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경의 오아시스] 소나무가 산불의 주범일까

2023. 5. 10.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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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다.

그러니 우리가 이 땅에 살기 시작할 때부터 소나무는 우리네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어쩌면 이런 헌신적인 모습이 우리 민족의 기상과도 닮아서 우리가 소나무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산불의 원인 중 하나로 소나무가 지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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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다. 거리 어디에서도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를 마주한다. 소나무가 한반도에 등장한 것은 수천 년 전부터이며 약 1400년 전부터 번성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가 이 땅에 살기 시작할 때부터 소나무는 우리네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고대 왕릉에서부터 고궁과 아파트에 이르기까지 기풍과 멋을 곁들인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집의 기둥과 서까래 등 건축재에서부터 가구와 농기구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소나무를 사용했다. 춘궁기에는 식량이 되기도 했다.

어쩌면 이런 헌신적인 모습이 우리 민족의 기상과도 닮아서 우리가 소나무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노목의 장엄한 모습을 보고 감탄하기도 하고, 줄기와 솔잎이 눈 속에서도 푸른 모습을 보고 곧은 절개와 굳은 의지를 조선시대 사명대사는 시로 남겼고, 그 이미지는 고스란히 애국가로 이어지고 있다.

“소나무, 아 푸르구나! 초목의 군자로다/ 눈서리 차가워도 시들지 않고/ 비 오고 이슬 내려도 즐거워하지 않네/ 좋을 때나 기쁠 때나 변함이 없어라….”(사명대사의 ‘청송사’ 중에서)

그런데 지난달 강원도 강릉에 큰 산불이 났다. 수많은 소나무가 불타 버렸고 인명 피해도 있었다. 고성(1996년 4월), 동해안(2000년 4월), 낙산사(2015년 4월), 강릉·삼척(2017년 5월)에 이어 반복되는 큰불이다. 동해안의 해송을 보며 힐링했던 도시인들도 안타까웠지만 송림이 도시브랜드인 강릉의 경우는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게다가 산불의 원인 중 하나로 소나무가 지목되고 있다. 소나무는 송진 등 유지성분을 품은 침엽수의 특성상 화재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화재에 강한 활엽수로 바꿔야 한다는 말도 들리고, 심지어 소나무는 쓸모가 없다는 말도 들린다. 전통적인 가치와 현실의 이해가 충돌하고 있다.

봄철 서풍에 따른 강풍 발생이 동해안 산불의 주된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이 때문에 조선시대에도 대규모 산불에 관한 다수의 기록이 남아 있다. 문제는 화재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침엽수 위주의 조림이 강풍 상황에서 대규모 산불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쏠림은 언제나 큰 위험으로 다가온다.

산림 전문가들은 활엽수 7, 침엽수 3의 구성이 산림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만든다고 한다. 활엽수는 뿌리가 수직으로 뻗는 특성 때문에 수평으로 뻗는 침엽수에 비해 태풍과 집중강우에도 더 강하다.

더구나 기후변화의 위험은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과거에 보지 못한 강력한 태풍이 오기도 하고, 러시아 모스크바보다 더 추운 한파가 오곤 한다. 이상기온으로 봄꽃 축제가 무산된 게 엊그제 일이다. 더 이상 기존의 관행대로 대응해선 더 큰 피해를 예방하기 어렵다. 위험 노출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

4월을 보내면서 산불 위험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위험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항상 최선은 아니다. 발화의 원인이 기후 외에도 사람, 소나무라고 하여 이들을 산에서 모두 내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일 수는 없다. 소나무의 전통적인 가치를 보존하고 현실을 영위해 나갈 방도가 필요하다. 위험을 감수하되 피해를 최소화할 생태계 다양성과 부족한 소방시설의 정비 등 사전예방과 더불어 침엽수 위주의 사유지 산림 복구 등 피해 복구 방식을 재정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되는 보험제도도 고려해 볼 만하다. 피해자에게 보험을 통해 직접 보상하는 것이 보험의 역할이자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지원을 받는 피해자도 당당하게 받을 수 있도록 말이다.

안철경 보험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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