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 확장억제 합의의 함의와 할 일
한미 정상이 확장억제에 관한 워싱턴 선언을 내놓았다. 이로써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이 더 확실해졌다. 한국의 의견을 반영할 협의체도 설립됐다. 핵 억제력에 도움이 될 성과다.
선언의 배경에는 전술 핵과 전략 핵으로 한미를 동시에 위협하며 유사시 미국의 한국 지원을 견제하려 한 북한이 있었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과의 대결 심리에 따라 북한을 두둔했다. 그 결과 유엔은 북한의 도발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다. 자연히 한국에서는 핵무장, 전술 핵 재배치, 확장억제 강화, 전략자산 상시 배치 등 다양한 대안이 제기되었다. 이제 윤석열 정부는 확장억제 강화와 전략자산 빈번 배치로 방향을 정하고, 이를 워싱턴 선언에 반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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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선언 후속 대응이 중요
한미 핵협의 철저히 준비하고
핵무장 문제점 내부 설득하며
북·중·러와는 외교공간 열어야
」
선언의 함의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있으나, 정확한 평가를 하려면 미국의 의중부터 냉정히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할 일을 변별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성취감 속에서 정작 해야 할 일을 놓칠 수 있다.
본디 미국은 핵무기 운용을 타국과 깊게 논의하는 데 소극적이다. 그러한 미국이 나토와는 핵 기획그룹(Nuclear Planning Group, NPG)을 운용하며 상대적으로 많은 논의를 한다. 한국과는 초보적 수준의 확장억제 전략협의그룹(EDSCG)을 운용해왔다. 그러다가 북핵 위협이 고조되고 한국에서 핵무장에 대한 지지가 70%를 넘자 미국도 대처를 고심하게 되었다. 마침 윤석열 정부가 확장억제 강화를 제기하자 미국은 한국의 요구를 수용하되 핵무장 가능성을 차단하는 접근을 추진한다. 이에 따라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 NCG) 설치와 핵 확산금지조약(NPT) 재확인이 담긴 워싱턴 선언이 나오기에 이른다.
그러면 NCG의 효용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혹자는 NCG가 NPG 보다 낫다고 하고, 혹자는 비교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상식적으로 유추해 보면, 미국은 EDSCG보다 비중을 갖되 NPG에는 못 미치는 조직으로 NCG를 구상한 것 같다. NPG와 NCG는 이름부터 유사하다. P와 C만이 다르다. 문자 그대로 NPG는 기획(Planning)에, NCG는 협의(Consultative)에 방점이 있다. NPG는 장관급이고, NCG는 차관보급이다. 한국과는 EDSCG보다 높은 수준에서 일단 ‘협의’를 더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우리로서는 이런 정황을 애써 부인하거나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NCG를 최대한 활용할 생각을 하면 된다. 종래 한미는 재래식 전력에 국한하여 함께 준비하고 훈련해왔다. EDSCG를 통해 핵 전력에 대해 협의한 지는 일천하다. 지금 한국이 핵무기 운용에 대해 본격 협의할 태세를 갖췄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러니 첫째로 할 일은 NCG에 실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다. 치밀하게 연구하고 인력도 양성해야 한다. 자칫하면 핵무기 운용을 주도하려는 미국의 관성에 끌려가게 된다.
한편, 워싱턴 선언은 한국의 NPT 준수를 재확인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핵무장론을 배제했음을 의미한다. 보수 일각에서 핵카드를 버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이 또한 아쉬워할 일이 아니다. 북핵에 대한 일반인의 반감이 핵무장 여론을 추동하고 있지만, 전문적인 입장에서 볼 때, 핵무장은 현실적인 대안이 못 된다. 한국처럼 대외의존도가 높고 보수 진보 대립이 심한 나라는 제재를 견디기 어렵다. 핵무장은 국제고립과 국내 분열을 심화시켜 나라의 명운을 위태롭게 할 공산이 크다.
그러므로 둘째로 할 일은 차제에 핵무장의 문제점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제기하고, 강화된 확장억제가 대안이라는 점을 국민들에게 인식시켜 핵무장 여론을 진정시키는 것이다. 워싱턴 선언을 만든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마침 국방부 장관이 이러한 노력에 나선 것을 높이 평가한다. 더 나아가 범 정부 차원의 강력한 노력을 요망한다. 비핵 평화를 중시하는 진보 진영도 이 작업에 힘을 보태야 한다. 그리하여 나라의 명운을 좌우할 논의가 포퓰리즘에 휘말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편 강화된 확장억제는 억제 효과와 함께 북한의 강성 대응을 유발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이에 대처하려면 외교가 작동할 공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것이 셋째로 할 일이다. 이 맥락에서 북한과 대증적으로 치고 받는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러와의 협력 여지도 보존해야 한다. 미·중·러가 경쟁하면서도 공통의 이해인 한반도 비핵 평화를 위해서는 일정한 협력을 하도록 사안을 분리해 내야 한다. 그리하여 북한이 대화로 국면을 전환할 때 상황을 역활용할 태세를 갖춰야 한다.
워싱턴 선언은 그 자체로 우리의 억제력을 강화한 문건이다. 거기에는 후속 대응에 따라서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여지가 내포되어 있다. 내실 있는 확장억제 협의, 핵무장 여론 완화, 북·중·러와의 외교공간 확보 분야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한다.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리셋 코리아 외교안보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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