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의대 ‘진입로’ 된 정시… 합격자 5명 중 1명 강남 출신
서울대와 전국 의대에 정시모집으로 입학한 학생 5명 가운데 1명은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 출신으로 조사됐다. 전국 기초지자체가 모두 229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상위권 대학 진학 결과에 심각한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위주로 선발하는 정시 전형이 사교육 접근성이 좋은 강남 3구 학생의 명문대 통로로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과 국회 교육위원회 강득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9~2022년 서울대 및 전국 의대 신입생 출신 지역 자료’를 분석해 9일 공개했다.
서울대 정시모집 합격자 중 강남 3구 출신 학생의 비율은 2019년 20.6%였다. 이듬해 23.1%로 늘어났고 2021년 22.7%, 2022년 22.1%로 매년 20% 이상을 나타냈다. 서울대 수시 합격자 가운데 강남 3구 학생 비율은 2019년 8.3%, 2020년 7.1%, 2021년 7.4%, 2022년 7.2%였다. 강남 3구 출신이 정시에서 특히 강한 것이다.
의대 입시도 사정은 비슷했다. 정시에서 의대에 들어간 신입생 중 강남 3구 출신은 2019년 20.8%, 2020년 21.7%, 2021년 22.3%, 2022년 22.7%였다. 수시의 경우 7.3~9.2% 수준이었다. 정시가 강남 3구 출신의 서울대·의대 합격 통로였던 셈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서울대 신입생 출신 지역을 보면 수도권 출신이 평균 63.4%였다. 연도별로 보면 2019학년도 61.8%, 2020년 63.7%, 2021년 63.4%, 2022년 64.6%로 상승 추세였다. 의대 신입생은 평균 45.8%로 집계됐다. 2019년 44.2%, 2020년 46.5%, 2021년 46.4%, 2022년 46.3%였다.
수도권 출신은 정시에서 강점을 나타냈다. 서울대 수시 전형에서 수도권 출신은 58.0∼59.5% 수준이었다. 반면 정시 모집 합격자 중 수도권 출신은 71.9~78.8% 사이로 훨씬 비율이 높았다. 의대 역시 수도권 출신 비율은 수시에서 4년간 36.1∼38%였다. 정시의 경우 2019년 54.3%, 2020년 58.3%, 2021년 60.5%, 2022년 60.3%로 수시보다 높았다.
수능 위주의 정시가 공정하다는 인식에 대해 교육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동일 시간에 같은 문항을 풀어 우열을 가리는 수능이 얼핏 공정해 보이지만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 사교육 접근성 등이 강하게 작동한다는 설명이다.
정시 비중은 학생부종합전형 공정성 논란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논란 등으로 줄곧 확대됐다. 정부는 학생·학부모 선호도가 높은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 비율을 40% 이상으로 강제하고 있다. 수시에서 뽑지 못하고 이월하는 인원을 포함하면 이들 대학의 실질적인 정시 비율은 45% 안팎이다.
출제 당국은 대입 혼란을 줄이려면 상위권 변별력을 확보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른바 ‘킬러문항’으로 불리는 초고난도 문항이 출제되는 이유다. 하지만 대다수 고교, 특히 비수도권의 경우 수시 전형을 겨냥해 진학 지도가 이뤄지고 있다. 공교육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농산어촌 혹은 비수도권 중소도시 학생들이 수능 고득점을 노리기 어려운 구조다.
고교 교육과정을 이리저리 꼬아 놓은 초고난도 문항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출제 당국은 초고난도 문항의 난도를 낮춘 ‘준킬러문항’을 여럿 배치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러자 중·상위권 변별력이 상승하는 결과가 초래됐다. 한 입시 전문가는 “상위권 변별력을 위한 킬러 문항 혹은 준킬러문항은 아무래도 사교육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 학생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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