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대구MBC 취재거부 이어 보도국장·기자 고소
홍준표 시장 "악의에 찬 편파·왜곡보도"
보도자료 안 주고 시청 기자실 출입 막아
뉴스민·프레시안 등도 취재거부 명단에
대구MBC에 대한 전화 취재, 방문 취재, 인터뷰 요청 등 일체의 취재 거부로 부족했던지 대구시가 대구MBC 보도국장 등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또 뉴스민, 프레시안, 스픽스 등 3개 언론사를 취재 거부 언론사에 포함했다.
언론사에 대한 잇단 취재 거부와 고소장 접수는 홍준표 대구시장의 지시 없이는 일어날 수 없는 일로, 자신에게 불편한 보도를 했다며 공적 조직을 이용하는 홍 시장의 처신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구시는 9일 이종헌 정책총괄단장 명의로 대구MBC 보도국장과 ‘시사톡톡’ 프로그램 출연자 등 4명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및 정보통신망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대구경찰청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대구MBC는 지난달 30일 토론 프로그램 ‘시사톡톡’ 뉴스 비하인드 코너에서 <대구경북신공항, 새로운 하늘길인가? 꽉 막힌 길인가?>를 방송했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 세부 내용에 당초 홍준표 대구시장 인수위가 공약한 활주로 길이, 중추공항 규정이 빠진 점 등을 들면서 “제대로 된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많은 내용을 바꾸고 준비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고소 대응한 대구시… 본보기 삼는 전형적 언론탄압
이 보도 이튿날인 1일 대구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홍 시장은 간부회의에서 시정에 대한 왜곡·편파 보도에 대해서는 취재거부 등 강력한 대응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고, 대구시청과 관련 사업소에 대구MBC에 대한 전화 취재, 방문 취재, 인터뷰 요청 등 일체의 취재를 거부하라는 긴급 공지를 내렸다. 또 대구시는 공보관 명의로 된 “신공항 왜곡, 편파보도에 대해 대구MBC가 즉각 공식 사과하고 500만 시도민이 수긍할 만한 상응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대구MBC가 요청하는 일체의 취재를 거부하고, 일체의 취재 편의도 제공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대구MBC에 우편으로도 보냈다.
같은 날 홍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대구MBC 보도에 대해 “악의에 가득 찬 편파, 왜곡 보도”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대구시민들에게 별로 영향력이 없는 방송이지만 그래도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하겠다. 취재의 자유가 있으면 편파, 왜곡 방송에 대해서는 취재 거부의 자유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대구MBC에 대한 대구시의 취재 거부 조치는 즉각 취해졌다. 지난 2일부터 대구시는 보도자료와 각종 시정 관련 알림을 대구MBC 출입 기자에게 제공하지 않고 있고, 지난 8일엔 시청 기자실 좌석도 이용하지 못하게 한 것으로 알려진다.
시사톡톡에서 신공항 특별법 검증 보도를 한 이태우 대구MBC 기자는 지난 8일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다른 사안을 취재하고 있는데 당장 반론권도 제대로 얻기가 힘들어진 것”이라며 “앞으로 저희 보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그 반론권을 어떻게 보장하느냐를 두고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정 언론사에 대한 홍 시장의 취재 거부와 출입 금지 등의 조치는 처음이 아니다. 2015년 경남도지사 시절 MBC경남의 무상급식 관련 보도를 문제 삼으며 상당 기간 취재를 거부했고 2017년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 땐 성희롱 의혹을 보도한 MBN을 ‘가짜 언론’으로 지칭, 당사 출입 금지와 취재 및 시청 거부 조치를 취한 바 있다.
해당 기자 “행정기관 일에 문제제기한 건데 ‘지역발전 저해’라며 손가락질”
대구MBC 노조는 지난 3일 성명을 내어 대구MBC 보도가 편파·왜곡이라는 대구시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쓴 소리를 낸다고 해서 공적 영역에서의 취재 접근을 막은 대구시의 행태는 법이 규정한 언론자유에 대한 반헌법적 조치”라고 지적했다. 대구MBC 기자협회도 9일 성명에서 “홍준표 시장은 자신에게 불편한 보도를 했다고 대구시라는 공적 조직의 전 직원에게 취재 거부 지시를 한 모습을 대구시민,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에게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구MBC의 취재 거부는 대구MBC에서 끝나지 않고 다른 언론사로 확산하고 있다. 대구시는 최근 ‘대구MBC와 준하는 곳’이라며 뉴스민, 프레시안, 스픽스에 대한 일체의 취재를 거부하라고 알렸다.
더욱 우려스러운 건 특정 언론사를 본보기 삼는 전형적인 언론탄압 행태임에도 조용한 대구경북 언론계 반응이다. 이태우 기자는 “지금 대구경북 거리 곳곳엔 ‘신공항 특별법 통과로 500만 시도민을 살렸다’는 내용의 많은 현수막이 붙어 있다. 지역 언론 또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이른바 ‘찬양 기사’들을 많이 내보냈다”며 “행정기관이 하는 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문제 제기를 하면 마치 지역 발전을 저해하려는 의도를 가진 집단으로 손가락질을 당하곤 하는데 이번도 예외 없이 그런 프레임에 저희들이 말린 것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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