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겨눈 택배노조…노림수는 따로 있다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3. 5. 1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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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작업까지 시킨다” 갑론을박

쿠팡의 물류 배송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에 민주노총 산하 노조가 결성되면서 재계가 시끌시끌하다. 노조를 결성하자마자 직원 폭행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논란이 뜨겁다.

쿠팡, 신설 택배노조와 갈등

CJ대한통운 사태 재연 우려도

CLS에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산하 노조가 결성된 날은 지난 4월 24일이다. 택배노조 산하 ‘쿠팡택배지회’가 이날 서울 송파구 장지동 서울1센터와 용인, 김포 배송캠프 등 3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창립대회를 열었다. CLS지회는 CJ대한통운, 우체국, 롯데, 한진, 로젠택배에 이어 6번째 택배노조 지회다. CLS지회는 창립선언문에서 “쿠팡은 분류 작업 전가는 물론 프레시백 회수 업무 강요 등 부당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배달 업무 외에 하루 평균 133분의 분류 작업을 택배 기사들에게 떠넘겼다고 주장하며 노동 시간 단축, 고용보험 가입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논란이 커지자 CLS는 “민노총이 노조 세력 확장을 위해 가짜 뉴스와 불법 선동으로 고객뿐 아니라 성실하게 일하는 택배 기사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다”며 노조 주장을 반박했다. “쿠팡은 업계 최초로 수천 명의 분류 전담 인력을 운영해왔고, 프레시백은 전문 설비와 인력으로 별도 세척 과정을 거친다”고 해명했다.

쿠팡의 물류 배송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에 민주노총 산하 노조가 결성되면서 양측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사진은 택배노조 간부 B씨가 배송 차량 적재함에 불법으로 탑승해 쿠팡 물류센터에 잠입한 모습. (쿠팡 제공)
실제 쿠팡은 2015년부터 분류 전담 인력 제도를 시행해왔다. 전국 배송캠프 분류 전담 인력만 5000명이 넘고 프레시백 세척 전담 조직도 갖췄다. 노조 주장과 달리 로켓프레시 도입 초기부터 배송원은 수거만 담당할 뿐, 프레시백 세척 전담 인력이 별도 세척 기기를 통해 공정을 진행해왔다는 것이 쿠팡 측 설명이다.

쿠팡과 노조 사이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불미스러운 일까지 발생했다. CLS 노조 간부가 회사 진입을 시도하다 직원 여러 명을 폭행한 사건으로 시끌시끌하다. 택배노조 경기지부장인 A씨 등은 지난 4월 24일 오후 9시쯤 경기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의 쿠팡 물류 창고인 3캠프 입구 진입을 시도했다. 쿠팡은 회사 점거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해 ‘불법 침입’을 막았고 이 과정에서 A씨가 직원들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는 5명으로, 이 중 1명은 타박상을 입어 치료를 받았다. 또 다른 택배노조 간부 B씨도 CLS 사업장을 무단 침입한 뒤 CLS 직원을 폭행해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택배노조의 무단 침입 시도와 폭행으로 배송 업무가 중단된 CLS 용인캠프는 일부 배송 물량을 다른 캠프에 배치하는 등 배송 물량 처리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양측 갈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앞서 4월 20일에는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쿠팡 택배 기사 27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노동 실태 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택배 기사들이 주당 평균 5.9일, 하루 평균 9.7시간 일하며 과로에 시달리고 있고, 10명 중 3명꼴로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주장하며 이슈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쿠팡 측 주장이다. CLS 소속 택배 기사의 주당 평균 근무 시간은 45~50시간으로 택배 기사 관련 사회적 합의(하루 12시간, 주 60시간 초과 금지)보다 적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 결성된 노조원들은 쿠팡이 직접 고용하지 않은 ‘퀵플렉스’ 노동자다. 쿠팡 퀵플렉스 노동자는 쿠팡이 직고용하는 ‘쿠팡친구(옛 쿠팡맨)’와 달리 CLS와 계약한 물류 업체 소속이다. 이들은 사실상 개인사업자로 택배 대리점과 위탁 계약을 체결하는 만큼 산재, 고용보험 등은 CLS가 아닌 영업점에서 관리하는 사항이라는 설명이다.

퀵플렉서들이 저임금에 시달리는 것도 아니다. 퀵플렉서의 평균 월소득은 584만원에 달한다. 600만~700만원(19.2%), 700만원 초과(12%) 등 월 600만원 이상 버는 퀵플렉서도 30%를 넘어선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퀵플렉서는 일반 임금 근로자가 아닌 자영업자로, 고임금을 받는 데다 자신의 선택에 따라서 근무 시간을 조율한다는 점에서 노조 주장의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잇따른 논란에도 택배노조가 강경한 입장을 이어가는 이유는 뭘까.

지난해 CJ대한통운 파업 사태 이후 명분을 잃은 상황에서 CLS 노조 조직화를 추진하려는 조치라는 것이 택배업계 관측이다. 택배노조는 2021년 네 차례 파업에 이어 지난해 2월 CJ대한통운 본사를 불법 점거한 바 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지난해 말 진경호 택배노조위원장 등 택배노조 조합원 77명을 폭력행위처벌법상 건조물침입, 재물손괴,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택배노조는 올 초에도 CJ대한통운에서 부분 파업을 벌였지만 전체 조합원 중 참석자가 30% 이하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유통업계에서는 “CJ대한통운 파업으로 명분을 잃은 택배노조가 CLS 노조 조직화를 추진하며 재기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민주노총 산하 택배노조는 진보당이 지원 사격하는 조직으로 알려진다. 지난 4월 5일 전북 전주을 재선거에 당선된 강성희 진보당 의원도 택배노조 전북지부 사무국장 출신이다. 최근 집회에서 택배노조 간부들은 “택배노조가 국회에 진출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CLS 관계자는 “택배노조는 쿠팡과 무관한 외부 세력을 앞세워 성실하게 일하는 다른 택배 기사의 생계마저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쿠팡 대구 풀필먼트센터. (쿠팡 제공)
어렵게 흑자전환했는데

노조 리스크로 경쟁력 악화 우려

잇따른 쿠팡 측 해명에도 민노총과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이 같은 상황이 쿠팡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오랜 기간 적자에 시달려온 쿠팡은 지난해 3분기(1037억원)에 이어 4분기(1133억원)에도 흑자를 내면서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매출도 사상 최대 규모인 26조5917억원을 기록했다.

창사 이후 6조원 넘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자동화 물류 시스템’ 구축에 나서면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쿠팡은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개 물류센터를 갖췄다. 연면적은 축구장 600개 규모(약 132만평)로 여의도 면적보다 51% 넓다.

물류 네트워크가 안정된 데다 오랜 기간 축적된 고객 데이터가 본격적인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프로덕트 커머스(로켓배송·로켓프레시 등) 부문 조정 에비타(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마진율은 1분기 0.1%에서 4분기 5.1%로 증가했다. 영업비용 절감 등 수익성 개선에 속도가 붙었다는 의미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온라인 시장 지배력 확대에 따른 마진율 상승으로 올해 쿠팡 실적은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쿠팡이 탄탄한 물류 네트워크 덕분에 턴어라운드에 성공했지만 노조와의 갈등으로 물류 시스템에 균열이 생길 경우 실적이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유통업계 관계자 C씨는 “롯데, 신세계, 네이버 등 유통 경쟁사들이 리오프닝 효과로 살아나는 상황에서 노조 리스크로 쿠팡의 강점인 물류 시스템이 흔들리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 노조와의 갈등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묘안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8호 (2023.05.10~2023.05.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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