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부산으로, 산은이 타깃됐나… ‘스윙보터’ PK 의식하는 정치권
각 지자체 금융 공기업 유치전 치열
부산시 KDB산업은행 이전이 급물살을 타는 배경에는 부산·경남(PK)의 표심을 어떻게든 붙잡아보려는 정치권이 있다. ‘전략적 요충지’인 PK 지역의 표심을 얻고자 역대 정권은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금융 공기업 이전이라는 당근을 제시해왔다. 금융 공기업은 부산뿐 아니라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원하는 선망의 대상이다. 지역 세수 확대와 지방 인재 채용 등에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글로벌 금융중심지로 거듭나겠다는 큰 꿈을 품고 있다. 부산시가 지난 3월 확정한 ‘2040 부산도시기본계획’에 따르면, 부산시는 산은뿐 아니라 금융위원회까지 이전하는 ‘통 큰’ 구상을 하고 있다.
부산시가 산은 이전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현 정권의 든든한 뒷받침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 산은 부산 이전을 공약으로 제시했을 뿐 아니라, 국정과제로도 선정했다.
다른 어떤 곳보다도 부산시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 균형발전 정책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지역으로 꼽힌다. 지금의 부산 국제금융센터는 한국증권선물거래소(현 한국거래소)가 이전하면서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는데, 처음 이야기가 나왔던 게 다름 아닌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이다.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 대선 공약이 됐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이전이 진행됐다.
각 정권이 부산시를 특히 신경 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PK 지역이 선거 때마다 대표적인 ‘스윙보터’로 꼽히기 때문이다. PK 지역은 서울 등 수도권 다음으로 인구가 많을 뿐 아니라, 선거 승패를 위해 거머쥐어야 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한 정부 관계자는 10일 “돌이켜보면 과거 선거 때마다 여야 공약 경쟁으로 이득을 봤던 것은 늘 부산”이라며 “반면 호남이나 대구 등 전통적인 ‘텃밭’ 지역은 별다른 이득을 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번 산은 이전도 윤석열정부가 일찍이 지난해 대선·지방선거부터 내년 총선 대비용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공공기관 제2차 이전 기본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각 지자체의 금융 공기업 이전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비단 부산뿐 아니라 대구·경북(TK), 전북 전주시도 국책은행·금융 공기업 이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각 지자체가 금융 공기업 이전을 원하는 이유로는 대표적으로 세수와 채용 문제가 꼽힌다. 실제 부산시는 금융 공기업 이전으로 지방세 수입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 이전이 본격화됐던 2014년 부산시의 지방세 수입(1976억원)은 전년 대비 4배 증가했다.
부산 국제금융센터가 있는 부산 수영 세무서는 2016년 11년 만에 비서울권 세무서로서 전국 세수 실적 1위를 기록한 뒤 줄곧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전국 투자자의 증권거래세를 통합해 거두는 것이어서 지역 경제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다는 지적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지방세수 증가에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 공기업 이전은 지방 인재를 채용한다는 측면에서도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많다. 실제 부산시의 부산대·동아대 재학생은 지역 인재 의무채용 정책에 따라 상당한 수혜를 받고 있다. 금융 공기업이 안정적이고, 연봉 수준도 높기 때문에 지역 대학 인기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미 산은 외에 한국은행이나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서울의 정책금융기관 지방 이전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부산에서는 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서민금융진흥원 등도 추가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고, 대구에서도 지역구 의원들을 중심으로 기업은행을 이전시키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다만 금융 공기업의 지방 이전이 전체 관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인지는 짚어봐야 할 문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책은행과 중소기업 역할 연구’ 논문에서 금융 공기업은 ‘분산’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금융 공기업이 부산으로 옮겨간 뒤 한국의 금융 경쟁력이 오히려 떨어졌다는 것이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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