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석열 정부 1년…국민과 소통해야 국정 운영 힘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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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부와의 차별화에 주력 “우리나라와 사회 바뀌어”
건전 재정, 3대 개혁 등 방향 옳지만 인사·협치서 감점
시행착오 딛고 제대로 일할 때…미래 청사진도 제시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일로 꼭 1년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출입기자단과의 오찬에서 “비판도 받고 격려도 받다 보니까 언제 1년이 오나 했더니, 벌써 1년이 왔다”는 소회를 밝혔다. 또 “정권을 바꾸는 것은 나라를 바꾸고 사회를 바꾸기 위한 열망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과연 우리나라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바뀌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년간 국정 운영의 방점이 전 정부와의 차별화, 국정 기조의 전환에 찍혔음을 나타내는 언급이다.
취임 1주년을 맞아 공개된 특별 영상엔 “가짜 평화가 아닌 진정한 평화” “그들만의 이권 카르텔을 깨는 노동개혁, 법과 원칙” “무너진 원전 생태계 바로 세우기” 등이 달라진 국정 기조의 대표 사례로 제시됐다. 국정 각 분야에서 전 정부와의 차별화가 시도되면서 우리 사회는 국민 갈등의 격화라는 비용을 치러야 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극심해진 진영 갈등은 지난 대선에서의 0.73%포인트 차 승부를 낳았고,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도 대선 연장전 분위기가 이어졌다. 30%대에 머물러 있는 국정 수행 지지율은 과거 대부분의 전임자들이 누렸던 취임 초 허니문을 윤 대통령이 제대로 누리지 못한 탓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선 지지자들 사이에도 “방향은 옳고 결단력도 있지만 추진 방법이나 과정에 아쉬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 동맹 재건과 대일 관계 정상화, 민간 주도와 시장 중심의 성장, 건전 재정, 노동·연금·교육 분야 3대 개혁 등의 국정 방향은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정책 추진의 동력인 인사(人事)나 소통, 태도, 공감 능력 등에서 허점이 보인다는 의미다. 인사 추천과 검증의 검찰 출신 독식, 업무적 연관성이 크지 않은 자리에도 검사 출신이 대거 기용되는 현실은 ‘검찰공화국’ 논란을 낳았다. 고위 공직자들의 잇따른 낙마와 부실 검증 논란은 윤 대통령이 내걸었던 공정과 상식 이미지에도 흠집을 냈다. 도어스테핑(약식 회견) 중단과 기자회견 기피는 대통령의 소통 의지에 의구심을 낳기도 했다.
지지율 폭락의 빌미가 된 전당대회 개입 논란이나 ‘체리 따봉’ 이모티콘 파문은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이 자초한 일이기도 했다. 대통령실에 집중된 힘은 여당을 ‘윤핵관 집합소’ 수준으로 무력화시켜 각종 논란을 낳고 있다. 나라를 위해선 누구와도 김치찌개를 먹겠다고 했던 윤 대통령이지만 야당 지도부와의 만남은 아직까지 성사되지 않았다. 어제 국무회의에서 “거야 입법에 가로막혀 필요한 제도를 정비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한 윤 대통령은 대야 설득이나 갈등 조정을 위한 협치 노력은 충분했는지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 2일 “변화의 속도가 느린 부분은 다음 1년에는 속도를 더 내고, 또 변화의 방향을 조금 더 수정해야 하는 것은 수정할 생각”이라며 국정 스타일의 변화 가능성을 내비친 부분은 그래서 다행스럽다.
남은 임기가 4년이지만 힘을 갖고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시간은 이보다 더 짧다. 1년간의 시행착오와 교훈을 토대로 진정 일을 제대로 해야 하는 시기다. 전임 정부와의 차별화도 좋지만 윤 대통령 스스로는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4년의 청사진도 함께 제시해 주길 기대한다. 세계적인 격변기에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 뒤의 대한민국을 위한 설계까지 담긴다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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