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김범석 총수 지정 논란...“해외 투자 위축 우려”
공정위가 최근 발표한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에서 OCI 동일인인 이우현 부회장의 미국 국적이 확인됐다. 공정위가 지정하는 공시대상기업집단의 동일인 중 외국 국적 보유가 확인된 것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다. 이와 달리 쿠팡의 동일인은 미국 국적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아닌 법인 ‘쿠팡(주)’로 지정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외국 국적자에 대한 동일인 지정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3년째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된 쿠팡도 김범석 의장을 총수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와 관련 재계에서는 득보다 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동일인 지정에 따른 규제 효과는 크지 않은 반면, 투자자 분쟁과 통상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동일인 지정제도는 자산 5조원이 넘으면 대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총수를 정해 각종 신고와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고, 사익 편취 규제를 적용한다.
쿠팡은 ‘김범석 의장→쿠팡Inc→쿠팡→자회사’로 이어지는 단순한 지배구조다. 한국 쿠팡 법인은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쿠팡Inc의 100% 자회사이고, 한국 쿠팡 법인 자회사들 역시 쿠팡의 100% 자회사다. 김 의장의 개인회사, 친족회사가 없어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한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 우려가 낮다는 평가다.
게다가 쿠팡 모기업인 쿠팡Inc가 뉴욕 증시 상장사라는 점도 변수다. 이미 한국보다 까다로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제를 받는 상황에서 동일인 지정으로 ‘이중 규제’에 묶일 경우 경영, 투자 위축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쿠팡은 미국, 유럽 등 해외 기관투자가, 벤처캐피털, 사모펀드 지분이 75%를 넘는 만큼 동일인 지정 규제로 주가가 떨어지면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귀띔한다.
규제 리스크에 해외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방미를 통해 약 8조원 규모 첨단기업 투자를 따내는 등 정부는 해외 투자 유치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창업자도 한국 투자로 자산 규모가 5조원을 넘으면 동일인으로 지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돈다.
이 때문에 공정위가 외국 국적 총수 기준 마련에 연연하기보다 사익 편취 금지라는 공정거래법 취지에 맞게 제도 보완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에 투자를 늘리겠다는 외국인 투자 기업에 동일인 지정의 족쇄를 채우면 한국 투자를 설득할 명분이 사라진다. 해외 투자 기업의 특수성을 감안한 제도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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