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바이든-매카시 오늘 회동..."이르면 6월초 디폴트" 경고 또 나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의 9일(현지시간) 회동을 앞두고 미 연방정부의 부채한도가 상향되지 않을 경우 이르면 6월 초에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는 분석이 또 나왔다. 이는 앞서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이 경고해온 ‘엑스(X)-데이’인 6월1일과 일치한다.
미국 워싱턴DC의 싱크탱크 초당적정책센터(BPC)는 연방정부가 보유한 현금이 바닥나 부채를 갚지 못하게 되는 이른바 X-데이를 6월초~8월초로 예측했다. 앞서 지난 2월만해도 여름~초가을로 예상했던 데서 더 앞당긴 것이다. BPC는 폭풍 피해로 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캘리포니아, 조지아, 앨라배마 등에서 세금 납부 기한을 10월16일로 늦춰주면서 봄 세금 신고 기간 세수가 줄어든 점 등을 배경으로 설명했다.
샤이 아카바스 BPC 경제정책국장은 "정부의 현금흐름 강도를 평가하는 데에 앞으로 몇주 동안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6월 전에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정책입안자들은 유권자와 국가를 재정적 재앙 위기로 몰아가면서 미국의 신용을 놓고 매일 '러시안 룰렛'(목숨을 건 확률 게임)을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공화당 소속인 매카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여야 상·하원 지도부와 부채한도 관련 논의를 위해 회동하지만, 이번 회의에서 최종 합의가 도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른다. 공화당이 대규모 정부지출 삭감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반면,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조건 없는 부채한도 상향을 주장하며 대치하고 있어서다. 미국은 지난 1월 31조4000억달러 규모의 부채한도를 모두 소진했고, 직후 특별조치로 협상 시간을 번 상태지만 이마저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재무부 수장인 옐런 장관 역시 연일 사상 초유의 디폴트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옐런 장관은 전날 오후 CNBC에 출연해 "몇주 내 부채한도를 상향하지 않으면 경제적 재앙이 초래될 것"이라며 "우리 경제와 금융시스템을 위한 유일한 선택이 부채한도 상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일요일에도 ABC방송 디스위크에 출연해 "(디폴트 시) 미 역사상 초유의 사태가 될 것"이라며 "금융, 경제 혼란이 뒤따를 것이라는 데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번 부채한도 대치가 연방준비제도(Fed)의 급격한 긴축 등으로 경제가 취약해진 시기에 이뤄졌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디폴트 사태에 빠져들 경우 수백만명에 달하는 실직, 금융시장 혼란 등 여파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달 초 미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는 디폴트에 따른 경제적 피해 시나리오를 공개하고, 3개월 이상 장기화 시 증시가 45% 폭락하고 일자리는 최대 830만개 사라질 수 있다고 추산했다.
무디스 역시 국내총생산(GDP)이 4% 감소하고 일자리가 600만개 줄어들 것으로 우려했다. 단기 디폴트에 그치더라도 200만개 이상의 일자리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디폴트 발생 시 향후 10년간 연방차입비용이 7500억달러 증가하는 것은 물론, 미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가 흔들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주 에이브릴 헤인즈 미 국가정보국 국장은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의 디폴트 가능성을 이용하며 미국 내 혼란을 강조하는 등 세계 무대에서 미국의 위상을 뒤흔드는 시도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결국 수정헌법 14조를 근거로 의회 승인 없이 부채한도를 상향하는 비상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옐런 장관은 "의회가 제 역할을 하는 것 외에는 미국 금융 시스템과 경제를 보호할 방법이 없다"면서 "대통령이 부채를 계속해서 발행할지를 고려해야 하는 데까지 가서는 안 된다. 그것은 헌법상 위기"라고 말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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