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간디’ 지지율 51%…에르도안 20년 끝낼까
오는 1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대선을 앞두고 20년간 철권 통치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69) 대통령이 강력한 도전에 맞닥뜨렸다. 6개 야당 연합 대표 케말 클르츠다로을루(74) 공화인민당(CHP) 후보가 무서운 기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튀르키예 여론조사 업체 마크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4일 성인 575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클르츠다로을루는 50.9%를 얻어 에르도안(45.4%)을 앞섰다고 현지 매체 두바르가 전했다. 지난 3~4월 조사 땐 과반이 없었다. 14일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2주 후 결선투표를 한다. 대선과 동시에 치러지는 총선의 경우 집권 정의개발당(AKP) 지지율이 36.9%로 CHP(30.1%)를 앞섰다.
2017년 개헌으로 종신 집권 야망을 드러낸 에르도안은 지난 7일 이스탄불 집회에서 “새로운 튀르키예 100년을 건설하겠다”며 지지층 결집을 시도했다. 그는 야권 후보 클르츠다로을루가 쿠르드계 표심을 잡고 있는 점을 겨냥해 “테러리스트와 손 잡은 세력”이라고 몰아붙였다. 에르도안은 이달 1일 옥수수·밀 등 곡물에 130% 수입 관세를 부과하는 등 보수·농촌 표심을 노린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반면 클르츠다로을루는 지난달 유세에서 “우리의 경제와 민주주의를 위해 에르도안에게 5년을 더 잃을 순 없다”며 “우리는 문명화된 세계를 원한다. 언론의 자유와 완전한 사법적 독립을 원하지만, 에르도안은 권위적이길 원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집권하면 대통령 중심제를 의회제로 돌려 놓겠다는 공약도 냈다. 학자·공무원 출신인 그는 2017년 CHP 부대표가 체포됐을 때 앙카라에서 이스탄불까지 450㎞ 평화 행진으로 항의해 ‘튀르키예의 간디’라는 별명을 얻었다.
에르도안은 선거 때마다 야권 분열에 힘입어 승기를 잡아왔지만 지난 2월 6일 튀르키예 대지진(규모 7.8)이란 악재를 만나며 실각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외신들의 전망이다. 튀르키예 남부 11개 도시와 시리아 북부를 휩쓴 강진으로 최소 4만6000명이 사망하고 수백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면서 민심이 뒤집혔다. 특히 내진 설계가 면제된 부실 건물들의 피해를 두고 에르도안 정부의 졸속 재개발 정책이 원인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1999년 튀르키예 이즈미트 대지진 때도 당시 뷜렌트 에제비트 정부의 부실 재난 대응이 도마에 올랐고, 뷜렌트 정권은 그 다음 선거에서 패했다.
경제난도 에르도안의 인기가 떨어진 요인이다. 에르도안은 튀르키예의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를 뒤집기 위해 기준금리를 19%에서 8.5%까지 강제로 내리게 했고, 최저임금은 두 배로 인상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10월 튀르키예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85.51% 치솟으며 24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튀르키예 리라화 가치는 2021년 40%, 작년엔 30% 가까이 폭락했다. 국민들은 ‘리라화 폭락과 고물가, 주식 시장 폭락’이라는 삼중고를 겪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선거가 에르도안에게 가장 큰 시험대가 된 배경은 그의 강압적이고 비전통적인 경제 정책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에르도안 측에선 선거 불복 시사 발언이 나오고 있다. 에르도안의 측근인 슐레이만 소일루 내무장관은 지난달 “이번 선거는 서방에 의한 정치적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에르도안이 결과를 승복하느냐에 따라 튀르키예 민주주의 역사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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