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거액 오퍼도 고사… 항저우 AG 금메달만 바라보겠다”
온라인게임 실력으로 승패를 가리는 ‘e스포츠’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정식 종목으로 편입됐다. 한국은 7개 세부 종목 중 ‘리그 오브 레전드(LoL)’ ‘FIFA 온라인 4’ ‘스트리트 파이터 V’ ‘PUBG 모바일’ 등 4개 종목에 국가대표팀을 파견한다. 이중 LoL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건 김정균 감독이다. 그는 국내 LoL 프로 리그에서 10회 우승을, ‘e스포츠 월드컵’이라 불리는 국제대회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3회 우승을 차지한 바 있어 명실상부 역대 최고의 커리어를 가진 지도자로 꼽힌다. 김 감독은 지난 3일 국민일보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아시안게임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지난해 말 프로팀에서 나온 뒤 야인으로 반년을 보냈다.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두 살배기인 아이가 전보다 더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쉬는 중에도 프로 리그를 시청하고, 남는 시간엔 내 지도 분야인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제3자의 눈으로 프로팀들의 경기를 보니까 ‘이런 부분을 고치면 더 잘할 수 있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더라. 완전히 모든 걸 내려놓고 쉬려면 인터넷이 터지지 않는 곳으로 가야 할 것 같다.”
-최근 중국 프로팀으로부터 거액의 오퍼를 받았는데 고심 끝에 거절했다고.
“중국팀이 워낙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 주변에서 전부 중국행을 권유했다. 한국e스포츠협회에서도 겸임을 승낙했다. 하지만 국가대표의 사명감 때문에 고심 끝에 거절의 뜻을 전달했다. 한 마디로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당장은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서 아시안게임 금메달만을 바라보고 있다. 나중에 후회할지언정, 당장은 후회 않는 선택을 했다. 이 인터뷰를 통해 오퍼해준 팀들에 감사한 마음을 제대로 전하고 싶다.”
-지난해 한 차례 사퇴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다시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이유는.
“사명감 하나로 지휘봉을 잡았다. e스포츠 지도자 중에 가장 좋은 커리어를 보유한 게 나라고 생각한다. 추가적인 명예를 얻고 싶어서가 아니라,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내서 국가가 빛나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사명감 때문에 협회의 재부임·연임 제안을 받아들였다.”
-프로로서 모든 대회를 우승해본 만큼 국가대표팀이 커리어의 마침표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프로스포츠 지도자의 커리어에 마침표는 없다는 주의다. 가령 내가 올해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더라도 내년에 프로팀에 부임해서 자그마한 컵 대회 우승을 놓치면 곧장 비판 여론에 직면하게 되고, 능력의 증명을 요구받을 것이다. 그 비판과 요구는 팬들의 정당한 권리이기도 하다.”
-이번 대회의 최대 강적으로는 개최국이기도 한 중국이 꼽힌다.
“나도 2020년에 중국 프로팀인 ‘비시 게이밍’에서 1년간 지도자 생활을 했다. 당시 중국팀들의 공격성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침착하고 정교하게 경기를 조립해나가는 한국팀들과 달리, 중국팀들은 연습이든 실전이든 늘 호전적이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추구한다. 연습에서 했던 플레이를 실전에서도 그대로 수행해내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 중국팀들은 비교적 잘 해낸다.”
-e스포츠 지도자가 된 지 어느덧 10년이다. 지금까지의 소회는.
“모든 걸 제쳐놓고, 나는 여전히 리그 오브 레전드란 게임이 정말 재밌고 배우는 과정이 즐겁다. 10년간 영광의 커리어를 함께 쌓았던 선수들과 프런트 구성원들, 응원해주셨던 팬들의 얼굴이 많이 떠오른다. 험난하고 고된 10년이었지만, 덕분에 기쁘고 행복한 시간이기도 했다. 나는 ‘배운다’는 단어를 좋아한다. 10년을 e스포츠 지도자로 일했음에도 여전히 게임과 지도자 역할에 대해 배울 게 많다. 새로운 경험을 자주 한다. 앞으로도 절대 자만하지 않고 낮은 자리에서 많이 배우겠단 마음가짐으로 임하겠다. 내가 얼마나 능력 있는 사람인지 앞으로도 팬분들께 계속해서 증명해 보이고 싶다.”
-지도자 생활을 마친 뒤 삶을 생각해 봤는지.
“훗날에는 학생이나 사회 초년생들의 멘토로서 동기 부여를 돕는 일을 하고 싶다. 그들에게 노력하면 목표를 이뤄낼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선택받은 재능들이 있는 e스포츠 프로 리그에 오랫동안 몸담았는데, 천재가 생각만큼 많지는 않더라. 천재가 아니어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면 기회가 ‘여러 번’ 찾아온다는 걸 그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지난 10년간 그랬듯 앞으로도 팬분들이 웃으실 수 있게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다.”
윤민섭 이다니엘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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