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문의 휴먼 & 펫] 말 못하는 동물, 그들이 아플 때
반려동물이 평소와 달리 이상한 행동을 하는 때가 있다. 몸에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징후인 경우가 많은데, 대개 통증에 따른 반응이다. 아픈 부위를 만지면 물려고 든다. 동물은 말을 못하니 행동을 보고 알아낼 수밖에 없다. 피부에 이상이 생기면 핥거나 다리로 털고, 벽에 문지르기도 한다. 피부병이 심하면 너무 핥아서 치아와 잇몸 사이에 털이 끼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또 눈병에 걸리면 눈곱이 많이 끼고 눈 색깔이 변하거나 물건에 부딪히기도 한다. 치과 질환이 생기면 침을 흘리거나 입에서 심한 냄새가 나고, 딱딱한 간식을 잘 먹지 못한다. 이때 얼굴을 만지면 싫어하는데, 통계적으로 3세 이상 개의 85%가 치주염에 걸려 있다.
귓병이 있으면 귀에서 냄새가 나고 귓밥이 무더기로 쌓인다. 강아지가 귀를 심하게 흔들거나 한자리를 빙빙 돈다면 귓병을 의심해보자. 배가 아프면 구토나 설사를 하는데, 배에 딱딱한 부분이 생겨 주인이 만지면 아파한다. 이런 증상은 음식물이 바뀌었거나 이물질을 섭취한 경우, 장이 꼬였거나 심한 스트레스를 겪을 때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다리를 절거나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면 발바닥부터 척추까지 관절과 신경에 이상이 발생했는지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 갑자기 물을 많이 먹고 오줌을 많이 누면 당뇨병, 오줌 색깔이 변하면 결석이나 신장 이상, 밤에만 마른기침하면 심장병 가능성이 있으니 잘 관찰하자.
스트레스 상황이 반복될 때에도 동물은 사람을 물거나 피한다. 미용이나 목욕, 발톱 깎기를 싫어하는 동물은 과거 나쁜 기억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고령 동물에선 인지장애도 나타난다. 방향감각이 떨어지고 이유 없이 짖거나 배변 실수가 잦아진다. 키우던 동물이 안 하던 행동을 한다고 무턱대고 꾸짖을 일이 아니다. 사람처럼 동물도 각종 질병을 앓는다. 아픈 동물에게 필요한 것은 공감과 동정심, 적절한 치료다.
서강문 서울대 수의대 교수·전 서울대 동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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