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CPI·부채한도 협상 주시하며 장초반 하락

뉴욕=조슬기나 2023. 5. 9.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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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9일(현지시간) 이번주 공개되는 주요 인플레이션 지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의회 지도자들의 부채한도 상향 논의 등을 대기하며 장초반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이날 오전 10시25분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27.22포인트(0.08%) 내린 3만3591선에 움직이고 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16.16포인트(0.39%) 하락한 4121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65.97포인트(0.54%) 낮은 1만2191선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S&P500지수에서 통신 관련주를 제외한 나머지 10개 업종이 모두 하락세다. 팔란티어는 예상을 상회하는 호실적으로 전장 대비 22%이상 치솟았다. 팔란티어의 알렉스 카프 CEO는 자사 AI플랫폼에 대한 수요가 "전례가 없을 정도"라고 밝혔다. 전기차업체 루시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에 8.6%이상 밀렸다. 3D시스템스 역시 부진한 실적과 인력 감원 소식이 알려지며 10%가까이 하락했다. 지역은행발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팩웨스트방코프, 웨스턴얼라이언스방코프의 주가는 각각 3% 안팎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투자자들은 이번주 공개되는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 지표를 앞두고 지역은행발 우려, 부채한도 상향 실패에 따른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 및 관련 논의를 주시하고 있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시장분석가는 "월가는 백악관에서의 부채한도 논의 결과, 인플레이션 고착화 여부를 알기 전까지는 중요한 입장을 취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대출규제 강화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은행스트레스가 사라지지 않을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여야 지도부는 이날 오후 4시에 회동해 부채한도 상황에 대해 논의한다. 하지만 이번 만남에서 최종 합의가 도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른다. 공화당이 대규모 정부지출 삭감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반면,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조건 없는 부채한도 상향을 주장하며 대치하고 있어서다. 미국은 지난 1월 31조4000억달러 규모의 부채한도를 모두 소진했고, 직후 특별조치로 협상 시간을 번 상태지만 이마저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부채한도를 상향하지 않을 경우 사상 초유의 디폴트가 발생하며 경제적 역풍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연일 경고하고 있다. 옐런 장관이 제시한 X데이는 6월초다. 워싱턴DC의 싱크탱크 초당적정책센터(BPC) 역시 연방정부가 보유한 현금이 바닥나 부채를 갚지 못하게 되는 X데이를 6월초~8월초로 예측했다. 이달 초 미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는 디폴트에 따른 경제적 피해 시나리오를 공개하고, 장기화 시 증시가 45% 폭락하고 일자리는 최대 830만개 사라질 수 있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다음날에는 미국의 4월 CPI가 공개된다. 지난주 후반 공개된 고용보고서가 강세를 보인 데 이어, 이번주 물가지표까지 예상을 웃돌 경우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내 금리 인하 기대는 한풀 더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월가 전문가들은 미국의 4월 CPI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5%, 전월 대비 0.4%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년 대비로는 3월과 동일한 수준인 한편, 전월 대비로는 오히려 3월(+0.1%)보다 물가 상승폭이 확대될 것으로 본 것이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끈적끈적한 근원 물가도 경계하고 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5.5%, 전월 대비 0.4%로 예상됐다.

이어 11일에는 도매물가 격인 4월 PPI 발표도 예정돼있다. 도매 물가 상승분이 이후 소비자 물가로 전가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PPI 둔화 추세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됐다는 시그널로 해석된다. 이밖에 Fed 3인자로 불리는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를 비롯한 당국자들의 연설도 주중 이어질 예정이다.

앞서 Fed는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한편, 향후 금리 동결도 시사한 상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현재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82%이상 반영하고 있다. 추가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17%대로 전날보다 더 올랐다. 다만 연내 인하는 없다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의 단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선물 시장은 이르면 7~9월 인하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전날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공개한 향후 1년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4%로 전월보다 0.3%포인트 내려갔다. 이는 미 소비자들의 단기 인플레이션 전망이 다소 진정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향후 3년간, 5년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각각 2.9%, 2.6%로 전월보다 0.1%포인트씩 상향됐다. 3년 뒤, 5년 뒤에도 Fed가 물가안정 목표치 2%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수잔나 스트리터는 "투자자들이 금리의 다음 행보를 평가할 인플레이션 자료를 앞두고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날 뉴욕채권시장에서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2년물 국채 금리는 4.0%, 10년물 금리는 3.5%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는 전장 대비 0.3%안팎 오른 101.6선을 나타내고 있다.

유럽증시는 하락세다. 독일 DAX지수는 0.26%, 프랑스 CAC지수는 0.83% 내렸다. 영국 FTSE지수는 0.28% 하락중이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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