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아하는 사람도, 가장 싫어하는 사람도 동생

최윤애 2023. 5. 1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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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코 엄마의 곁을 내주지 않으려는 동생과의 경쟁에 지친 듯, 최근 '나는 아빠가 더 좋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둘의 이야기를 들으며 중재를 한다고 하는데도 다은이는 엄마가 동생 편을 든다고 종종 오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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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최윤애 기자]

▲ 다은 다연 자매 언니와 동생, 애증의 관계.
ⓒ 최윤애
다은이가 유치원에 다니고 다연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던 시기, 둘은 같은 장소로 숲 체험을 갔다가 마주치게 되었고 너무 반가워서 서로를 끌어안고 엉엉 울었다. 

겨우 울음을 그치기 시작했을 때는 헤어져야 할 시간이었고 다은이와 다연이는 또다시 울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헤어지기 싫어 흘리는 눈물이었다.

이 일화는 아직도 둘 사이에 회자 되는 것으로, 추억을 공유하는 그들에게선 동질감 내지는 묘한 연대감의 기류가 느껴진다. 자매, 그들은 과연 가깝고 좋은 관계일까?

상담 결과 다은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동생, 가장 싫어하는 사람 역시 동생이었다. 동생이 좋고도 싫다는 상반된 감정을 품은 다은이는 알게 모르게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는다.

동생이 태어나면서 다은이는 병원과 산후조리원에 있는 엄마와 3주간 강제로 분리되었다. 할머니가 대신 보살펴 주었지만 엄마의 빈자리는 컸다. 그럭저럭 3주가 흘렀다. 엄마를 다시 만나는 반가움도 잠시, 엄마의 품에는 딱풀처럼 낯선 존재가 딱 붙어있었다.

수시로 젖을 먹고 울면서 엄마의 관심을 빼앗아버린 동생, 이를 본 다은이는 자기도 엄마 젖을 먹고 싶다 요구했고 딸랑이나 바운서 같은 동생 물건도 탐내더니 급기야 손톱을 물어뜯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퇴행 현상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때 다은이의 나이는 겨우 만 2세, 어린 다은이에게 더 많은 애정과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점 아쉽고 죄스럽다.

엄마를 가운데 두고 경쟁에서 밀린 다은이는 엄마 대신 아빠를 선택하기로 했다.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는 말을 자주 하는 다연이에게 '나도 엄마가 제일 좋다'던 다은이가 애정의 노선을 변경했다. 한사코 엄마의 곁을 내주지 않으려는 동생과의 경쟁에 지친 듯, 최근 '나는 아빠가 더 좋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아."

다연이의 말이 때론 다은이에게 상처다.

"그럼 나는?"

다연이는 쐐기를 박는다.

"엄마가 제일 좋고 그다음 언니가 좋아."

자라면서 다투고 싸울 때도 있지만 사이좋게 잘 놀 때가 더 많은 다다 자매. 하지만 중재하기 무섭게 연달아 싸울 때도 더러 있다. 다연이의 자기주장이 강해지면서 언니와 마찰을 빚는 모양새인데, 문제는 다연이가 불리하다 싶으면 먼저 울어버린다는 점이다. 둘의 이야기를 들으며 중재를 한다고 하는데도 다은이는 엄마가 동생 편을 든다고 종종 오해한다.

도서관에서 '동생'이라는 표제어를 검색해보았다. 큰아이가 동생으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가 그려진 그림책이 대부분이었다. 동생이 얄미워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내용도 많았다.

"형은 먼저 태어난 나요, 동생은 나중에 태어난 나다. 나를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이다."

다산이 했다는 이 말을 아이들이 이해할 날은 언제쯤일까? 숙명적인 라이벌 관계가 아닌 하늘이 주신 선물로 서로를 대하는 날이 머지않아 찾아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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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주간지 <서산시대> 동시 기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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