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환자로 병원은 ‘문전성시’…약국 의약품 ‘품절대란’ 우려
약국에서는 조제용 코감기약 수급 어려워 난감
정부 “민관협의체 통해 안정적 공급 위해 협의 중”
코로나19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이후 사회적 활동이 증가하고 밤낮으로 일교차가 큰 날씨 탓에 감기, 독감(인플루엔자) 환자들이 이비인후과나 소아청소년과 병원을 찾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감기 환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약국에서는 의약품 품절대란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지난 9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병원을 찾는 소아 감기 환자가 말도 못하게 많다. 심지어 쓸 수 있는 약도 없는 상태다”라며 “천식 환자한테 쓰는 기관지확장제나 흡입해서 염증을 가라앉히는 ‘풀미코트’(성분명 부데소니드), ‘부데코트흡입액’(성분명 미분화부데소니드) 등 기초적인 약조차 없다”라고 토로했다.
임 회장은 감기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현 상황이 “코로나19 유행 때 못지않다”고도 했다.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이후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약한 아이들이 온갖 바이러스에 노출되면서 한 번 병을 앓으면 심하게 앓는다는 것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4월23일부터 29일까지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는 외래 1000명당 23명으로 전 주 19.9명 보다 3.1명(15.6%) 증가했다.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는 38도 이상 발열과 기침, 인후통을 겪는다. 지난해 말 정점을 찍은 뒤 3월 초까지 등락을 반복하다 학교 개학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가 맞물린 3월 중순부터 확연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연령별로는 7~12세가 1000명당 43.1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13~18세 34.5명, 1~6세 영유아 26.7명, 19~49세 24.7명, 0세 20.1명, 50~64세 10.8명 순이었다. 임 회장은 “주변에 아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은 하나같이 약도 없는 상황에서 너무 힘들다고 이야기 한다”며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하는데 손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병원도 상황은 비슷하다. 경기 평택시의 한 이비인후과 의원 A원장은 “요즘 감기, 독감, 코로나19, 알레르기 비염 등으로 환자가 많다”며 “타이레놀이나 거담제, 코 막힘 약 등 일부 상기도 감염 관련 약제가 품절되거나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약국도 의약품 부족으로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조제용 코감기 약으로 많이 쓰이는 삼일제약의 ‘슈다페드정 60㎎’, 코오롱제약 ‘코슈정 60㎎’, 한미약품 ‘코싹엘정’ 등은 보유 재고량이 바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민필기 대한약사회 약국이사는 “작년에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해열제 때문에 곤란한 상황을 겪었는데 생산량이 증가해서 지금은 해결됐다. 현재 수급에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약품은 조제용 코감기 약”이라며 “상당히 많은 약국이 코감기 약을 구하지 못해 곤란해 하고 있다”고 했다.
민 약국이사는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가 같이 유행하는 ‘트윈데믹’ 상황에서 약 공급 속도가 환자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점을 의약품 부족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그는 “약사회에서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약 수급 문제 해결을 위한 실무회의를 몇 차례 가졌고, 제약회사 측에 물량을 늘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생산량이 단기간에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부분의 제약회사가 가격이 저렴해 마진이 남지 않는 약들은 공장라인에서 제대로 돌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 약국이사는 “단순히 약국에서 약을 구하기 힘들다는 현실을 넘어 약을 구하지 못한 환자는 건강상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이는 결국 국민 보건에 지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정부의 신속한 대응책 마련과 제약사의 생산량 증가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는 “정부나 제약사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약사와 정부, 제약사가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정부는 의약품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의약품 수급을 위해 상시적으로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련 협회 등으로 구성된 ‘수급 불안정 의약품 민관협의체’에 참여해 의료 현장과 소통하면서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적극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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