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 한·미 가치동맹 선언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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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을 '가치동맹'으로 격상한 다음 날인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 연설에서 '새로운 워싱턴 컨센서스' 개념을 소개했다.
30년 넘게 세계화를 뒷받침했던 현재의 워싱턴 컨센서스를 대체하는 새로운 글로벌 전략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한국은 미국과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 발언은 이제 막 윤곽을 드러낸 새로운 워싱턴 컨센서스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그래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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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을 ‘가치동맹’으로 격상한 다음 날인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 연설에서 ‘새로운 워싱턴 컨센서스’ 개념을 소개했다. 30년 넘게 세계화를 뒷받침했던 현재의 워싱턴 컨센서스를 대체하는 새로운 글로벌 전략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상당수 전문가는 이를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종식 선언으로 평가한다.
설리번은 ‘글로벌 경제 통합’으로 요약되는 기존 국제질서가 4가지 도전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자본 효율화만 추구하다 전략 물품 공급망 등이 해외로 빠져나갔고, 불공정 거래에 나서며 부상한 중국의 야욕은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시장경제는 기후변화 등 글로벌 위기에 둔감했고 부익부 빈익빈을 확대했으며 민주주의 토대를 약화했다는 논리도 폈다. 설리번은 이를 해결할 5단계 조치를 설명했는데 그게 새로운 워싱턴 컨센서스다.
첫 단계는 미국 경제 번영을 위한 첨단산업 정책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반도체 지원법, 인플레이션감축법 등을 통해 자원·자본을 재분배하고, 미국 산업 경쟁력을 다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조치는 2단계 ‘파트너 국가와의 협력’으로 연결된다. 설리번은 “국내 역량 강화가 출발점이고, 그 노력은 국경을 넘어 확장한다”며 “우리는 국내에서 당당하게 산업전략을 추구할 것이지만, 친구들을 뒤에 남겨두지 않겠다는 분명한 약속도 했다”고 말했다. 미국과 같은 생각을 지닌 파트너와 첨단기술 산업 인프라 및 공급망을 함께 구축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는 것이다.
3단계는 협력의 범위 확장이다. 설리번은 “전통적 무역 거래를 넘어 우리 시대 핵심 과제에 초점을 맞춘 혁신적인 새로운 국제 경제 파트너십으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미주 경제번영 파트너십(APEP), 미·유럽연합(EU) 무역 및 기술 위원회(TTC), 한·미·일 3자 공조 등을 예로 들었다. 모두 특정 목적을 지닌 ‘소다자 협력체’다. 이는 기존 관세 인하 중심의 자유무역협정(FTA) 체제와는 차이가 있는데, 설리번은 그것이 새로운 파트너십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4·5단계는 보다 직접적으로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4단계 ‘글로벌 인프라 파트너십(PGII)’은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응하는 전략이며, 5단계 ‘작은 마당과 높은 울타리’는 핵심기술을 지키기 위한 수출 통제 등의 조치를 뜻한다.
1~5단계 조치에는 모두 ‘미국의 번영과 중국 견제’라는 의도가 녹아 있다. 그리고 뜻을 함께하는 파트너와 공동 번영한다는 제안이 담겨 있다. 한·미 정상회담 성과물은 바로 이런 원칙이 그대로 적용된 것들로 보인다. ‘한국은 미국과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 발언은 이제 막 윤곽을 드러낸 새로운 워싱턴 컨센서스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그래서 많다.
미 학계와 산업계는 새로운 워싱턴 컨센서스를 놓고 논쟁 중이다. 산업계 입장을 대변하는 미 상공회의소 존 머피 부회장은 설리번 주장이 대부분 사실이 아니라며 반발했다. 오바마 행정부 때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도 ‘제조업에 대한 지나친 집착’ ‘공격적인 경제민족주의’ 등의 표현을 쓰며 “창의적이지만 미국의 장기적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이라 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설리번조차 “국제질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내년에 있을 미국 대선 결과는 국제질서 개념을 송두리째 흔들 수도 있다. 새로운 합의가 구현될 수 있을지 미국에서도 의구심이 많은 셈이다. 한국이 서둘러 확신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전웅빈 워싱턴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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