 확정된 것은 아직 아니지만 대대적인 출연진 및 제작진 물갈이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놀면 뭐하니?>는 지난 2019년 출범 이래 유재석의 단독 버라이어티 예능으로 수년간 큰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프로그램 제작의 큰 틀을 담당했던 김태호 PD의 퇴사 및 제작진 변경 이후 좀처럼 이전과 같은 인기를 회복하지 못한 채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방송국 측에선 고강도의 재정비를 시도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 MBC '놀면 뭐하니?' |
ⓒ MBC |
불과 2~3년 전만 하더라도 <놀면 뭐하니?>의 방영분 대부분은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담보하던 지상파 주말 예능의 자존심과 다름이 없었다. 트로트 열풍을 일찌감치 예견했던 '유산슬'을 비롯한 유재석의 부캐 퍼레이드는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비-이효리-엄정화 등이 차례로 등장했던 '싹쓰리', '환불원정대' 등 프로젝트 팀의 결성, 남성 보컬 그룹의 부활을 알린 'MSG워너비' 등 일련의 기획은 전문 음악 예능 이상의 호응도 이끌어 냈다.
그런데 하하, 정준하 등 옛 <무한도전> 시절의 동료, 신미나(신봉선)와 이미주가 합류한 5인 체제, 그리고 지난해 하반기 이이경-박진주가 가세한 7인 체제로 이어지면서 고정 출연자는 늘어났지만 정작 프로그램의 재미는 유재석 단독 예능 시절과 견줘 볼 때 부족함을 드러냈다. 여성 보컬 프로젝트 팀 결성을 전면에 내세운 'WSG워너비'만 겨우 체면치레를 했을 뿐 그 이외의 기획물은 좀처럼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2021년부터 등장했던 '유본부장' 시리즈를 비롯해서 '추격전', '심리 추리', '먹거리 탐방' 등 여러가지 아이템들을 차례로 내밀었지만 단발성 관심 끌기 정도의 성과에 머무는 게 다반사였다. 자연히 시청률, 화제성은 예전만 못해졌고 OTT 다시보기, 유튜브 편집 영상물 조회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올해 들어선 틴탑 댄스 커버, 이미주-박진주의 여성 듀엣 주주시크릿 결성 등 다시 음악 소재를 꺼내 들었지만 일부 시청자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 MBC '놀면 뭐하니?' |
ⓒ MBC |
유재석 1인 체제에서 고정 출연자들이 늘어날수록 <놀면 뭐하니?>의 인기는 오히려 반비례하듯 하락세로 돌변했다. 어느 정도 검증된 예능인들과 끼 많은 배우들로 틀을 짰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힘은 시간이 갈수록 약세를 면치 못한 것이다. 출연자들에게 책임을 돌리기 이전에 제작진의 부족함이 현재 <놀면 뭐하니?>를 위기로 몰고 간 것은 아니었을까?
타 예능에서는 쉴 틈 없이 웃음을 생산하는 인물들을 기용했다면 그들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그들이 즐겁게 예능의 판을 펼칠 수 있는 탄탄한 기획이 뒷받침되는 것이 제일 이상적인 방향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1년 반 가까운 시간 동안 이와 같은 바람이 반영된 방영분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버라이어티 예능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요즘이라곤 하지만 일관성 없는 내용물만 매주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본방 사수의 당위성은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막연히 이른 새벽에 출연자들을 일찌감치 소집해서 뜬금없이 산에 오르게 한다던지, 또는 웃음기를 발견하기 쉽지 않은 추격전이나 추리게임의 남발 등 무의미한 내용들로는 날이 갈수록 다양한 웃음을 바라는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는 건 무리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해서 날것에 가까운 원초적 웃음을 선사한 것도 아니었다.
▲ MBC '놀면 뭐하니?' |
ⓒ MBC |
현재 <놀면 뭐하니?>가 놓인 처지는 마치 수년 전 KBS <해피투게더>의 종영 직전 상황을 연상케한다. 시대가 변하고 예능 속 웃음의 코드 또한 달라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움 대신 현실에 안주하기 급급했던 이 프로그램은 막판 들어 다수의 연예시상식 대상, 최우수상 수상자들을 대거 고정 출연자로 투입하고도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여러 명의 인기 예능인들을 멤버로 속속 합류시켰지만 부진 탈피에 실패한 <놀면 뭐하니?>로선 지난 2019년 탄생 이후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것이다. <놀면 뭐하니?>의 지금 상황은 웹예능과 OTT 예능이 대세인 2023년의 지상파 위기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어찌보면 개편 및 출연진 하차 등 일련의 움직임은 재도약을 위한 최후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해왔던 관습, 타성에 젖은 방식 만큼은 무조건 버려야 할 것이다. 여기서도 뭔가 변화의 기미조차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이 예능에게 더 이상의 미래는 기약하기 어려울 것이다. 부디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개편 작업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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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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