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 위에 작은 우주를 탄생시킨 샤넬 워치의 세계
샤넬 워치는 끊임없이 놀라운 진보를 거듭한다. 제네바에서 열린 ‘2023 워치스 앤 원더스’ 현장에는 전 세계에 이름을 떨치는 쟁쟁한 워치메이커들이 총집결했는데,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패션 하우스가 바로 샤넬 워치다. 1987년 시계 분야에 처음 뛰어든 샤넬 워치는 지난 30여 년 동안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다.
그중 ‘J12 X-레이 스타’는 기존 X-레이 시리즈에 사용하던 투명 사파이어 크리스털에 특수한 마감 처리를 더한 ‘프로즌 사파이어 크리스털’을 사용했다. 마치 우주의 극저온에서 얼어붙은 것처럼 반투명한 효과를 낸 것이 특징. 시계 전체에 블랙 컬러를 쓴 ‘J12 인터스텔라’는 캄캄한 우주의 절대적인 암흑을 연상시키고, ‘J12 다이아몬드 뚜르비옹’은 투르비용 한가운데에서 빙글빙글 회전하는 솔리테어 다이아몬드를 공전과 자전을 멈추지 않는 별의 움직임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바쁜 현실 속에 파묻혀 쉽게 떠올리기 힘든 공상의 즐거움을 불러일으키는 인터스텔라 캡슐 컬렉션을 통해 잊고 있던 순수한 순간과 만날 수 있었던 것.
지난 1월, 파리에서 열린 오트 쿠튀르 패션위크 기간에 처음 공개된 이 컬렉션은 실물을 먼저 접한 패션 피플들에게 뜨거운 찬사를 받았고, 제네바에서 열린 ‘2023 워치스 앤 원더스’를 통해 시계 애호가들에게도 참신한 발상과 아이디어를 구현한 놀라운 장인 정신으로 인정받았다. “나는 실제로 사람들이 필요에 의해 만들어낸 도구의 생김새에 매료된다. 스타일의 관점에서 핀 쿠션은 그 자체로 존재감이 있다. 특히 쿠션 위에 꽂힌 바늘과 핀의 무작위한 디자인이 좋다. 때로는 질서정연하게, 때로는 무질서하게 찔러 넣은 핀 머리는 재봉사의 작업이 진전될 때마다 변화하는 장식 효과가 있다.” 아르노 샤스탱의 말처럼 ‘마드모아젤 프리베 피케 귀’ 컬렉션에는 핀 쿠션에서 찾을 수 있는 고유한 특징이 녹아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솜을 가득 채운 핀 쿠션처럼 봉긋하게 솟아오른 돔 형태의 글라스다. 입체적으로 솟은 글라스 형태는 옆에서 봤을 때 스노볼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신비롭게 느껴진다. 또 ‘마드모아젤 프리베 피케 귀’ 워치의 케이스는 지름 55mm 크기로, 일반적인 여성용 워치 사이즈인 28~34mm 크기를 훌쩍 넘긴다. 대담하다고 볼 수 있는 케이스 사이즈는 시계를 손목에 착용했을 때 핀 쿠션을 착용한 것과 비슷한 시각적 효과를 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컬렉션의 하이라이트는 다이얼에 있다. 총 다섯 가지 버전으로 선보이는 각기 다른 다이얼에는 블랙 트위드 재킷과 까멜리아 모티프의 레이스, 퀼팅 백 등 샤넬 하우스를 대표하는 아이코닉한 요소를 정교하게 장식했다.
골드를 손으로 조각하는 세공은 물론, 고온에서 에나멜을 구워 내는 그랑푀 기법, 크고 작은 다이아몬드를 빈틈없이 빼곡히 세팅하는 스노 세팅, 자개를 깎아내는 인그레이빙 등 섬세하고 까다로운 기술력을 요하는 세공법이 총동원된 결과다. 여기에 다이아몬드와 마더 오브 펄, 진주에 이르기까지 호화로운 스톤까지 가세했으니, 샤넬 워치가 만들어낸 돔 속의 작은 세상에 빠져 드는 건 시간 문제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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