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공원이 된 학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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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4일제처럼 주말마다 연휴가 이어졌다.
1980년대 초 중동고와 숙명여고가 강남으로 이전한 터엔 서머셋 등 빌딩이 섰고, 그 사이 자투리땅이 남겨져 공원이 됐다.
떠난 터는 문화재로 복원되거나 공공기관이 입주하거나 공원으로 활용되거나 민간에 매각·개발되며 일부만 공원으로 남았다.
앞서 공원이 된 학교들로부터 통찰력 있는 교훈을 얻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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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4일제처럼 주말마다 연휴가 이어졌다. 휴일엔 동네를 산책하는데 연휴로 반복되는 코스가 지겨워 삐딱선을 탔다. 서울 사대문 안 작은 공원을 돌아보기로 한 것. 안국동 사거리에서 조계사 뒷길로 빠져 수송공원에 닿았다. 1980년대 초 중동고와 숙명여고가 강남으로 이전한 터엔 서머셋 등 빌딩이 섰고, 그 사이 자투리땅이 남겨져 공원이 됐다. 빌딩 사이 나무들이 깊은 그늘을 드리우는 도심 속 숨은 쉼터.
종로에서 서쪽으로 길을 잡았다. 덕수초 앞 덕수궁 선원전 복원이 시작됐기 때문인데, 이 땅은 옛 경기여고 터다. 신문로를 따라 서울고의 서초동 이전으로 복원된 경희궁도 들렀다. 이어 정동길을 내려 옛 배재고 운동장이 러시아 대사관으로 바뀌며 옹색하게 남은 배재공원을 가로질렀다. 내친김에 만리재까지. 목동으로 이전한 양정고 옛터만이 오롯이 손기정공원으로 남았다.
청계천을 따라 동쪽으로 걸었다. 연지동에서 잠실로 옮겨간 정신여고는 큰 회화나무 한 그루를 남겼다. 인근 연지동 1번지는 옛 동대부고 자리인데 현대그룹빌딩을 지으며 작은 연지공원이 남았다. 율곡터널을 넘으니 원서공원이다. 휘문고가 대치동으로 이전한 터에 현대건설이 사옥을 짓고 일부에 원서공원을 조성했다. 작년 재단장한 원서공원은 꽤 세련되어져 종종 커다란 회화나무 곁에 앉곤 한다. 재동 옛 창덕여고는 이제 헌법재판소라 담 너머 백송을 바라다보는 정도다. 하긴 창성동 진명여고 옛터는 보안시설이라 볼거리도 없다. 산책은 풍문여고가 이사 간 서울공예박물관을 거쳐 경기고가 떠나간 정독도서관으로 끝났다.
1976년 경기고를 필두로 시작된 학교 이전은 강남 개발을 매조졌다. 떠난 터는 문화재로 복원되거나 공공기관이 입주하거나 공원으로 활용되거나 민간에 매각·개발되며 일부만 공원으로 남았다. 극심한 저출생으로 어린이집과 학교가 줄줄이 사라질 예정이다. 앞서 공원이 된 학교들로부터 통찰력 있는 교훈을 얻을 때다.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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