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옷 바꾸려 아울렛 찾았다가 총기에 물거품된 ‘아메리칸드림’

장은현,전웅빈 2023. 5. 10.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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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 총기 난사 사건으로 희생된 한인 교포 가족은 선물로 받은 아들의 옷을 바꾸기 위해 사건 현장인 아울렛을 찾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족의 사연을 알리며 시작된 모금에는 만 하루도 안 돼 15억원이 넘는 돈이 모였다.

8일(현지시간) 미국 모금·후원 사이트 고펀드미에는 지난 6일 댈러스 교외 '앨런 프리미엄 아울렛'에서 총기 난사로 숨진 조규성(38)·강신영(36)씨 부부와 두 아들 윌리엄(6), 제임스(3)의 사연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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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후원 하루 만에 15억원 모금
백악관, 인종 증오범죄 우려 표명
미국 텍사스주 시민들이 8일(현지시간) 댈러스 교외 아울렛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현장 인근 추모 장소를 찾아 슬픔을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 총기 난사 사건으로 희생된 한인 교포 가족은 선물로 받은 아들의 옷을 바꾸기 위해 사건 현장인 아울렛을 찾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족의 사연을 알리며 시작된 모금에는 만 하루도 안 돼 15억원이 넘는 돈이 모였다.

8일(현지시간) 미국 모금·후원 사이트 고펀드미에는 지난 6일 댈러스 교외 ‘앨런 프리미엄 아울렛’에서 총기 난사로 숨진 조규성(38)·강신영(36)씨 부부와 두 아들 윌리엄(6), 제임스(3)의 사연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윌리엄은 나흘 전 6번째 생일을 축하했다. 그들은 윌리엄이 생일선물로 받은 옷을 교환하기 위해 그곳에 갔다”며 “빛과 사랑, 축복으로 가득해야 할 오후가 8명의 희생자를 남긴 총기 난사 학살로 한순간에 끝나버렸다”고 적었다. 작성자는 또 “중환자실에서 퇴원한 6살 아들 윌리엄은 이 끔찍한 사건에서 유일한 생존자가 됐다”고 설명했다. 윌리엄은 어깨에 총상을 입었으나 수술 뒤 몸 상태를 어느 정도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으로 숨진 한인 교포 조규성·강신영씨 부부와 두 아들의 모습. 미 후원 업체 ‘고펀드미’ 홈페이지 캡처


현지 교민들은 사고 당시 엄마 품에 안겨 살아남았다고 목격된 아이를 윌리엄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날 CNN은 현지 주민 스티븐 스페인호이어씨의 증언을 인용해 ‘엄마로 보이는 여성이 4~5세로 보이는 아이를 총격으로부터 보호해 아이가 살았다’고 보도했다.

장례식 비용 등을 마련하기 위한 고펀드미 모금액은 순식간에 불어났다. 5만 달러 모금이 목표였는데 16시간 만에 2만3000명 이상이 참여했고 약 120만 달러(약 15억9000만원)가 모였다.

현지 한인 매체 등에 따르면 조씨 부부는 각각 어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한 이민 2세다. 조씨는 근무 중인 변호사 사무실의 홈페이지에서 자신을 이민 전문 변호사로 소개했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나 댈러스에서 자란 이민자로서 ‘아메리칸드림’에 대한 깊은 자부심과 존경심,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어는 모국어 수준으로 유창하고 라틴 아메리카 커뮤니티를 대리하기 위해 스페인어를 배우고 있다”고 적었다.

조씨는 또 “여가 시간에는 교회 활동에 참여하고, 두 아들이 자라는 것을 지켜보며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긴다”고 소개했다. 조씨는 치과의사인 아내 강씨와 함께 한인 교회에서 주변 한인을 돕는 여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 이 가족은 다른 지인의 생일파티에 갔다가 모임이 끝난 뒤 앨런 쇼핑몰에 들렀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함께 있던 지인은 “(이 가족이) 5분만 더 있게 잡았더라면”이라며 애통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댈러스 한인회는 이날 애도 성명을 내고 “우리 동포사회 일원으로 좋은 평판을 받으며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던 아름다운 한인 가족의 사망 소식은 너무나 큰 슬픔”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인 커뮤니티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인파가 몰리는 지역에서는 특별히 안전에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백악관은 인종주의에 기반을 둔 증오 범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공화당에 총기 규제 입법을 압박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올해 들어 201번째 총기사건을 목격했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은 총기 규제법 처리를 거듭 촉구했지만, 공화당은 이 위기에 대응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은현 기자,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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